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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항마’가 없다는 사실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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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6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어차피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메인이었다. 그 전에 국민과 언론 앞에 축협 간부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의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난 9월24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진행된 축협에 대한 현안 질의 이벤트다. 이미 문체부는 2일 축구대표팀 현 홍명보 감독과 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중간 브리핑을 해버렸다.

 

축구협회는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by 문체부 최현준 감사관)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진행하는 정기 오목렌즈 인터뷰 주제로 이번에는 ‘국회에 뜬 축협 우두머리들’을 선정했다. 전화 인터뷰는 9월25일 16시에 이뤄졌다. 박 센터장은 우선 “축구협회 임원진들한테는 기대치가 별로 없어서 생각했던대로 (국회 현안 질의에서) 변명하다가 끝났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며 “그나마 스타가 된 건 우리 박문성 해설위원인데 박 위원도 참 답답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원래 박문성 위원은 계속 자기 채널에서 하던 얘기를 그대로 가서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열사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똑같은 얘기를 유튜브에서 하다가 글과 언론 보도로 옮겨졌고 장소만 바꿔놨는데 국회의원들도 그렇고 기자들도 그렇고 임팩트를 받은 것 같다. (by 박성준 센터장)

 

박 위원은 실제로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축협회장을 면전에 두고 “정몽규 회장 체제가 끝나는 게 맞구나라고 하는 걸 다시 한 번 좀 느꼈다”며 “뭐가 문제인지도 문제의식이 없다. 공감 능력도 없다. 풀어 나갈 능력도 없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할 때 당시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발표한 당일날 소집해서 바로 그날 통보하고 30분 뒤에 발표를 한다. 말도 안 된다. 파리올림픽 진출 실패했다고 하는데 그게 그냥 실패한 게 아니다. 축구 질 수 있다. 근데 그때 어떻게 했냐면 파리올림픽을 이끌어야 되는 황선홍 감독을 굳이 안 해도 되는 (국가대표팀) 임시감독으로 겸임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 판단을 못 한다. 결국은 파리올림픽 진출 실패했다. 또 홍명보 감독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무능력, 무원칙, 불공정은 하나의 어떤 사건이 아니라 지금 정몽규 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한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뭐 팬들도 그렇겠지만 국민들도 이제는 끝나야 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재확인하는 것 같다. (중략) 홍명보 감독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선임됐을 때 내가 아는 지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제는 지도자를 그만할 생각이다. 이름 없는 지도자는 10년을 15년을 밑바닥에서 계속 굴러도 프로팀 코치 한번 프로팀 감독 한번 하기가 어렵다. 근데 누군가는 저렇게 특혜를 받으면서 국가대표 감독을 준다? 나는 이제 감독 못 하겠다. 지도자 못 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비단 이번 사건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조금만 길게 보면 승부조작범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 A매치 있는 날 꼼수 사면을 한 것이다. 매우 반스포츠적인 행위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런 식으로 꼼수로 사면한다?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by 박문성 해설위원)

 

국회에서 홍 감독은 공식적으로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센터장은 “지금으로선 거부할 거라고 봤다”며 “홍 감독이 자신있어 하는 이유는 뭐냐면 전임 감독이 워낙 못 해서 조금만 잘해도 표시가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프로 스포츠니까 당연히 결과와 과정이 다 중요하다. 과정은 곧 시스템인데 과정이 엉망인 것을 전국민이 지켜봤고 축구 전문가들은 특히 더 많이 성토하고 있는 상황인데 결과도 안 좋으니까 폭발한 것이다. 클린스만 체제 하에서의 아시안컵은 정말 경기 내용이 전부 엉망이었다. 진짜 보면서 꾸역꾸역의 잉글랜드처럼 겨우 이기다가 결국 4강에서 요르단한테 털리니까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소위 축협 사태다. 그게 올초였다. 그러다가 이제 올림픽 대표팀을 맡고 있는 황선홍 감독을 갑자기 임시 국대 감독으로 앉힌다든지, 이강인과 손흥민 갈등을 띄워서 비난 여론을 돌리려고 한다든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시스템을 무시하고 답정너식으로 밀어부친다든지. (by 박효영 기자)

 

한 마디로 모든 축구 유튜버들이 격노하는 것의 큰틀은 의사결정 과정이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마치 중국과 북한에서 최고권력자가 투표로 결정되는 것처럼 무의미한 요식행위를 하는 것과 같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서 그런 지점이 드러났다.

 

축구팬으로서 보면 그러니까 복잡한 거 다 빼고 이런 것 같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만 보면 박문성 해설위원 잘 이야기해줬는데 정몽규 본인이 개인적으로 원하는 결정이 있다. 예를 들어서 앉히고 싶은 감독이 있다거나 앉히고 싶은 전강위원장이 있다거나 이런 게 있는데 마치 중국이나 북한처럼 결국 최고권력자는 계속 누가 되는지 정해져 있지만 요식행위로 투표하듯이 보여주기가 있다. 그러니까 원하는 건 클린스만이고 홍명보인데 요식행위로 뭔가 좀 절차를 밟는 것처럼 코스프레를 한다. 바그너도 무슨 심층 면접하듯이 하고 브리핑도 시켰는데 결국 이임생 시켜가지고 답장너식 결정을 한다. 거기서 이제 왜 답장너지? 순수하게 모르고 들어왔던 박주호 전강위원이 폭로를 한 것이다. (by 박효영 기자)

 

박 센터장은 이상한 인식으로 흘러가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실패했으니까 국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축협 윗공기가 비합리적이다.

 

히딩크 감독이 성공하고 나서 거의 다 외국인 감독을 썼다. 그리고 이제 외국인 감독으로 클린스만이 실패하니까 이제 국내 감독 써야지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데이터나 어떤 구체적인 사례나 어떤 청사진 없이 임기응변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임시 감독 뽑듯이. (by 박성준 센터장)

 

핵심은 시스템과 절차에 따른 합리적 선임이다.

 

국내 감독이든 해외 감독이든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장단점 분석하고. 감독으로서 역량과 축구 철학, 성적 통계, 국내 거주 여부, 연봉 등등 이 모든 것들을 다 따질 수 있도록 전력강화위원회도 있고 그 안에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도 있었다. 일련의 절차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것처럼 헌신짝 취급해놓고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 앉히고 요식행위처럼 만든 걸 문제 삼는 건데 마침 그렇게 뽑아놓은 클린스만 감독이나 황선홍 임시감독의 결과도 ‘똥’이었다. (by 박효영 기자)

 

박 센터장은 홍 감독이 욕을 먹고 있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도 짚었다. 축협 전무 출신으로서 김판곤 감독(현 울산 HD FC 감독/전 감독선임위원장)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홍 감독이다. 박 센터장은 “그 시스템을 다 뛰어넘고 마음대로 결정한 것의 수혜자가 바로 홍 감독 본인”이라고 직격했다.

 

자기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니까 자기는 그 시스템 위에서 군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지금 뭐 하는 건가? (by 박성준 센터장)

 

박 센터장은 협회 관계자로 국회에 출석한 4인방(정몽규/정해성/홍명보/이임생) 전부 “정몽규의 패밀리”라고 규정했다. 즉 “배신하면 죽는 걸 다 아는데 배신하겠는가”라며 애초에 그들이 정 회장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정 회장을 대체할 대항마가 축협 내부에 없다는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재력도 그렇고 영향력도 그렇고 지금 다른 후보가 나와서 내가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인물이 안 보인다. 누군가 나서겠다고 하면 문체부에서도 어떻게든 힘을 실어줄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누가 나와서 하겠는가? 현대가 내부에도 다른 인물들이 마땅히 없다. 정몽준이 다시 할 수도 없고, 정의선 회장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서 굳이 누구를 한 번 모셔오고 싶다고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재벌가는 LG, 삼성, SK 이 정도인데 현대에 버금 가려면. 근데 SK 같은 경우는 핸드볼쪽으로 하고 있고 야구단도 내려놓은 상황이고, 삼성도 스포츠단이 워낙 많고 스포츠 투자를 최소화하는 추세고, LG도 안양 치타스 이후 축구하고는 좀 멀어져 있는 상태다. (by 박성준 센터장)

 

축협과 축구업계 내부에도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이 있을 것이고 이런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닌데 ‘정몽규’라는 인물이 워낙 최악이라 일단 정몽규부터 끌어내려야 한다는 대의를 공유하고 있다. 그 이후에 축협 정상화의 과정이 혼란스러울지라도 일단 선결조건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과장을 좀 보태서 비유하면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더 욕먹는 자리가 축협회장과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다. 진짜 대통령 다음인 것 같다. 대통령과 정권이 욕먹는 분위기까지 덮어버릴 정도다. 클린스만과 정몽규에 대한 성토가 그 정도였다. 그만큼 국대 축구는 대한민국 국민들한테는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원래 욕먹는 자리니까 욕을 먹는 게 당연하다. 이런 건 아니고 이제 보는 눈들이 많은 만큼 제발 합리적인 절차와 시스템으로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들이 크다. (by 박효영 기자)

 

박 센터장은 이제 “2002년 멤버들을 비롯 축구계 유력 인사들이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인터넷 유튜브에서만 하지 마시고 나와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일부에선 손흥민 등 현역 선수들이 보이콧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팬들은 아주 일부이긴 하지만 지금 멤버들이 전부 보이콧을 해야 한다고도 한다. 최고의 스쿼드를 가진 선수들이 다 보이콧을 해버리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는 효과가 있겠으나 수습은 어떻게 할 것인가? 2002년 최고의 선수 즉 브론즈볼 수상했던 우리 홍명보 감독은 가장 큰형이었다. 근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는가? 사실 지금 최고의 원로들이 가만히 계시는 게 좀 답답하긴 한데 차범근, 허정무 등등. (by 박성준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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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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