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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언론에 쓴소리를 한 이유가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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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어느 날 우연히 평범한미디어에서 작성한 기사(진보의 암흑기 “사람들이 부자를 좋아한다”/“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은 무개념”)에 제기된 강력한 반론글을 보게 되었다. 플랫폼 얼룩소에서 활동하는 서형우씨(1992년생)는 MZ 문인을 자처하는 논객인데, 최근 평범한미디어에서 내놓은 ‘불편한 하루’ 기획 기사에 말 그대로 버튼이 눌렸다. 덕분에 평범한미디어 멤버들은 때 아닌 논쟁을 벌여야 했다. 형우씨는 두 기사에서 평범한미디어가 유권자를 탓하는 논조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개조되어야 할 것은 당신네들의 버르장머리다! 국민을 개조시켜야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아주 유구한 전통을 지닌 담론이다. 그리고 그 시초 격으로는 아마 춘원 이광수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춘원의 후예, 기자 윤동욱 씨와 대표 박효영 씨 덕분에 불쾌한 하루를 보내다가 퇴근 후 집에 와서 글을 쓴다. '불편한 하루'가 아니라, '불쾌한 하루' 되시겠다. (중략) 유권자들이 못 났다. "사람들이 부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진보정당이 올바른 노선으로 가고 있는데, 못 되먹은 국민들이 표를 안 줬다! 그런 말이나 끄적이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지난 번 글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은 무개념”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고자 했던 대목은 그런 대목이다. 어떤 안 좋은 일에 대해서 원인을 규명하고자 구조적인 분석을 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이 못나서 그렇다는 식의 담론이나 펼친다. 전형적으로 줄글 꽤나 읽었다고 잘 난 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솔직히 반박글을 처음 봤을 때는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만큼 우리 매체와 컨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저 일개 독립언론일 뿐인데 공을 들여 긴 반박글을 써줬다는 사실 자체에 고마운 마음이다. 사실 ‘불편한 하루’라는 게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정반합의 변증법 같은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내는 기획이라서, 타인의 견해를 일으키고 수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반대 의견도 듣고 수용할줄 알아야 된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평범한미디어 멤버들과 형우씨의 논쟁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말았다. 그래서 형우씨에게 조심스럽게 전화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다행히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그렇게 전화 인터뷰가 성사됐다.

 

전화 인터뷰는 지난 12일 15시반에 이뤄졌다.

 

먼저 진보의 암흑기에 대한 질문부터 꺼냈다. 평범한미디어의 의도는 진보와 진보정당이 외면 받는 배경을 두고 단순히 유권자 탓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보의 암흑기를 부추기는 가르치려는 태도와, 2024년을 살아가는 한국 유권자의 일반 인식론을 논했다. 진보정당이 자리 잡기 어려운 현실을 파악해서 더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충언이 담겨 있다. 여기에 대한 형우씨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진보정당이 이념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모든 정책들은 일정한 이데올로기에 기반한다. 다만 그 이데올로기가 나의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해당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는 당은 실용정당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이 정당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나 정책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나의 실생활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사람들의 눈에 지나치게 이념적인 정당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정책 비전과 이념을 떠나서 진보정당이 시민들의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취지다. 형우씨는 노란봉투법 사례를 들어 제언했다.

 

정의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가장 유념을 두었던 정책 중에는 노란봉투법이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같은 경우 대기업에 비해 노조 조직률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파업도 힘들다. 이런 부분들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근로자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 조금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을 포괄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하고 펼쳐야 한다. 노조 조직률은 13.1%인데 전체 근로자 중 비정형 근로자(고용관계 없이 독립된 자격으로 근무)가 33%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과 법안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노총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클리셰 같은 비판이 있고, 이미 ‘노동 밖의 노동’이라는 담론이 있다. 비정형 노동 형태는 매우 다양해졌다. 형우씨는 말로만 떠들지 말고 다양한 고용 형태들을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주문했다. 

 

그 다음 질문이다. 어느 순간 진보정당은 항상 계몽주의적이고, 훈계적이고 PC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꼰대 그 자체다. 으레 받았던 전형적인 지적들이라 별로 새롭지도 않지만 형우씨에게 진보정당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형우씨는 “지난 국회에서는 그래도 5%대 지지율이 있었다. 그전에도 그 정도의 지지율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이 활동을 하면서 뭔가 점점 기반이 좁아진 느낌은 있었다”고 운을 뗐다. 

 

본인은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우리나라에도 이런 진보정당들은 필요하지. 생각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는 상관없이 진보정당에 표를 줬었다. 그러나 막상 양당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니 그 중에 자신이 원래 지지하던 정당으로 돌아가 버렸다. 민주당이 진보정당 포지션을 가져가버린 것도 있다. 사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진보정당의 가치관이나 정책을 보고 지지한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찍어줬다. 그런데 양당체제가 공고화됨에 따라 원래 민주당을 지지하던 층이 다시 돌아가 버렸다.

 

역시 양당체제 문제로 귀결됐다. 양당체제로의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진보정당과 제3지대 정당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이제 투표권에 대해 논할 차례다. 본지 기자는 앞서 불편한 하루 기사를 통해 선거 날에 투표를 하지 않고 놀러가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린 적이 있다. 오해할까봐 하는 이야기인데 급한 사정이 있다거나 근로 환경이 열악하여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하지 못 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맹세코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그저 귀찮아서’, ‘그놈이 그놈인 것 같아서’, ‘정치 무관심과 혐오’ 등등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 유권자들의 평균 투표율은 60~70%다. 형우씨에게 현재 투표율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투표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 자체에는 동의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혹시 동의한다면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질문했다.

 

투표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내가 ‘투표 무개념론’ 기사에 게시한 반박글에 스타벅스 지수(맥도날드 빅맥 지수처럼 각국 구매력 비교)를 인용하여 설명한 적이 있다. 이 지수를 통해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분명 제대로 주목받지 못 하는 계층이 있다. 결과적으로 언론들도 그 계층별 이해관계에 크게 상관없이 정치권 관련 기사들을 쏟아낸다. 정치권도 그들에 대한 논의나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때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언론은 좀 더 아래로 내려가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포괄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이런 요구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소통이 늘어난다면 앞서 말한 문제들이 조금은 해소될 것 같다.

 

형우씨는 스타벅스 지수를 근거로 지수가 높은, 다시 말해 비교적 잘사는 지역일수록 투표율이 높았다는 점을 환기했다. 결국 여유가 있어야 어느정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평범한미디어의 레이더는 투표날에도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무작정 투표도 하지 않고 놀러가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은 것이 진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우씨의 고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구조적인 접근을 떠나 경제력과 관계 없이 누구나 온전히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들이 여전히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편, 형우씨는 “사실 평범한미디어는 내가 말해온 역할들을 비교적 잘 수행한 것 같은데 쓴소리를 해서 미안한 감정도 있다”고 전했다.

 

의제 발굴도 중요하다. 소외받는 지역, 소외받는 계층의 의제를 정치권이나 미디어에서 발굴하여 개발해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포괄하는 의제나 정책 같은 것이 있어야 투표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 같다. 정치권에서 이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너무 정쟁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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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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