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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고뇌 “옳은 얘기만 20년 하면 표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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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욕망을 거부하는 진보정당을 벗어나 시민들에게 효능감을 줄 수 있는 유력정당이 되기 위해 항상 고민해왔다고 고백했다.

 

 

심 후보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하우스 카페에서 개최된 <청년정의당과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심 후보는 예윤해 정의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질문을 받고 “정의당 내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이게 정당론과도 관련이 있다. 대중정당이냐? 등대정당이냐?”라며 운을 뗐다.

 

이어 “쉐보르스키라는 유명한 정치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군소정당과 유력정당은 큰 차이가 아니다. 유력정당이 진짜 정당이고 군소정당은 시민단체라고 말했다. 내가 20년간 진보정당을 하면서 가장 매달리고 있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예 부위원장은 아래와 같이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욕망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거부해왔다. 제 친구들만 보더라도 영끌해서 집 샀는데 집값이 올라야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나라도 그럴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집을 왜 가져? 공유하면 되지 이렇게 가르쳐야 하나? 일단 어디까지 욕망을 허용할 것이고 공공사회에 부합하게 욕망의 탈출구를 열어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근데 내 주변에서 정의당에 대한 이미지는 다 옳은 사람이다. 욕망 자체를 절제하는 수도승 같은 것이다. 그래가지고는 대중정당으로서의 기능을 못 한다고 본다. 대중정당이라고 하는데 하는 행동은 등대정당과 뭐가 다른가? 대중정당이라면 때로는 포퓰리즘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너무 없었고 소위 말하는 PC함으로 넘쳐나지 않았나.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주4일제는 회자되고 있다. 왜냐? 일은 하기 싫거든 하루라도. 사람 욕망이다. 우리가 채널이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 개개인이 채널이다. 왜냐? 그들의 욕망에 소구가 되면 알아서 바이럴된다. 스피커로 뭘 하지 않더라도 수요일도 쉴 수 있는 건가? 이렇게 바이럴된다. 좀 더 욕망들을 긍정했으면 좋겠다.”

 

심 후보는 한 마디로 “20년 동안 계속 옳은 얘기만 하는 정당에 여러분들은 표를 줄 것 같은가?”라고 되물었다.

 

비슷한 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했다.

 

심 후보는 “예윤해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옛날 민주노동당 생각이 났다. 왜 청년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옛날 레디앙이 기획취재를 했는데 그중에 지금까지도 잊지 못 하는 기사가 하나 있다”면서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이 나의 욕망을 거세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보정당 들어가면 왠지 화사하게 화장하는 것도 신경쓰일 것 같고 옷 내맘대로 입는 것도 제약당할 것 같고 내가 부자여도 안 되고 잘 살아도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이라고 풀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심 후보는 며칠 전 박가분 작가로부터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정의당 당원인 박 작가는 “(정의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어려운 말을 쓰고, 바른말 고운 말을 강요한다. 그러나 평범한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청년 노동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의 거칠고 투박한 말은 세상에 대한 분노, 변화에 대한 갈망, 열정의 표현”이라며 “그런 이들이 말조심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정당을 자신의 대변자로 느낄까. 정작 그들에게 지금의 정의당은 청년정당이 아니라 청년들도 극혐하는 젊은 꼰대의 정당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심 후보)과 정의당 정치는 엘리트주의에 찌들어 있다. 대중을 가르치려 든다. 명절 대목이 되면 정의당 정치인들은 채식 명절을 권장한다. 정작 아르바이트로 최저임금을 받는 청년들은 명절에 친구들과 만나 냉동 삼겹살을 굽는다”고 덧붙였다.

 

박 작가의 저격에 대해 강민진 청년 정의당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이 욕망을 불편해한다고 말씀하셨다. 국민들은 때론 나의 집값이 오르길 바라지만, 땅과 땀의 대결에서 땀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가장 공익적인 결정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며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은 그런 존재”라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심 후보는 옳은 말만 하는 욕망 거세정당을 넘어서서 유력정당이 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2019년에는 유력정당 원년을 만들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했다.

 

심 후보는 “(20년간 유력정당이 되는 길은 무엇인지 고민해왔는데) 욕망을 긍정하는 선거는 뭐냐. 시민들이 나의 1표가 효능감이 있어야 하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 정의당이 이야기하는 것은 10년 20년 후에 될지 모르는데 지금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민의 삶을 스톱해라 이렇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의 1표가 매선거에 주어졌을 때 이게 효능감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처음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정당 만들었을 때 그때 13%, 23%까지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정당 키워서 집권해야지. 당장 내 표가 사표가 되더라도 이건 미래를 위한 투자의 의미가 있었다”면서 “정의당은 오늘 아홉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진보정당의 역사는 20년이다. 더 이상 우리에게 미래를 위해서 투자를 해달라? 사실 가능하지 않다. 또 심상정은 또 어음달라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사표방지심리’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풀어보면 정의당에게 표를 줬을 때 뭔가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주거나, 공약이 현실로 펼쳐질 것 같다거나, 당선이 될 것 같다는 효능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심 후보는 정의당을 군소정당이 아닌 “유력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의당 소속 정치인이 출마하면 매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압박을 받게 되는데 외부적인 환경탓을 할 필요가 없다.

 

심 후보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과 단일화 할 것이냐? 안 한다. 이 질문을 후보가 된 지금부터 선거하는 날까지 받게 된다면 당연히 마이너리티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며 “근데 국민들에게 정의당이 어떤 집권 전략을 갖고 있는지 집권하면 어떻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자신있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내가 책임연정 이야기를 해도? 아마 이번에 되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도 집권하겠다고 나와야 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이 물어보면 답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진보정당은 당신 단일화할 거야? 이에 대한 답변은 아주 소극적인 방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비전으로서 답을 할 수 있는 준비는 안 돼 있었다. 나는 그 고민을 여러분들이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말이 나온김에 심 후보는 책임연정 논란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심 후보는 단일화 압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주당 및 시민세력과 “책임연정”을 구성하는 걸 전제로 자신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에 반감이 큰 당원들은 결국 “국민의힘의 집권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연대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심 후보는 “책임연정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면 그니까 이런 것이다. 후보는 여러분들이 날 뽑아놓으셨으니까. 후보는 국민들 속에서 마음껏 헤엄치시요. 뒷감당은 당이 할테니까. 이래야 선거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근데 지난번에 책임연정이, 후보가 여러 의도를 갖고 그 타이밍에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근데 그것을 단일화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읽은 사람도 우리 당내 밖에 없다”고 환기했다.

 

이어 “만약 내가 그동안에 민주당과 단일화 안 한다고 계속 이야기했는데 그 인터뷰가 그걸 좀 뒤바꾸는 여지가 담긴 인터뷰라고 생각했으면 기자들이 엄청나게 문의전화가 왔을 것이다. 아무도 전화 온 데가 없다. 딱 한 군데 있었다. 서울신문 한 군데”라며 “그런데 우리당은 엄청나게 뜨거웠다. 물론 그런 것들을 소통을 통한 공유기반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그렇다. 문제제기하는 당원들이 잘못됐다기 보다는 우리당의 어떤 전략, 심상정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우린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이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역설했다.

 

심 후보는 단일화 프레임을 벗어나서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들 입장에서 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입장이 이것이기 때문에 그걸 들이미는 것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나는 후보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우리 표가 안 되는 표도 없지만 설득하면 또 우리 표가 될 수 있는 그런 시민들에게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 늘 고민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큰 전략적 결정은 당연히 당에서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라는 그런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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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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