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0년 11월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일하면서 <뭔가 다른 보수>라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전 대표의 행태를 보며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우파가 절실하다는 생각에, 과거 국정농단 정국 때 탄생한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보수 정치인들을 섭외해서 청년 보수들과 대담을 주선했다. 10번째 인물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그때는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를 섭외하고자 연락을 취했는데 흔쾌히 성사됐다. 허 대표는 “보좌관의 강력 추천이 있어서 수락했다”고 말했는데 작은 보수정당의 시초나 다름 없는 바른정당계 청년들과 대담하는 것에 가치를 뒀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뇌피셜이지만 그때의 인연으로 허 대표가 소위 말해 개혁보수의 길을 걷게 되지 않았나 싶다. 어느 순간 허 대표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비주류 당대표로서 친윤석열계로부터 린치를 당할 때 그를 지키는 유일한 현역 의원이 되어 있었다. 허 대표는 2024년 1월 총선을 석달 앞두고 이 의원의 신당에 참여하기 위해 의원직을 포기했는데, 그때부터 신당이 힘을 받아 제3지대 지형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이 안 되지만 그렇게 탄생한 개혁신당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데 하나의 정당에서 2명의 당대표(직무대행), 2명의 사무총장, 2명의 정책위의장, 2개의 최고위원회의가 등장했다. 그야말로 ‘한 지붕 두 가족’이다.
이준석파와 허은아파의 대결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개혁신당 내외부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너무 크다. 26일 기준 이준석파는 허 대표와 허은아계 조대원 최고위원 2인을 대상으로 당원소환제 결과(당원 2만여명 투표에 90% 이상 찬성)에 따른 직위 상실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고, 허은아파는 당원소환제 투표 자체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효라고 반발했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렇다. 이처럼 ‘개혁신당의 대주주는 이준석’인 만큼 이준석파가 당내에서는 허은아파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당 바깥 정치 고관여층에서는 이준석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우 강하다. 허은아파와 이준석파 두 세력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이준석파를 성토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출신 프리랜서 언론인 장윤선 기자는 이준석계 핵심 인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에 대해 “(고작 이준석의 명을 받들어 충성하는 것인지) 똘마니 비슷한 건데 좀 아쉽다”며 “솔직히 천하람 변호사가 대구로 가지 않고 순천을 선택해서 내려가고 내가 인터뷰 과정에서 수많은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상당한 진심이나 진정성이 있는 젊은 정치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새 하는 걸 보니까. 이게 완전히 그냥... 뭔가?”라고 직격했다.
젊은 보수 정치인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됐다. 그러니까 그동안에는 보수쪽에는 이준석도 있고 천하람도 있고 신인규도 있는데 민주당에는 젊은 정치인들이 잘 안 보인다. 그랬다. 근데 지금 이렇게 (개혁신당에서 허은아파가 축출되는 과정을) 보니까 민주당 젊은 정치인들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추잡하다.
민주당계 유튜버 최욱씨도 “(이준석파가) 윤석열을 욕하다가 윤석열을 닮아가는 것 같다. 이준석도 윤석열 계속 욕했잖아. 그러더니 이준석 본인이 당한 그대로 지금 당대표를 쫓아내려고 한다”면서 아래와 같이 성토했다.
김철근하고 허은아 대표하고 갈등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핵심은 뭐냐. 김철근이 당대표를 대표로 인정을 안 한 것이다. 그냥 대표로 인정을 안 했다. 무시했다. 시종일관 계속해서 인정을 안 한 것이다. 왜냐? 김철근 나는 이준석이랑 절친이야! 그리고 이 당은 이준석당이잖아. 허은아! 너 뭔데?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어차피 이준석 있으니까. 이렇게 해왔던 거야.
나아가 최씨는 민주당계 유튜버로서 그동안 이 의원을 많이 비판해오면서도 스스로 자제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고백했다.
이준석의 정치적 자산이 뭔가? 이런 것과 맞서 싸우는 이미지로 지금까지 정치적 자산을, 본인이 세상에 알리고 언론 플레이 한 거 아닌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냐면 나는 이준석하고 생각이 다를 때마다 내가 나이가 많고 이준석은 청년 정치인을 대표하니까. 너무 내 생각이 기득권화 돼 있나? 그러면서 나를 계속해서 때려왔다. 내가 그게 너무 화가 난다. 진짜 내가 잘못 알고 있겠지. 내 생각이 틀렸겠지. 펨코 이 자식들 글 올리는 거 보면 내 생각과 너무 다르거든. 내가 아무리 봐도 펨코 얘네가 틀린 것 같은데 그때마다 내 생각을 계속 단속해왔어. 그런 내 자신이 너무 밉다. 나는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한다. 개혁신당이 그래도 원내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준석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인정하고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근데 그때의 그 이준석은 현실과 다르고 가짜다. 그러면 그 가짜가 드러나면 도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브릿지경제 정치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빈재욱 기자는 중립적인 관점에서 개혁신당 사태를 논평했는데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좀 구조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사실 소수정당이어도 계파 중심으로 뭉치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힘의 균형이 생기니까. 근데 개혁신당은 이준석 의원의 인물 중심 정당”이라며 “사실 정당이라는 게 한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게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정당의 모습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즉 개혁신당의 대주주 이 의원을 서포트하는 역할로만 국한되고 싶지 않은 허 대표가 선출되어 당권을 잡았다는 점이 충돌의 포인트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투표를 통해서 선출됐고 이 의원이 시켜준 것이 아니다. 임명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그래서 웬만해선 끌어내리기가 어렵다. 허 대표측이 계속 얘기를 하는 게 이준석 쫓아냈던 것처럼 나 쫓아낼 거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건데 그 프레임이 이준석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는 먹히는 거고.
빈 기자는 양측 모두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 없는 결말로 치닫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허 대표도) 100%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어쨌든 이준석계가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이건 종이 사장이 되는 것이다. 바지 사장도 아니고. 그래서 개혁신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대표가 어쨌든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허 대표 체제에서는 치를 수가 없다. 지금 본인들이 굽힐 생각이 없다면 그러면 탈당해서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선용 정당을 만드는 것이 최악이다. 지금 (조기) 대선이 변수인데 대선 정국이 열리게 되면 어쨌든 이준석 의원은 대선에 (참여)하겠다고 했고 그러면 개혁신당 이름으로 나가야 된다. 그런데 당내 수습도 못 한다. 이런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거는 이 대표한테 좋지 않다. 지금 분열주의자 이미지를 계속 얻게 되면 대권에서 성과를 얻으기도 힘들다.
특히 빈 기자는 소수정당 공개 분열 패턴으로 봤을 때 이준석파가 비례대표 셀프 제명을 감행해서 또 다른 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았다.
소수정당에서 분열이 공개적으로 생기면 어떻게 대부분 결론이 나냐? 탈당파가 의원들 스스로 셀프 제명해서 나가서 당 따로 만드는 것이다. 그게 이제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 때 만들어진 진보정의당이다. 그 진보정의당이 정의당이다. 현 개혁신당 최고위원 구성으로 셀프 제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가능하면 천하람 의원과 이주영 의원이 셀프 제명하고 이준석 대표와 같이 나가서 당 차리는 상황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보수우파 논객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문화일보 이현종 논설위원은 “이 사태의 본질은 대주주 이준석과 바지사장 허은아가 자기 중심으로 뭘 하려고 하다가 결국 대주주의 브레이크가 걸린 현상이 아닌가 싶다”며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참 기가 막힌다. 지금 (계엄 사태 이후 엄중한) 이 와중에 저렇게 당대표를 쫓아내고. 참 콩가루 집안이 있는 걸 보니까 기가 막힌다. 어떻게 이준석 의원은 가는 곳마다 이렇게 분란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지금 몇명 없는데도.... (이 의원은 정치적으로) 함께 어울리기 힘든 사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다음은 신인규 변호사인데 사실 신 변호사는 이 의원과 악연 관계다. 원래는 이준석계였으나 2023년 하반기에 총선 대비용 신당을 창당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결별했다. 신 변호사는 “천하람 원내대표의 워딩이 과거 3년 전 권성동 원내대표의 워딩과 똑같다”며 “당대표가 나가는 게 당원들의 뜻이라는 것이다. 그때도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나가라는 게 윤핵관과 당원들의 뜻이었다. 지금도 개혁신당 당원들의 뜻이 허은아 나가라는 것이고 정말 평행이론”이라고 꼬집었다.
천 원내대표는 당원소환제의 대상이 된 허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키기 위해 당헌당규에 없는 내용을 주민소환제법(주민소환법 21조 1항)에서 빌려와 적용했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천하람 원내대표가 허은아 대표 직무정지 시키고 최고위에서 사회를 다 봐버렸다. 소위 말해 권한 없는 최고위라는 게 허은아 대표측의 주장인데 주민소환법을 준용해가지고. 당에서 법을 준용하는 건 처음 본다. 당헌에 만약 어떤 법률을 준용한다고 써있으면 모르겠다. 그거 전혀 없이 그냥 당원소환제를 진행해야 하니까 직무정지를 시켜야 하는데 당헌 조항이 없으니 막 법을 찾아서 주민소환법을 준용해서 직무정지를 시키니까 내가 변호사 하면서 이런 건 처음 본다. 그냥 차라리 군형법도 준용하고 형법도 다 준용하지. 군형법에 반란은 사형인 거 알지 않은가. 사형도 집행하라. 총살로. 작년에 실제 탱크도 들어왔는데. 지금 힘으로 밀어붙이니까 아무리 다수라도 정당에선 절차 민주주의가 굉장히 중요한데 나는 정당 민주주의의 편이기 때문에 지금 이준석측 다수파의 행동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지나치다.
특히 신 변호사는 이 의원이 국민의힘 당권을 부당한 압력으로 실기했던 만큼 개혁신당의 당헌당규상 당대표 권한을 강화해놨다는 점을 환기했다.
회의 사회권은 대표에게만 있는 것도 비하인드가 있는 게 이준석 의원이 쫓겨나지 않았는가. 피해를 봤으니까 그 서사로 장사를 많이 했다. 그러다가 당을 만들었는데 피해자 출신이니 당대표 권한을 강화하고 비대위를 없앴다. 이렇게 당대표의 권한이 세다 보니까 누가 사회 보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구조인데 그냥 천하람 원내대표가 다 해버리는 상황이다.
정당 민주주의와 절차적 정당성이 매우 중요한데 천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이준석파가 밀어붙여버린 당원소환제 자체가 문제라는 게 신 변호사의 주장이다.
당원소환제가 2가지 문제인 게 하나는 이준석 대표도 이걸 잘 모르고 있더라. 당원소환제가 아무 사유 없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법규 위반, 당헌당규 위반 등 당대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아주 위험한 경우라고 하는 사유들이 있다. 근데 지금 사유에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밀어붙이는 게 첫 번째 문제인 것 같고. 또 하나는 (당원소환제는)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진행하게 돼 있다. 그러니까 당대표를 쫓아내더라도 당무감사위에 진정을 넣고 그러면 당무감사위에서 심사를 해서 그걸 표결에 붙이도록 되어 있는데 근데 개혁신당에는 당무감사위도 없더라. 이번에 (허은아파에서) 새로 만들었는데 그것도 효력을 부정하니까. 그래서 원래는 천하람 원내대표가 (당원소환제의) 절차를 지금 진행할 수가 없다. 근데 힘으로 당원들의 뜻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 뭐 북한도 비슷하다. 거기도 인민의 힘으로 다 지금 밀어붙이는 건데 그래서 나는 이렇게까지 해서 허은아 대표를 지금 몰아세울 단계냐? 지금 내란을 진압해야 되고 국가적 위기가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저렇게 무리수를 둔다는 게 나는 좀 다른 저의가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끝으로 신 변호사도 빈 기자의 전망과 같이, 결국 법원의 가처분신청 결정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판가름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이준석파가 당을 깰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법원 가처분결정에서) 허은아 대표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이준석 의원쪽이 결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탈당을 해서 당을 깨든지, 당을 또 차리든지. 재창당. 뭐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다만 재밌는 것은 당을 만들어도 자기만 가야 한다. 비례대표는 못 움직이기 때문이다. 1인 정당이 되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어떻게든 사생결단을 해서 허은아를 내쫓으려고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이걸 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