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4년 12월3일 22시49분. 평범한미디어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30분 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전국민이 얼떨떨한 상태에서 뉴스 라이브를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도 지금 깜짝 놀라서 전화하는 건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지금 그러니까 각료들에 대한 잦은 탄핵 소추와, 이번 예산 삭감 공세에 비상계엄으로 맞받아친 거 맞는가? 쉽게 말하면 과연 이 상황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까?
박 센터장은 근래 연말 정국에서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과 개별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소추하고 △특활비 등 정부 예산안을 대거 삭감해서 윤 대통령이 격분했다면 계엄 카드를 꺼낼 게 아니라 비판 성명을 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소와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검사를 탄핵 소추한 것이 문제라면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이 먼저 나서서 긴급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이 액션을 취하는 모양새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단순히 북한 도발이 있다고 해도 계엄 안 한다. 일반적으로 미사일 정도가 서울에 떨어졌거나 최소한 서해 5도 쪽으로 무언가 날아왔나? 그래야 한시적 계엄을 해볼 수도 있다는 건데 내치적인 사안을 가지고 윤 대통령이 나서서 국회 해산에 준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내세우는 이유들이 있다고 쳐도)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이 먼저 공식 항의 메시지를 내고 대통령이 행동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지금 이게 내가 태어나서(1977년생) 얼마 되지도 않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라 아주 긴급하게 다뤄봐야 될 것 같아서 지금 전화를 했다.
나아가 박 센터장은 “그냥 이대로 레임덕에 시달리기 보다는 100% 윤석열 대통령은 쇼”라고 규정했다. 어차피 무력을 앞세워서 마구잡이로 체포 및 구속하지 않는 이상 국회에서 바로 해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박 센터장은 “(민주당이 탄핵권과 예산심의권을 남용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지금 그것이 비상계엄 선포할 만큼 중대한 문제냐라고 봤을 때 말도 안 된다”며 “민주당에서 밀어붙이더라도 계속해서 거부권으로 상대해왔는데 갑자기 무슨 계엄인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재명의 민주당! 난 너네 인정 못 해! 비상계엄이야! 끝까지 가보자! 뭐 이런 거다. 아니 이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저런 인물이 우리나라 대통령이었던 시절이 짧으면 짧을수록 행복한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내부에서 군사 쿠테타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어떤 외부의 적이 물리적인 공격을 가한 것도 없이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뉴스 특보 발표 형식으로 지금부터 비상계엄이야라고 선포했다는 것 자체가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미 개혁신당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촉구로 당론을 정했다. 다시 언급하지만 민주당이 연말 정국에서 보여준 탄핵과 예산의 횡포에 대해서는 정치 평론계나 주요 언론들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박 센터장도 “선을 넘은 건 인정하겠는데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아가지고 똑같이 맞불을 놓는 게 이게 옳은 것인가”라며 “비상계엄을 얘기하면서 민주당이 사법과 행정을 마비시키는 반국가세력이라고 했는데 사실 윤 대통령이야말로 자신이 사법부의 실질적인 수장인데 왜 나를 괴롭혀라고 이야기하는 거랑 다르지 않다. 그게 무슨 얘기냐면 대통령 스스로 삼권분립을 이미 무너뜨린 상태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면서 사법부는 가만히 있는데 나서서 사법부의 지휘권들을 자기가 쓰고 있단 말이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과 ‘개별 검사 탄핵’ 표결이 예정돼 있었던 만큼 똥줄이 탔을 것이다. 채상병 국정조사도 이어지는 타이밍이다. 박 센터장은 “이게 마지막 카드 같다”며 “이걸 하지 않으면 내가 탄핵당한다는 그런 절실함이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순간 이제 이거는 단순 연말 예산 정국이 아니게 됐다”고 환기했다.
사실 대통령이라고도 부르기도 싫지만 어쨌든 대통령이니까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그러니까 아주 오래 전부터 6개월 이상 ‘하야’해라 ‘탄핵’ 밖에 답이 없다고 SNS에 주장을 했었지만 굳이 평범한미디어 인터뷰에서는 탄핵이란 말을 안 쓰고 있었는데 오늘 이 순간은 답이 그거 밖에 없어졌다.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첫 번째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도 하지 않았던 계엄을 선포했다. 이건 전두환 이후에 처음인 것 같은데...
일단 2시간 반만에 계엄은 국회에서 해제됐다. 국회로 들어온 계엄군 병력은 국회의원들을 제지할 수 없었고 결국 계엄 해제 요구안은 190명 재석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헌법상 계엄 선포의 요건은 전시와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다. 전시와 사변은 당연히 아니고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모호한 대목을 근거삼아 계엄을 내린 건데 윤 대통령이 내세운 이유들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치더라도 법률적 절차란 게 있다. 계엄법 2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동법 4조 1항과 2항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해야 하고 국회가 폐회 중일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집회를 요구해야 한다”고도 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도 모를 정도로 극비로 갑자기 계엄 선포가 이뤄졌으며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패싱당했던 것으로 추정됐으나, 윤 대통령은 3일 22시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소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국회에 통보하지도 않았고, 소집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군병력을 동원해서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으로 입장하지 못 하도록 방해 시도를 했다. 특히 헌법 77조 3항과 계엄법 7조 1~2항에 따라 계엄사령부는 행정과 사법 사무를 관장할 뿐 입법부의 기능을 박탈할 수 없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포고령을 내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밝혔는데 법률적으로 그럴 권한이 애초에 없는 것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계엄 상태라고 해도)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 계엄 해제 표결하는 걸 방해하면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계엄 선포 담화문을 통해 국회 다수 세력인 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계엄의 명분을 피력한 만큼 위법·위헌적인 상황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반 계엄 해제를 선포했다. 한낱 6시간의 블러핑으로 막을 내렸다.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고 선포된 비상계엄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새벽인 관계로 아직 국무회의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 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