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불체포특권 ‘포기’ 말고 ‘폐지’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양당이 7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양당이 합의한 부분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회기 안에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많으니 7월 내내 임시국회를 열어놓자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원래 7월이 국회 비수기인 만큼 2주만 여는 게 맞고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만큼 중간에 공백기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만나 국회의 모든 일정을 합의해서 결정하고 그에 따라서 국회가 돌아간다. 7일에도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서 7월 임시국회를 10일부터 열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기존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만큼 신임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11일과 12일)를 마치고 본회의에서 청문회 보고서까지 채택해야 할 데드라인이 18일로 정해졌다. 그런데 양당은 7월 임시국회를 언제 끝내야 할지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못 했다. 그래서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보면 개회일(10일)만 적시됐지 종료일은 공란이다.

 

일반적으로 여당은 정부의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를 상시적으로 열어놓는 것을 희망하고, 야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거나 국회를 닫아놓는 것 자체가 일종의 협상력이기 때문에 국회를 무한정 열어놓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18개 상임위원회에 쌓여있는 법안들이 무지 많고, 모든 법안이 상임위의 문턱을 넘어 본회의로 가기 전에 거쳐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도 상정돼 있는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7월 내내 국회를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별도로 설정해야 하는 본회의 개의일도 10일, 18일과 더불어 27일에도 한 번 더 열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국민 발표가 있었던 만큼 21일까지만 임시국회를 열어서 딱 2주간만 하는 것이 관행에도 맞다는 입장이다. 중간에 공백을 둬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지키겠다는 건데, 사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예고하면 여야가 합의해서 그 시기에만 원포인트로 비회기로 놔둘 수 있는 등 방법은 많다. 회기를 좀 늦추면 된다. 과거 권성동 의원 사례가 있다.

 

즉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기 직전 체포동의안의 당사자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법원에 나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굳이 비회기 기간을 별도로 둬서 마치 그 기간에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달라는 것으로 비춰지게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이 대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발언해왔는데 막상 대선 패배 이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하자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방탄 혜택을 봤다.

 

 

실제로 2022년 8월 이 대표가 당권을 잡게 된 이후로 민주당은 딱 이틀(3월31일과 5월31일)을 제외하고 올 6월까지 10개월간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해서 국회를 열어놨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언제든지 청구할 수 있고 혹시라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회를 닫아놓는 퍼포먼스를 주장하는 것은 어차피 지금 당장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방탄 이미지’만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구속이 안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저런 결심을 한 배경 몇 가지로 추정이 되는데 하나는 예전보다 리스크가 많이 떨어졌다. 검찰 수사 진행되는 걸 보면 대장동 그 다음에 위례, 성남 FC 이거 묶어가지고 구속영장 신청했는데 그게 체포동의안 안 됐고 결국엔 불구속 기소가 됐다. 다시 이걸로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드물어 보이고 그러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백현동 정도인데 그건 수사가 그렇게 많이 진척이 안 됐기 때문에 지금 당장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도 여기에는 포함이 돼 있고 그 얘기는 검찰 수사가 요란한 데 비해서 지지부진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설명했다. 

 

앞으로 이재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사건은 백현동 비리 정도다. 이것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나 대장동이나 성남 FC에 비하면 작은 사건이다. 따라서 대장동, 성남 FC 사건 등으로도 이미 불구속 재판을 받는 이재명을 백현동 비리만으로 구속하기에는 법원으로서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재명은 그런 계산을 하고 이번에는 출석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이 대표가 당내 레임덕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내놨다.

 

2월16일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반대표보다 찬성표가 더 많았다. 당시 이재명 체포에 동의한 의원은 139명으로 반대한 의견 138명보다 많았다. 기권과 무효표 20개를 합치면 너끈하게 가결되었을 거다. 당시에는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에는 부결시키고 다음에 가결시키자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체포동의안이 나오게 되면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재명은 사실상 불신임받는 것으로 (설사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거다. 따라서 그런 위험을 피하려고 먼저 선수 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권을 잡은 마당에 검찰이 자신들에 대한 칼질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나서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쇼를 할 만큼 이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야가 모두 불체포특권을 멀리하고 있는 묘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참에 말과 쇼만 남겨두지 말고 실제로 개헌을 해서 불체포특권을 제도적으로 폐지해버리면 어떨까? 국민들은 꼴보기 싫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하자고 거의 대부분 동의해줄 준비가 돼 있다. 정말 이번에는 말만 하지 말고, 국회 소집 문제로 장난치지 말고, 꼭 개헌으로 마무리를 짓자. 이미 김진표 국회의장도 원포인트 개헌으로 불체포특권을 폐지하자는 메시지를 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여야가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개헌을 하게 되면 불체포특권은 내려놔야 할 것이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