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25인승 버스가 갑자기 저수지 배수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사고가 아닌 자살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당시 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운전기사 1명이 탑승해 있다가 안타깝게도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고는 지난 1일 오전 9시쯤 전남 여수시 율촌면의 산곡저수지 배수로에서 일어났다. 어린이집 통학용으로 사용되는 25인승 버스가 갑자기 물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당시 버스가 빠진 배수로는 깊이가 3~4미터에 이르고 폭은 5미터였다. 절대 얕은 수심이 아니기 때문에 버스가 완전히 빠져 자취를 감추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현장 사진을 살펴보면 버스가 지붕만 겨우 남겨놓은채 거의 다 잠겨버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수소방서 대원들은 잠수장비를 이용해서 수색 작업에 나섰고 4시간만에 싸늘한 주검이 된 47세 남성 운전자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버스는 왜 배수로에 추락했던 걸까? 이유가 뭘까?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이 유력하다. 왜냐면 △A씨는 홀로 버스를 운행했는데 △사고 지점 주변에서 누군가 뚜껑을 따고 마신 것으로 보이는 농약병이 발견됐고 △여수경찰서의 수사 결과 A씨가 채무관계로 인해 심적 고통이 심했다는 사실관계를 어느정도 파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경찰도 25인승 버스라 폭이 넓어 시야상 사각지대가 생겨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간주했었다. 그러나 여러 정황들이 인지됨에 따라 자살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경찰은 죽음의 정확한 원인이 독극물에 의한 것인지, 익사에 의한 것인지 등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단순한 운전 과실로 보기도 희박하다. 어린이집 통학버스가 굳이 비포장길을 지나 저수지쪽으로 직진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 평범한미디어에서도 다뤘던 ‘부둣가 후진 사고’와 같이 해당 장소가 주차가 어려운 곳도 아니었다. 어두운 밤도 아니었고 해가 떠있는 오전 시간대였다. 아무리 부주의가 겹쳐도 눈 앞의 물 웅덩이가 안 보일 리가 없다. A씨가 일부러 액셀 페달을 밟고 물속으로 들어간 것 말고는 다른 원인이 상상되지 않는 상황이다.

가정해보자면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농약을 마시고 버스를 배수로 쪽으로 이동시켰을 것이다. 사실 이동이라기 보다는 버스가 저절로 배수로 쪽으로 움직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듯 싶다. 배수로에 경사진 부분이 있어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으면 충분히 알아서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문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말 자살이 목적이라면 즉사에 이를 수 있는 농약만 마시면 그만인데 왜 굳이 버스를 저수지에 빠트리려고 의도했던 걸까? 이 대목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상황들이 펼쳐졌을 가능성도 남겨둬야 한다. 혹여나 길가던 농민이 흘렸거나 버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A씨의 채무액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채무관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는 아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여러 정황상 자살이 유력하지만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