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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의 원인 제공자가 민주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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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안을 좁혀서 미시적으로만 보면 당연히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국내 정치 행위자로서 야당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계엄을 선포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에 대한 “경고”를 하기 위해 계엄 카드까지 꺼낼 정도로 야당에 대한 적개심이 크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의 방탄 국회가 계엄 사태를 촉발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계엄은 선을 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정치가 아무리 양당의 적대적 공존체제라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로 2년 반 동안 극단적인 대립의 수위가 역대급이었다. 매번 최악으로만 치닫았다. 국회 다수당의 지위를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탄핵’과 ‘날치기’ 카드를 남용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거부권’과 ‘검찰 수사권’이라는 칼을 쥐고 무분별하게 휘둘렀다. 올해 내내 한국 정치권에는 탄핵과 거부권만 있었다. 대화와 타협? 합의와 양보? 그딴 건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지경까지 됐을까?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의 표현대로 “미치광이”에 가까운 윤 대통령 개인의 일탈로만 해석을 해도 될까?

 

 

4일 저녁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여야가 최소한의 대화와 타협을 하지 못 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 공방이 오갔다. 유시민 작가와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민주당 포지션이었고,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과 전학선 교수(한국외국어대 로스쿨)가 여권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3대 1의 구도가 됐다.

 

유 작가는 “윤희석 대변인이 이런 자리에 나오면 힘이 든다”고 입을 열었는데 윤 대변인은 “3대 1이니까”라고 화답했다. 유 작가는 국민 4명 중 3명 즉 75%가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토론이 이뤄지는 어디를 가더라도 3대 1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파했다.

 

내가 그 얘기를 하는 것이다. 왜 3대 1이 되냐 하면 우리 전하선 교수 내가 다른 데 인터뷰한 거 그전에 쭉 살펴봤는데 이런 분이 아니다. 지금 보면 막 민주당을 편들어주는 것처럼 이렇게 지금 느껴지는데 근데 그렇지 않으시다. 내가 보기에는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긍부정이 20대 70이 돼 있다. 이거는 국민 평균이 이러면 어느 자리에 가나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윤 대변인이 토론회에 나가면) 되게 힘들 거다. 여당 토론자들이 어디 나오면 되게 힘들다.

 

그렇다면 원래 정치는 치열한 싸움이 본질이라는 말로 퉁칠 수 없는 작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은 어떻게 초래된 걸까? 누구 잘못이 더 큰 걸까? 일단 유 작가는 정치학의 통설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제 민주당 야당 쪽에서 대통령을 공격하니까 여당 쪽에서는 끊임없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한단 말이다. 이 방식으로 주고받고 있다. 이것처럼 원래 그런 거다. 정치가 피차간에 대통령과 국회와의 관계도 야당이 다수가 돼 있는 국회와의 관계에서 야당이 계속 대통령을 애먹이고 있다. 대통령 이것 때문에 뿔이 나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거 아닌가? 국민들한테 일러바치려고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근데 이게 정치 과정이다. 누구를 탄핵하고 어떤 공무원을. 예산을 자르고 이런 것들이 다 국회는 국회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자기가 헌법에서 부여된 권한을 가지고 이제 공방을 하는 거다. 자기 무기로. 그래서 정치에는 타협이 필요하다. 대화와 타협이 근데 지금 전혀 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다수 야당은 야당대로 자기 권한을 가지고 상대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지금 정치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이건 나는 뭐 어느 한쪽은 선이고 어느 한쪽은 악이다. 이렇게 보지 않는다. 원래 정치가 이런 거다. 민주주의라는 거는 그런 거다.

 

 

결국 유 작가는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보복을 살벌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협치가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책임 공방의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가 먼저 잘못을 했다는 취지다.

 

다만 그럼 왜 이렇게 격렬한 대결이 벌어지게 됐냐? 오로지 그러면 국민의힘 때문이냐? 혹은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냐? 그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책임이 그쪽이 많은 건 나는 또 받아들여야 된다고 본다.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라 그러지만 자기의 대선 경쟁자를 대선 끝나고 나서 걸어넣은 것이다. 그냥 어디서 뭐 물속에서 기포 올라오듯이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올라온 게 아니다. 검찰총장 지낸 대통령이 자기 측근 법무부장관 시키고 자기 따르는 사람 검찰총장 시키고 이렇게 해가지고 다 파내서 걸어넣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진행되고 있는 재판 5개 중 1~2개는 그럴 수 있는데) 나는 다라고 본다. (민주당에서 먼저 제기한 대장동 게이트처럼) 그 얘기 여기서 내가 일일이 안 하겠는데 통틀어서 보면 어떤 야당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 그 어떤 대화와 타협도 없다. 기본적으로 그거는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한 것이다.

 

유 작가는 2019년 ‘조국 사태’ 이후로 민주당 당권파의 입장에 서서 모든 논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좀 거르고 해석해야 하는데 사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검찰을 동원해서 자행된 정치보복은 훨씬 더 심했다. 국정농단 직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18개 정부부처에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캐비넷을 다 털었으며 수사할만한 전 정권 사람들의 혐의가 발견되면 곧바로 검찰에 토스했다. 그걸 받아 검찰이 수사하고 소환하고 영장 치는 일련의 과정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정치적 재미를 많이 봤다. 사실 문재인 정부 만큼 검찰을 동원해서 정적을 족치는 데 혈안이 된 정부가 없었다. 그 당시 검찰과 민주당의 압박 공세로 인해 수사 받다 자살한 인물들이 5명(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변창훈 전 검사/조진래 전 국회의원/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KAI 임원 김모씨)이나 됐다.

 

돌이켜보면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전부 검찰을 이용해서 정치보복을 하고 정치적 재미를 봐왔는데, 그 시절 민주당 대변인들은 검찰발 피의사실을 받아서 논평 내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적폐청산 마케팅으로 지지율 이득도 챙겼다. 우리편이 아닌 상대편을 조져줄 때는 검사 윤석열과 문재인 정부 그리고 민주당은 한몸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 때 강도 높은 정치보복을 했더라도 자유한국당은 나름대로 협치에 나설 때가 꽤 있었다. 의석수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측면이 있었지만 마냥 강경 투쟁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소한의 협치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 이슈에만 몰두했다. 유 작가의 말에 따르면 민주당은 본인들 당수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인해 맞대응 차원에서 대정부 네거티브를 강하게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에 대한 정치보복 여부를 떠나 ‘김건희 여사’를 물고늘어지는 등 윤석열 정부를 식물 정부로 만드는 전략은 결국 의석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탄핵 공세, 국민의힘을 패싱하고 일방적으로 안건 의결하기, 나아가 예산 삭감권까지 민주당은 갈수록 더 세게 여권을 몰아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모든 건 거부권과 정치보복 수사로 민주당에 대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파워를 압도했고 실제로 그런 국면이 지속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본질상 그 자체로 흠결이 매우 많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는 점도 한몫 했다.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건 모두 윤석열 정부의 한심한 대응으로 일이 커졌다. 올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로 윤석열 정부는 완벽한 레임덕에 빠졌는데 ‘김건희 게이트’를 넘어 ‘명태균 게이트’까지 터졌다.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이 대표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게 유 작가의 관점이며, 그렇게 굴러가던 한국 정치는 ‘스노우볼’처럼 점점 커졌고 눈덩이가 감당할 수 없이 커지다가 ‘계엄’에까지 이르렀다.

 

윤 대통령이 그 선택을 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고 이렇게 하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정부여당 쪽에서는 검찰을 동원하고 사법 제도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거고. 그걸 가지고 또 여당에서는 또 혐오감을 조장하는 식의 공격을 또 하는 거고. 지금 이게 우리 현실인데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들은 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유 작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민주당 또한 이 대표를 위한 사적인 방탄 목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매섭게 몰아부쳤다는 사실이 반증된다. 그렇다고 해도 계엄은 선을 넘은 게 맞지만, 타협할 건 타협하고 싸울 건 싸우는 분리 전략 없이 무조건 강공 모드로만 일관했던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과거는 과거다. 불장난 같은 계엄은 이미 선포됐고 허무하게 끝이 났다. 더 이상 경고성 카드로 계엄을 사용하는 위험한 최고권력자를 그대로 놔둘 순 없다. 탄핵 정국이 열렸다. 캐스팅보트는 “계엄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여기는 일부 양심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쥐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 되든 안 되든 간에 지금 탄핵안 제출하고 표결하고. 의결이 돼서 헌법재판소로 갈지 안 갈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건데 내가 이제 궁금한 건 이런 거다. 내가 민주당 편이긴 하지만 다들 알지 않은가. 그런데 위헌적이고 위법한 비상계엄을 발동해가지고 압도적 다수의 국민에게 비난받고 있는 이 대통령에 대해서 헌법기관인 국민의힘 여당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할 거냐 이거다. 이거를 얘기해야 된다. 진영을 다 초월할 수는 없지만 지금 사실 내가 바라는 거는 그렇지만 이렇게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불법을 일삼는 대통령을 자기 당 후보로 당선시켰다고 해가지고 계속 거기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이 여당 국회의원들의 양심에 거리낌을 주지 않는가? 이게 지금 궁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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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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