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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시경이 수천만원 내고 ‘악플러 고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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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가수 성시경씨가 큰 돈을 들여가며 악플러를 고소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씨는 29일 방송된 KBS joy <실연박물관>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배수진씨(방송인 배동성씨의 딸이자 유튜버 ‘나탈리’)의 악플 고민을 듣고 “악플러들이 많이 활동해줄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잡힐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만약 내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 하면 가중 처벌 되게 크게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취하해버리면 이 문제가 없어져 버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씨는 “쌩돈을 다 쓰기로 했다. 어떠한 케이스에도”라고 결단했다.

 

 

왜 그랬을까.

 

성씨는 “근데 이제 이게 어려운 것이다.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지고 나 욕하는 범죄자를 잡아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왜냐면 모른다. 이게 얼마나 큰 악영향과 나쁜 마음이고 사람을 자살까지 몰고갈 수 있는 건지를 그냥 자신의 배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중학생들도 있고 아니면 선생님들도 있고 뭔가 익명 속에서 대단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막상 나와서 조사받으라고 하면 큰일났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마치 이렇게 될줄 몰랐던 것처럼)”라고 덧붙였다.

 

앞서 성씨는 악플러들에 대한 선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고 밝힌 바 있다. 성씨는 지난 4월 8집 정규앨범 발매 시기를 맞아 유튜브를 시작했고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 현황을 지속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다 8월초 라이브 방송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당시 성씨는 “(고소당한 악플러들 중 1명이) 교육 쪽에서 일하려는 분인 거 같은데 시험 보려는 거 같다. 반성문이 와서 한 번 또 생각했다. 처음에 약속하지 않았느냐. 봐주는 거 없다고. 나쁜 마음을 썼으니까 (악플러는) 교육 쪽에서 일하면 안 된다”며 “나중에 깨우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장사하면 된다. 이번에 깨우치면 누굴 가르치려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사업을 하라. 좋은 마음으로”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성씨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악플러가 보내온 반성문을 진지하게 읽었다. 구구절절한 악플러의 호소에 대해 성씨는 “진심일 수도 있다. 정말 길다. 같은 내용으로 여러 번 쓴다”면서 “너무 너무 미안하다고 해서 너무 너무 상처였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긴 했다.

 

성씨는 <실연박물관>에서 “나도 왜 지난번 족발 좋아하니까 (악플러들이) ‘쪽바리’라고 하면 걸리니까 다들 똑똑하게 ‘족발이’라고 쓰는 것이다. 그래서 몇명 잡혀갔다”며 “말도 안 되는 걸 신이 나가지고 하나의 여론이 돼 버렸을 때 그거를 내가 감당해야 할까. 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내가 맥주 광고를 하게 됐는데 그 벨기에 본사에다가 저 모델을 쓰지 말라고 글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 내 일에 지장을 주는구나”라며 “그때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나한테 피해가 안 오면 아무리 욕해도 상관없었는데 너무 못 된 마음이다. 게다가 거짓 정보로”라고 덧붙였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씨도 그렇고 모든 연예인은 도를 넘은 악플 공격에 대해 고소를 결심했다가도 이내 취하(관련 기사)하곤 했다. 결국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자신의 컨텐츠를 소비해줘야 하는 직업적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수의 악플러들과 재판까지 간다는 것은 나의 음악과 드라마를 소비해줘야 할 대중들에게 겁박을 하는 것만 같은 노파심이 든다. 그래서 취하해왔다. 그러나 故 유니씨와 최진실씨 등 2000년대 후반부터 악플과 악성 루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사례가 있었고 이후에도 故 설리씨와 구하라씨 등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되면서 더 이상 참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슈퍼주니어 출신 김희철씨와 배우 김가연씨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악플러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배씨는 “연예인도 아닌데 악플이 달린다”며 운을 뗐는데 △아빠 돈으로 쉽게 산다 △아빠와 여행가는 프로그램에서 너무 싸가지가 없다 △돌싱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손으로 너무 입을 가린다 △이혼이 무슨 자랑이라고 떠벌리느냐 등 별의별 이유로 악플이 지속적으로 따라다닌다고 호소했다. 배씨에 대한 악감정은 가족에 대한 악플로 이어진다.

 

 

배씨는 “물론 자랑은 아니지만 이혼한 게 죄는 아닌데 내 아들과 가족에 대한 악플이 달리면 미쳐버리겠더라”며 “4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데 아이가 불안해보이고 엄마 닮아서 아이도 못 생겼네라고 했다. 나 때문에 내 아들이 욕먹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아들을 욕하니까 못 참겠더라. 그래서 실연박물관에 나왔다. 내 욕했을 땐 참아야지 했는데 내 가족을 욕하니까 이건 못 참겠다”고 밝혔다.

 

이어 “악플이 재밌어서 쓰는지 모르겠지만 특히 아이와 가족 관련된 악플들은 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미움과 비난은 안 보고 싶어도 계속 보게 된다. 10개 중 9개는 나를 응원하는 댓글들이더라도 1개의 비난을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온전히 자기 상처로 가져간다. 그런 심리가 있다.

 

배씨도 “안 보고 싶어도 계속 보게 된다. 악플 때문에 유튜브 채널을 두 번이나 삭제했는데 악플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면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성씨는 배씨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면서 “그리고 본인이 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걸 위해서 더 노력도 해야 하고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나쁜 글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도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을 대상화한다.

 

친구들과 만나 맥주집에서 수다를 떨 때는 온갖 일방적인 인물평이 빠지지 않는다. 연예인 욕부터 직장 상사에 부모까지. 본인 위주로 타인의 상황과, 외모와, 성격 등을 끊임없이 재단한다. 그런데 친한 관계가 아닌 이상 깊은 속사정을 매번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두가 공통으로 알고 있기 쉬운 연예인 대상화를 하기 마련이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다. 문제는 연예인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모두가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써놓는 것이다. 인터넷 문화와 익명성 더 나아가 댓글 문화 자체를 싸잡아서 욕할 필요는 없겠지만 상식 이하의 악의적인 표현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특정 연예인을 타겟삼아 집요하게 악플을 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살인이나 다름없다.

 

성씨는 악플의 비정상성만 부각하지 않았다. 성씨는 “표현의자유는 분명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그 선도 분명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연예인을 욕하기 위해서만 댓글을 달지 말고 연예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건조하게 개진하는 댓글 문화도 조성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현재도 선플이나 생산적인 댓글들이 많이 달리고 있지만 소수의 악플이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 지점에 주목을 해야 한다.

 

 

악플에 대한 사색은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어떤 대상에 대한 정보를 감지하면 자연스럽게 특정 감정과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그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할 때는 상대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에 대해 고민하고 숙고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처음 만난 사람의 외모를 보고 늙어보인다, 귀가 크다, 옷이 촌스럽다, 말투가 이상하다 등등 이러한 인상들이 떠오르더라도 바로 내뱉지 말고 필터링을 거쳐서 표현해야 한다.

 

자기 감정을 지나치게 숨겨야만 하는 ‘감정 노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이 때로는 타인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이 정도의 기본자세는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추고 있다. 책임성이 약화되는 온라인 익명관계가 문제인데 대한민국 모든 네티즌의 10% 정도는 악플 범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어찌보면 인간세계에서 살인과 성폭행이 사라지지 않듯이 악플도 박멸될 수는 없다. 악플러에게 악플 달지 말라는 식으로 기자수첩을 쓰면 너무 속편한 메시지 같다. 그래서 악플의 대상이 되기 쉬운 연예인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악플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성씨의 조언대로 내가 유명인이라면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법이다. 연예 매니지먼트는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연예인은 무명일 때 대중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유명해지면 ‘유명세’를 치른다. 전국 범위로 인기를 성취해야 업이 지속될 수 있는 직업적 특성상 악플의 타겟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악플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악플에 노출되기 쉬운 직종이 연예인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피력하고 싶다. 최소한 불특정 다수가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있는데 이를 견디고 연예인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끝으로 성씨는 “그니까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라고는 얘기 못 하지만 짓밟아서 뭉개서 없애버리려고는 안 하시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인 욕하고 싶으면 옆에 있는 친구한테만 하고 악플을 쓰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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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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