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인터뷰] 왜 자살하는가 “살기 위한 투쟁의 실패”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서울 한강대교들이 31개인 것에 반해 인천대교는 하나 밖에 없어서 그런걸까? 올해 들어 유독 인천대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들이 잦았다. 그래서 한 차례 기사를 썼다.

 

 

그러나 또 인천대교에서 누군가 투신했다는 뉴스를 접했고 곧바로 정채연 위원장(정의당 수원시정)에게 전화(11월8일 저녁)를 했다. 정 위원장은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임상심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6월 정 위원장과 만나 청년정의당 정신건강위원회를 만들게 된 계기와, 기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왜 꼭 인천대교인 걸까?

 

정 위원장은 “사실 대교를 선택한다기 보다는 자살 통계를 내보면 제일 많은 게 이제 연령대별로 조금 다르지만 목매는 것과 투신”이라며 “투신을 하기 위한 장소로서 대교가 선택되는 것이다. 인천대교 말고도 한강대교들도 그런 (자살) 보도들이 많이 있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투신을 하기 좋은 장소가 이제 다리 위나 건물 옥상 이런 곳들”이라고 말했다.

 

건물 옥상은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근데 인천대교는 그냥 차 타고 가다가 내리면 그만 아닌가. 그리고 교량이 또 기니까 이제 양쪽에서 사람들이 보고 어떻게 하기도 좀 어려울 것 같다. 말릴만한 사람도 없을 것이고 말린다고 하더라도 멀리서 보고 와야되는 그런 상황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아마 선택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인천대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다. 무려 21km에 달하고, 왕복 6~8차선에, 보행로가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살 시도를 감행하는 사례가 잦아졌고 2017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41건의 투신 사고가 발생했다. 근데 올해만 17건이나 일어났다. 그래서 자살 예방 ‘안전 난간’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인 주식회사 인천대교가 비용을 이유로 사실상 손놓고 있고, 인천시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투신대교”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비극적인 일이 빈번해지자 인천대교측은 21km 중 3.7km 구간 양방향에 1500개의 드럼통을 일렬로 설치했다. 고작 4000만원을 들여 드럼통을 놔뒀는데, 문제는 보행로가 없는 도로에 갓길 구간을 차단해버린 탓에 각종 안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임시로 차를 정차할 공간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고장, 차량 화재, 가벼운 접촉사고 등이 일어나면 갓길에 차를 세워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 마포대교 사례처럼 안전 난간을 전면 설치하거나, 추락 방지용 그물이라도 깔아놔야 하는데 인천대교측은 돈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 정 위원장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자살 예방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자살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물리적 조치들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 위원장은 “나도 분명히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시도를 좌절시키는 물리적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구조를 개선해야 된다에만 몰두하면 어쨌든 그 구조가 바뀌기 전까지는 변화하는 게 없다”고 호응했다.

 

(접근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교에) 올라가지 못 하게 볼 베어링을 미끄럽게 해놓는다든가 이런 조치들도 있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도 사실 사고도 있겠지만 자살을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또 농촌에서 농약을 많이 사용하니까 특정 농약 자체를 아예 판매 불가능하도록 만들거나 이런 식의 조치들은 계속 있어왔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일단 다른 방법을 강구해볼 여지가 있으니까 이런 조치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인천대교측에 따르면 24시간 CCTV 관제 시스템에 따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너무 넓기 때문에 실제로 자살 시도를 막은 사례가 없다.

 

그래서 정 위원장은 “대교를 순찰하는 인력이 많다면 뛰어내리려고 해도 발견 가능성이 훨씬 높지 않을까”라며 “(무엇보다) 안전 난간 같은 게 없다면 그런 걸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꽤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안전 난간이 있어서 자살 시도만 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생긴다면) 다시 시도를 하기 전에 관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비 지원이나 이런 것도 당연히 돼야 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그런 식으로 성공한 사례 뿐만 아니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들이 인천 내에서 얼마나 잘 관리가 되고 있는지 그런 걸 살펴보는 게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대교 투신 방지를 떠나 자살 문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 주제를 넓혀봤다.

 

정 위원장은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자살을 감행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흔히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시그널을 보낸다”며 “내가 현장에서 일할 때는 시그널을 안 보내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운을 뗐다.

 

사실 자살 시도를 해본 사람들이 주변 사람에게 반드시 시그널을 보낸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들 알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가 자칫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 했다”는 가족과 애인의 죄책감으로 이어질까봐 안쓰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안 그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 남에게 알리지 않고 그냥 자살을 감행하는 사례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었던 거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그런 사례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근데 굉장히 드물지 않을까”라고 선을 그었다.

 

자살을 결심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살까지 가는 과정을 우리는 연속적인 개념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 이제 죽을 만큼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고 그 생각을 한 다음에 수단을 찾아보는 또 그 과정이 있고 수단을 찾아본 후에 자살을 결심하는 과정까지가 또 있는 것이다. 이걸 연속적인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이제 자살 사고(thought)를 예방하면 이후에 자살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건데. 그래서 그 기간에 대해서도 분명히 연구가 있을텐데 하여간 하루 이틀 만에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시그널이 없기는 어렵지 않을까.

 

 

자살까지 시도했던 사람들은 좌절감의 연속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다 실패했기 때문에 결국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낫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렇게 살기는 싫고 더 행복하게 살고 싶고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지만 그게 계속 좌절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좌절감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분명 (자살까지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는 할 것이다. 그러니까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물론 의지가 없어서 이거는 절대 아니지만 누적된 스트레스와 좌절과 패배감 이런 것들 때문에 이제 작은 일에서도 역시 나는 안 되는 거다. 내가 이렇게 해보려고 했지만 역시 나는 안 되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약해져 있는 상태는 맞는 것 같다. 자살로 가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어떤 사람이 계속 비바람을 맞고 무더운 더위 속에 놓이고 그러면 심신 상태도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만약 무인도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고 치면 그 사람은 심신이 약해진 상태지만 사실 굉장히 강인한 생존력을 가지고 살아남고자 끊임없이 투쟁했던 사람인 것 아닌가. 근데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은 사실은 살아남으려고 끊임없이 투쟁했지만 그 투쟁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나마 ‘간병 살인’ 또는 ‘자녀 살해 후 자살’ 문제는 예산 편성 과정이 간단하지 않지만 “제도적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언제까지 내가 이걸 계속해야 되나 이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들 것이다. 이건 제도적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 같다. 간병 살인 같은 경우야말로 진짜 제도가 뒷받침되면 바로 해결될 수 있다. 간병 살인 자체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24시간 돌봄서비스 같은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인력과 예산 문제라 굉장히 어렵다.

 

 

사실 한국에서 자살 문제는 누구나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지만 그에 걸맞는 담론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부 차원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투입하고 있는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 제2차관 산하 건강정책국에 ‘자살예방정책과’가 신설됐고 관련 예산은 매년 2~30%씩 늘어 2021년 기준 320억원에 이르렀지만 전체 예산 규모 대비 0.0057%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전국 229개 기초단체의 전체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513억원으로 총 예산 대비 0.022% 수준이다. 자살예방센터를 설치 및 운용하고 있는 기초단체는 229곳 중 38곳(16.6%)에 그쳤다. OECD는 자살 예방 및 정신건강 예산의 비중을 전체 대비 5%로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절반 수준(2.7%)이다. 이 정도로는 매년 1만여명(2021년 기준 1만33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정 위원장은 “자살예방정책과 생긴지 얼마 안 됐다. 얼마 안 됐고 주무관도 몇 명 안 된다(과장 1명+주무관 3명+사무관 3명+민간전문가 2명)”면서 “결국 자살 예방 정책이라는 게 다른 행정기관들과 굉장히 많이 협업을 해야 되는 현실이다. 그냥 과 하나로서 자살 문제를 전담하기에는 인식 증진 정도의 사업 밖에 할 수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젠 정신건강 정책국으로 승격을 시켜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정 위원장은 전국 지자체 산하에 설치돼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이 태부족이고 근무조건도 너무나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신건강 위기의 경우 경기도는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이 된다. 그러면 거기에서 이제 응급 상황이자 지금 자살을 시도할 것 같다는 상황으로 판단되면 팀이 출동하고 이러는 건데 그 팀 자체가 너무 고되고 열악하다. (퇴사율이 높으니) 정신건강복지센터 인원이 많을 수가 없고 지금 있는 인원들도 사실 굉장히 어려운 업무이기 때문에 평균 근속 연수가 그렇게 길지 않다고 알고 있다. 업무 자체가 굉장히 심리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