[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석 달만에 또 만났다. 지난번에는 광주에서 만났는데 이번엔 서울로 직접 올라갔다. 마침 조대원 전 위원장(국민의힘)이 드디어 전직 당협위원장이란 타이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조 전 위원장은 12월 초 리서치한국 여론조사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 스카웃됐다.
지난 11월21일 19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조 센터장을 만났다. 그때 이미 조 센터장은 여론조사 업체로부터 자리를 제안받아서 가기로 했다고 귀띔을 해줬다. 3년 반 전에 조 센터장은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자리로 추천을 받아서 갈 수 있었으나 당시 자유한국당 당권을 쥐고 있던 황교안 전 대표의 비토로 꿈을 이루지 못 했다. 스스로도 무척 아쉬운 기억이었는데 이번에 민간업체이지만 나름대로 사회 문제를 연구하고 조사해볼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되어 들뜬 분위기였다.
1차로 칼국수를 먹고, 2차로 새로 오픈한 실내 포차에 들어가서 본격 토크를 이어갔는데 사실 지난 인터뷰 때 “이제는 신당 창당을 할 때가 됐다”고 한 발언을 타이틀로 뽑아서 보도했던 만큼 가장 먼저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조 센터장은 “(그날 이후로) 아니 조대원 정도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걸 영향력있게 보겠는가”라며 “왜 그 얘기를 했냐면 신당이 뜰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입을 뗐다.
늘 선거 때마다 좌우측이 다 싫어서 중간지대를 파고드는 신당이 나왔다가 또 기존에 있는 양쪽 정당한테 흡수당하고 대선 앞두고 또 합치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이제는 좀 신물을 느낀다. 신당이 나와야 된다면 그렇게 선거를 앞두고 표를 위한 신당이 아니라 뭔가 한국 정치 지형을 바꾸는, 국민들이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양당 정치, 그 다음에 혐오와 분열을 먹고 사는 극좌 극우 유튜브와 같은 이 정당들의 모습을 좀 근본적으로 바꾸는 그런 작업을 누군가 지금 시작할 때가 됐다. 그래 그런 정치적 상상력을 내가 먼저 해야 되겠구나. 이런 상상력은 좀 자유로운 영혼인 나같은 사람이 할 수 있다.
조 센터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잘 하고 있다면 그쪽으로 갈 수도 있을텐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도긴개긴”이라면서 2016년 탄핵 정국 때도 탈당하지 않고 당을 지켰던 만큼 지금 자신이 외치는 신당론은 그만큼 진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늘 그렇게 내부 비판을 했지만 국민의힘은 내 당이다. 나보다 이 당에 오래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지금 뭐 권성동이든 장제원이든 윤핵관 떠드는 것들 심지어 이준석과 유승민한테도 진짜 주인은 나라고 말을 할 수가 있다. 당신들 내 만큼 오래 있었냐? 당신들 다 옮겼다가 나갔다 온 사람들 아니냐. 그리고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었던 사람들이고 근데 난 안 그렇거든. 그래서 나는 이 당의 주인이고 이 당 안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해도 나보고 야 너 배신자 나가! 이 소리는 못 하는 거다.
조 센터장은 12월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선거제도 개혁 정국 이전부터 “내가 얘기하는 게 정치 지형을 바꾸자. 그리고 양쪽의 거대 정당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선거 시스템을 바꾸자. 이 선거제도를 개편하자”고 목소리를 내왔다. 물론 2018년 지방선거 이후 2020년 총선 전까지 강력하게 형성됐던 선거제도 개혁 담론에 고스란히 들어있던 내용이었다.
영호남으로 갈라진 지역 구도를 좀 깨야 하고 이런 상황으로는 희망이 없다. 지금처럼 영호남도 단결이 안 되는데 어떻게 남북 통일을 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런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사망 선고를 받았던 이 정치판을 갈아엎고 이제는 국민 수준에 맞는 선진 민주정당을 만들어서 민주정치를 해보자. 이런 생각을 하는데 이런 주장을 하려면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이 더 낫다고 본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보수 정치인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2020년 총선 전까지 형성됐던 선거제도 개혁 정국에서도 그나마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태 전 의원과 장제원 의원 등이 간혹 관심을 보이긴 했었지만 당론을 넘어서지 못 했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한국 보수정당은 지금 당장 승자독식의 패자가 되더라도 어차피 제1야당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나중에 큰 선거에서 이기면 다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에 매우 소극적이다. 최근 여야 청년 정치인들로 구성된 초당적 모임 ‘정치개혁 2050’에서 ‘소선거구제 폐지 구호’를 걸고 전국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천하람 변호사 등 국민의힘 소속 원외 정치인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 뿐 중량감있는 현역 의원들이 메시지를 보태고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구체적으로 조 센터장은 의원 개개인의 처세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보수는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 없다. 왜냐면 보수는 지금 현재로도 잘 먹고 잘 사는데. 지금 구도가 고착되는 게 바로 우리 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95% 정도가 영남과 강남 기반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2020년 총선처럼 폭망하더라도 지역구에서 자신만 살아남으면 되고 공천만 받으면 되는 거다. 여당 앞으로 4년 넘게 남았는데 그러면 그동안 장관이나 공기업 사장으로 가면 되고 만약에 여야 정권이 교체되어도 그때는 도리어 이 사람들이 또 당을 장악해가지고 국회의원 한 번 더 달면서 또 힘쓰고. 이런 기득권 구조에서 굳이 정치를 발전시키고 정당 수준을 높여야 되는 필요의식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런 거를 좀 고치자는 것이다.
조 센터장이 보기에, 국민의힘은 박근혜 정부를 거치고 주요 선거에서 4연패(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를 당한 뒤 우여곡절 끝에 겨우 개혁의 분위기를 회복해서 2021년 재보궐 선거부터 작년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하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다시 극우 구태 우파로 회귀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게 조 센터장의 전망이다. 그러나 1년 좀 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신당이 출현한다면 민주당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또 민주당으로 갈 건데 정말로 제대로 된 당이 총선 직전에 출현하게 된다면 나는 민주당이 가장 타격을 받을 거라고 보는데 국민의힘은 이미 찌그러져있고 100석 안쪽으로. 국민의힘은 한 95석 사이를 받을 거라고 보고 민주당은 170석 넘게 받을 수 있는데 만약 제대로 된 정당이 출현한다면 어느 당의 표를 빼먹을까? 민주당의 의석을 빼먹을 확률이 높다. 아마 국민의힘 의석수는 고정돼 있고 민주당이 170석에서 30석을 잃을지, 40석을 잃을지, 50석을 잃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그렇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