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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사람들 “불났는데 할머니와 침대 통째로 대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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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에서 기획 연재하고 있는 [성제의 불조심] 6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집에서 불이 나면 잘 걷지 못 하는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다. 대피하지 못 하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에서는 노인 화재 문제를 집중 조명했었다. 예방, 대피, 시스템 개선 등이 화재를 막기 위한 3대 키워드다. 그런데 노인들은 불이 나면 대피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는 것이다. 올 여름 전북 완주군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주택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있었다. 그런데 구세주가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근처에 있던 통신사 직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신속히 노인을 구조한 것이다.

 

지난 8월23일 14시 즈음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는데 건물 외벽 장작더미 부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순간, 마침 인근에서 통신 점검을 하던 LG 유플러스 직원 강충석씨와 김진홍씨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나가 거주자에게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집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70대 할아버지 A씨는 강씨와 김씨에게 “아내가 거동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강씨와 김씨는 곧바로 할머니 B씨가 누워 있던 침대를 통째로 들어서 옮기는 기지를 발휘했다. 찰나의 대피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그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20분만에 진압했다. 비록 집의 일부가 불에 타는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리 큰 불은 아니었다. 작은 불에도 기본적인 대피를 하지 못 해 연기 질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이 노인 화재의 특성이다.

 

강씨와 김씨의 용감하고 의로운 행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완주소방서 전두표 서장은 “소중한 생명을 구한 용감한 의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그냥 지나쳐도 무방했던 민간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수행했다. 단순히 소방서장의 감사 메시지로는 부족한 것 같다. 보상을 바라고 나선 것이 아니고 그럴 수도 없겠지만, 이들에 대한 소방당국 차원의 별도 사례나 보상은 없는 걸까? 물론 의사상자 예우법(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긴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남을 위해 죽거나 다쳐야만 돈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관할 소방서에서 표창을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뭔가 께름칙하다. 현직 소방관(인천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운영지원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제 겸임교수(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표창을 주고 어느정도 소소한 보상을 해줄 수 있지만 바쁜 시민에게 소방서 또는 관청으로 오라가라 하기도 난감한 부분이다. 자칫 의인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서에 불러서 사진 찍고 표창을 수여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다. 소방당국에는 포상을 위한 별도의 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다.

 

기념 사진을 찍고 표창장을 주는 것은 너무 옛스러운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소방당국 산하에 객관적인 의인 선정 및 심사위원회가 있어서 관련 절차에 따라 선정된 의인들에게는 일괄적으로 200만원 가량을 지급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일부 의인들은 포상금을 받아서 기부할 수도 있고 더 좋은 곳에 사용할 수도 있다. 그저 종이쪼가리 표창장 하나 주고 소방서장과의 포토타임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게 뻔하기 때문에 의인 입장에서 별로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포상만 확실하다면 다들 즐겁게 포상을 받으러 갈 것 같은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번 화재는 장작더미에서 시작되었다.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닥칠 수 있는 불조심의 단골 요소다. 2023년이지만 시골에서는 아직도 장작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장작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주의나 관리가 필요할까?

 

장작에서는 불똥이 많이 나온다. 주택이나 건물 외부에서 장작을 사용할 경우에는 그런 불똥들의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이제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때는 바람에 주의해야 한다. 바람의 세기나 풍향에 따라서 위험도는 증가한다. 외부에 장작을 쌓아놓았을 경우 야생 동물이나 가축들의 터치로 인해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장작은 발화 요인이 많아 우리가 예측 못 하는 곳에서 비화가 되거나 복사열로 인해 근처 집들까지 불에 탈 수 있다. 장작을 사용할 경우 그 위험도가 정말 높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어떤 화기보다도 좀 더 신경써서 관리를 해야 한다.

 

아무래도 시골집에서는 장작을 쌓아 놓을 때 웬만하면 창고 같은 공간을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특히 바람이 심한 날에는 야외에서 장작을 태우지 않아야 한다. 바람에 불똥이 날려서 대형 화재로 번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환기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장작을 태우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그냥 겨울철 갈수록 건조해져가는 날씨인데 장작 사용 자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장작 같은 재래식 요소 말고도 도심 속 화재의 일반론이 시골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불조심은 모든 시민들의 기본 상식이다.

 

화재의 80~90%가 시민들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 주변 시민들이 신고를 철저히 하고 구할 수 있다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구조하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상도 현실성 있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 종류를 나열해보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다. 김 교수는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22년부터 현재(9월 기준)까지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1만8000여건으로 집계되었다”면서 “그중에서 72명이 사망하고 913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재 소방청에서는 화재 부주의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12가지나 되는데 한 번씩 읽어보면서 곱씹어봤으면 좋겠다.

 

1. 가연물 근접 방치

2. 전기, 전자기기 이외에 각종 기기들의 사용 또는 설치상의 부주의

3. 논을 태우다가 일어나는 부주의

4. 담배꽁초 처리 부주의

5. 화원(불씨나 불꽃)을 잘 관리하지 못 하고 방치하는 행위

6. 어린이들의 불장난

7. 빨래 삶기 또는 사골 오래 끓이기 등 오래 가열하고 잊어버리는 행위

8. 쓰레기 소각을 임의적으로 하다가 발생하는 부주의

9. 용접, 용단, 절단, 연마 등의 작업을 할 때 나타나는 부주의

10. 유류 등 위험물 관리 소홀

11.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발생하는 부주의

12. 폭죽놀이를 하다가 발생하는 부주의

 

김 교수가 현직 소방관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자나깨나 불조심”이다.

 

불조심에 대해서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연소의 3요소가 있는데 가연물과 공기, 점화원이 결합하면 연소가 발생한다. 그러니 이 3가지가 결합하지 못 하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가연물, 전자, 전기 기기의 경우 제조물 책임법에 의거해 안전수칙을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항상 안전수칙대로 가연물이나 기계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칙을 어기고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해 피해 정도가 심할 경우 형법상의 의법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화재를 야기하는 부주의 리스트를 봤다면 이젠 안전수칙을 알아봐야 한다. 의외로 놓치는 것이 멀티플레이의 위험성이다. 간단하다. 가스레인지에 국을 올려놓고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30분 이상 통화를 이어간다거나, 잠깐 밖에 나가서 일을 보고 온다든지 그런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빨래를 하거나 조리를 할 때 간혹 그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깜빡하고 불을 끄지 않아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반드시 그 자리에서 작업들을 마무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 빨래를 삶거나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의 경우 약불을 켜놓고 잠깐 가까운 거리를 다녀온다든지 멀티플레이를 수행하기 마련인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불을 방치하여 화재로 이어지는 일들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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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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