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고려대 스키동아리 대학생들이 강원도 평창 스키장으로 훈련을 가는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량 화재까지 났는데 차에 타고 있던 5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12일 새벽 1시20분 즈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의 한 교차로 인근 도로에서 블랙 그랜저 차량을 타고 가던 대학생들이 교통사고발 차량 화재로 숨졌다. 20대 여성 1명과 남성 4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이들은 고려대 재학생이었고, 이날 서울권 대학 스키동아리 연합(한국대학스키연맹) 행사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다 변을 당했다. 이들은 1월2일부터 평창 소재 모 스키장에서 훈련을 해왔으며 행사 참석을 끝으로 서울로 돌아오려고 했다.
김성제의 불조심 세 번째 시간에는 대학생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차량 화재 문제를 다뤄보려고 한다.
목격자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20분만에 불을 껐지만 전소된 차량 안에서 5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차량은 무슨 이유인지 중앙선을 넘어 연석과 가드레일을 연달아 들이받았다. 불은 자동차 엔진룸에서 시작됐고 뒷좌석까지 완전히 집어삼켰다. 차종은 가솔린차였다. 아무래도 피해자들은 차량 문이 심하게 찌그러진 탓에 밖으로 탈출하지 못 하고 비극을 맞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차는 왜 갑자기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일까? 한겨울 새벽 1시에 강원도 복판의 도로였다. 꽁꽁 언 도로에서 블랙아이스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차량이 미끄러졌을 가능성이 있다. 심한 충격으로 인해 누유 현상이 났고 아마도 화재를 번지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희생자들은 왜 재빨리 차에서 탈출할 수 없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차량의 문이 모두 찌그러져서 도무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교통사고가 난다고 해서 모두 차량 화재로 넘어가진 않을 것 같은데 차량 화재의 원인이 뭘까? 현직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제 겸임 교수(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는 11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래도 차량 화재는 엔진 등 각종 부품들이 모여있는 본네트를 중심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운을 뗐다.
차가 충돌했다고 해서 반드시 불이 나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가 차량 화재로 연결되는 것은 특별한 경우다. 화재는 연소의 3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 번째 가연물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공기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발화원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고의 경우 가연물과 공기가 있었다. 그래서 발화원이 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데 마찰열로 인한 전기 스파크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런 전기 스파크로 인한 차량 화재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해놨을 것이다. 그러나 큰 충격이 일어나면 소용없게 될 수도 있다.
차량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본네트 안의 전선 연결 부위를 커버도 해놓고 간격도 떨어뜨려 놓는다. 하지만 차가 전복되거나 큰 충격을 받을 경우 전기선의 단락이 생기고 누유가 발생한다. 그러다가 스파크가 튀게 되면 연소 확대로 나아갈 수 있다.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피해야 하는데 찌그러진 문을 뚫고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 걸까? 김 교수는 유리창을 깰 수 있는 장비를 차에 구비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이 모두 찌그러져 있다면 창문을 깨고 탈출해야 한다. 그래서 이럴 때를 대비해 비상용 망치나 유리창 파괴기, 안전벨트 절단기 같은 것들을 미리 구비해둘 필요가 있다. 만약 차에 그러한 장비가 없다면 좌석 머리 받침대를 빼서 끝이 뾰족한 부분으로 유리의 가장자리를 가격하면 깨진다. 차 유리창은 생각보다 단단하기 때문에 중앙를 가격하면 잘 안 깨진다.
실제로 Tvn <나는 살아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침수된 차량 탈출을 위해 문 유리를 깨는 미션을 진행했는데 정말 유리가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복싱 선수 출신 이시영 배우가 있는 힘껏 주먹으로 유리창을 가격했음에도 유리는 멀쩡했다. 옆에 건장한 남자 교관이 깨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래서 차량용 비상 망치 등을 꼭 구비해놓거나, 그것이 없다면 좌석 머리 받침대로 유리 가장자리를 가격해야 한다는 팁을 꼭 기억하자. 참고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안전벨트 절단 기능과 유리창 깨기 기능이 모두 탑자돼 있는 비상용 탈출 도구가 판매되고 있다. 1~2만원이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웬만하면 운전자들은 하나씩 구매해서 차량에 비치해두면 좋을 것 같다. 나아가 김 교수는 차량 화재를 발견한 목격자라면 차량 내부의 부상자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큰 소리를 내서 도움을 요청하고 신속히 119 신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교수는 비상 망치와 함께 차량용 소화기도 미리 구비해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본네트에 화재가 나면 차량 안에 있는 가연물로 인해 연소가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다. 게다가 기름이 세면 더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그리고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 소화기는 유사시에 창문을 깨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