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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비판하는 조정훈 “시장을 이기는 정부”에 대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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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관록의 진보 정치인이 초선 의원의 과감한 도발에 대해 가볍게 응수하는 느낌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 대해 “그분이 그렇게 독해 능력이 떨어지는 분이 아닌데 저랑 대화가 좀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이어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거꾸로 묻겠다.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시하는 지금의 기업 문화, 시장 문화를 조정훈 의원은 계속 용인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지난 8월29일 대선 출마선언을 하며 “심상정 정부는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시장을 단호히 이기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음날(8월30일) 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아직도 진보 정치의 화두일까”라며 “과연 이게 2021년 대한민국 진보의 미래일까? 가능한지는 차치하고 바람직한 주장일까? 진보도 진보해야 하지 않을까? 진보가 새로운 가치와 화두를 제시하지 못 하면 필연적으로 기득권이 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진보 정치의 핵심은 시장의 다양한 역할을 꿰뚫어 제대로 활용하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의 파도를 거스르는 것에서 벗어나 파도를 제대로 탈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심 의원의 해당 구호는 “유효기간이 다한 이념 진보”라고 규정했다.

 

덧붙여 “(본인과 시대전환은) 생활 진보를 지향한다”고 내세웠다.

 

심 의원은 이런 조 의원의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 무응답이었다.

 

 

평범한미디어는 9월8일 오전 심 의원의 광주시의회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서 관련 질문을 전달하고 입장을 물었다.

 

심 의원은 조 의원의 독해 능력을 지적하며 “내가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되겠다고 했던 것은 생명과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는 기본권의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히 이기겠다는 이야기를 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 내의 어떤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시민권을 부여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양보해서는 안 될 최소한의 범위를 한정해서 시장이 정부를 이기지 못 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부각했다. 구체적으로 심 의원이 꺼낸 사례는 ‘산업재해’와 ‘다단계 하도급’이었다. 산재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 소재에서 원청 기업이 다 빠져나가도록 방임할 것이 눈에 뻔한 “중대재해법의 엉터리 시행령”을 바로 잡고, 광주 학동 참사를 야기했던 부실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과정과 다단계 하도급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다.

 

심 의원의 행간은 시장의 효율성이나 순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명과 인권의 문제에서 정부가 시장을 이겨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심 의원은 ‘강력한 시민권 부여’를 약속했다. 노동자, 하청기업, 대리점과 가맹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장 행위자들의 단결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이를 통해 “시장을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겠다”고 역설했다.

 

“(학동 참사 이후 석달이 지난 지금) 도대체 민주당은 어디에 있는가? 광주시장과 경찰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참담한 희생이 있었음에도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속에는 학동 참사도 없고, 가습기 살균제도, 삼성 백혈병도,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도 없다. 기가 막힌다. 이런 시민들의 참사 앞에서도 기업의 이익을 앞세우는 더불어민주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

 

사실 조 의원이 시장만능주의자는 결코 아니다. 조 의원은 “정부는 시장의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하면서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면서 “경제적 풍요와 삶의 여유가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 시장과 정부 모두가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풀어냈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게 아니라 시장이 제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의원이 보는 시장의 대표적인 역기능은 승자독식 현상이다. 무엇보다 심 의원이 시장에서의 약자들에게 단결권을 제대로 부여해야 한다고 했지만 조 의원이 보기에 시장에서의 행위자들은 그렇게 약자와 강자로 선명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조 의원은 “월급을 받고 사는 노동자도 힘들지만 종업원 월급을 밀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하는 중소기업 사장도 힘들 것”이라면서 강자와 약자간의 문제만이 아닌 약자와 약자간의 이해관계 충돌도 상당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를테면 현실에서는 편의점 점주와 대기업 본사의 충돌보다, 점주와 알바생간의 갈등 요소가 더 가시적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약자들이 불균형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정부가 시장을 압도해야 한다는 심 의원의 뉘앙스가 조 의원 입장에서 불편했던 것 같다.

 

 

조 의원의 화두는 간단치가 않다.

 

조 의원은 1일 김병권 소장(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이 페북으로 본인의 심 의원 비판을 반론한 것에 대해 “(김 소장이 인용한) 시장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도덕 감정이 복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개인과 사회의 영역에서는 옳지만 정치와 정책의 영역에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덕성은 건강한 사회에 필수지만 정치와 정책의 도덕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100여년간 시장주의적 원리가 득세했고 그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최악의 불평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는 야만적인 상황에서조차 조 의원이 “시장에 조금이라도 손을 대겠다고 하면 지레 낡은 계획경제 부활시키는게 아닐까 겁을 내는 매우 매우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직격했다.

 

김 소장은 심 의원이 그런 구호를 사용한 맥락으로 시장이 모든 것을 압도해버린 여러 징후들을 서술했다. 그러니까 시장이 실패했으니까 경직된 사회주의나 계획경제체제로 가보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시장만능주의적 시스템이 굳어져가는 것에 경고 차원으로 그런 구호를 썼다는 설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개탄의 대조의 취지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0년간 시장 지상주의, 기업의 단기수익추구 제일주의로 인해 정부는 무력해지고, 시민사회와 공동체가 파괴된 현실에 대한 성찰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조정훈 의원의 걱정처럼, 20세기 국가사회주의나 계획경제에 대한 향수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김 소장은 이러한 비판론을 서두와 본문에 충분히 서술한 뒤 경제학자 마크 카니의 책 <밸류>를 인용했다. 시장 감정에 지배되어 도덕 감정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김 소장에 따르면 카니는 인류가 ‘금융·코로나·기후’ 등 3대 위기에 직면했고 그 배경에는 “시장지상주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카니는 시장에서 통용되기 어려운 연대, 공정, 책임, 지속가능성 등의 소셜 밸류들을 전제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파생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김 소장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 의원은 “시장은 비도덕적이고 정부의 개입은 도덕적이라는 가정” 자체가 이분법적이라고 재반론했다.

 

조 의원은 “시장은 인간이 고안한 여러 제도들 중 하나이고 어찌보면 의도한 대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매우 예측가능한 제도”라면서 시장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능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고수했다. 시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관성을 경계하며.

 

나아가 조 의원은 故 박정희 대통령이 구축한 경제체제가 “관치금융”이었다면서 그런 “경제개발 계획이 시장제일주의인가? 또한 시장제일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시장을 운영했는지 누구를 승자로 만들고 누구를 패자로 만들고자 했는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조 의원의 철학에서 중요한 지점은 “시장 메커니즘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 이 대목이다. 시장을 악마화하지 말고, 도덕적으로 재단하지 말고, 시장의 메커니즘을 인정하면서 “시장을 입의 혀처럼 관리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조 의원은 “(시장의 파도를 잘 타는 실용주의자에 대해 시장의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면서 어떻게 개인의 욕구와 공동체의 공공선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결론냈다.

 

아울러 “2021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진보 정치는 시장과 정부, 노동과 자본,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도덕적 우월함의 바탕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답을 찾을 수 없다”면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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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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