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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살인마 조선 “사이코패스 아닌 사회적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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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990년생 조선은 철저히 살인이 목적이었다. 조선은 본인의 불성실함과 형편없는 인성으로 인한 거듭된 실패를 외부의 탓으로 돌렸다. 평범하게 직장을 잡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신체조건이 중요하지 않지만 163cm로 또래 남성들에 비해 키가 작았던 만큼 콤플렉스가 심했다. 그 무엇보다 불행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다. 구체적으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해코지한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밀려나면 남탓과 사회탓을 하는 것이 익숙했고, 나이가 비슷한 남성들에 비해 초라한 본인의 처지를 비관했다.

 

그냥 X같아서. 여태까지 내가 잘못하게 살았는데 열심히 살라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 그냥 X같아서 죽였다.

 

 

조선은 이미 청소년기에도 타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했던 소년부 송치 전력이 14건이나 됐고, 성인이 된 뒤에도 소주병으로 타인의 머리를 가격하는 등 상해와 폭행 전과가 3범이었다. 실제로 타인을 공격해본 경험이 충분히 축적돼 있다. 그런 조선은 엄밀히 타겟을 정했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염건령 소장(한국범죄학연구소)은 유튜브 채널 <사건의뢰>에 출연해서 조선의 잔혹한 범행에 대해 “사회적 테러라고 본다”며 “동기없이 그냥 마구잡이로 하는 공격행위 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을 대상으로 공격하는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잡히는 것에 대해서도 겁이 없다. (조선의 범행은) 지금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여론의 휘발유를 부었다. 댓글에 보면 죽고 싶다고 작정했는데 죽여줘야지 뭐 하나? 엄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이런 말들이 나온다. 사안이 심각하니까 법무부장관도 현장에 갔다.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뭘 한다고 했는데 사이코패스의 형태로 보는 것은 안 된다고 보는데 사회적 테러로 본다. 사회적 테러리스트다. 나는 처벌 받는 것에도 관계없고 너네 맘대로 하고 날 죽이든 말든. 난 여럿 죽이고 갈테니 맘대로 해봐라. 이런 식이다. 무서운 것이 모방 범죄나 유사 범죄 또 생길까 두렵다.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누군가 칼 들고 찌른다는 것을 누가 상상을 하겠는가.

 

그게 기습이든 무기를 들었든 타인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승부가 있다면 내가 누구든 제압해서 이길 수 있다는 욕망으로 가득했다.

 

염 소장은 조선에 대해 “자기가 흉기를 들었기 때문에 내가 얘랑 싸워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쉽게 제압 가능한) 여성들은 피하고 남성들만 공격을 했다”며 “내 나이 때 행복하게 보이거나 불행해 보이지 않는 남성들은 다 없애버리겠다. 이런 생각인데 이거는 자기가 몸에 폭탄을 매고 어디 가서 자폭하는 것과 뭔 차이가 있는가”라고 설명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만 골랐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묻지마 범죄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묻지마가 아니라 성별과 나이대를 고른 확실한 타겟팅이 있었다.

 

함께 출연한 김복준 교수(중앙경찰학교 수사학과)는 “만약 그냥 공격 표출? 말 그대로 묻지마 형태의 범죄라면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약자한테 효율적으로 공격을 했을 것”이라며 “자신과 비슷한 환경과 위치에 있는 사람을 타겟팅했다”고 호응했다.

 

늘상 얘기하지만 묻지마 범죄라는 건 없다. 범인은 이유가 분명 있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동기에 의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는 스스로를 “이상동기범죄”의 피해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묻지마라고 하면 동기가 없는 것으로 이해되기 쉬운데 이상한 동기가 있는 것이다.

 

조선은 범행 하루 전날(20일) 집에서 데스크톱 PC와 스마트폰으로 범행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계획을 짰다. 그 직후 망치로 PC를 부수고 스마트폰을 초기화했다. 청소년기부터 30대가 된 현재까지 사회 밑바닥에서 굴러온 자신의 비루한 인생을 철저히 남탓으로 돌리며 잔인한 살인극을 구상했다. 조선은 경찰 조사에서 “할머니가 왜 그렇게 사냐고 꾸짖어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는데 거짓말에 가깝다. 그것과 무관하게 최소 며칠 전부터 살인극을 준비했다. 할머니가 보기에도 조선은 피해의식에 쩔어 무직으로 지내는 한심한 놈인 것은 맞지만 스스로 월 2~3회씩 할머니집에 방문할 정도로 할머니의 잔소리가 트리거일 수는 없다. 범행 당일(21일) 조선은 거주지였던 인천에서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할머니집으로 갔는데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기 위해 들렀다”고 했다.

 

 

청소년 범죄와 비행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고, 사회 시스템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비행 청소년이 마음을 다잡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하고 계속해서 사회 밑바닥에서 법을 어기고 전과를 쌓고 있을 때 국가적으로 이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들이 조선처럼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도록 막아야 한다. 천종호 부장판사(대구지방법원)가 고안해낸 사법형 그룹홈 ‘청소년회복센터’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도입을 고민해봐야 한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으로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조선의 범죄 배경을 그런 데서 찾는 사고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염 소장은 “일부 전문가라는 분들은 사회적 소득격차가 원인이라고 하는데 그거는 너무 크게 본 것”이라며 “그렇게 보면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그런 사회라고 범행한다고 하면 하루에 수십건씩 나온다. 그렇게 보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26일 오후 조선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가 이뤄졌다. 프로파일러 4명이 투입되어 조선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그의 심리상태를 파악했을텐데 앞서 조선은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 같고 오래 전부터 살인 욕구가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의 관점으로 조선의 범행을 해석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불행” 여부에 관심이 없다. 그냥 죽인다. 조선은 철저히 타인의 불행하기 만들기 위해 죽였다고 스스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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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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