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비탈길이나 경사면에 차량을 주차하거나 정차할 때는 정말 유의해야 한다. 사소한 부주의 하나가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0월24일 아침 8시8분쯤 전남 강진군 도암면의 한 편도 1차선 도로에서 한 노인이 비탈길에 1톤 트럭을 주차하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70대 할아버지 A씨가 트럭에 깔렸다는 신고가 강진소방서로 접수됐으나 이미 A씨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어쩌다가 사망하게 된 것일까? 강진경찰서가 주변 CCTV와 블랙박스 등을 조사해본 결과 A씨는 새벽 3시40분쯤 비탈길에 트럭을 주차하고 하차했다. 그런데 별안간 트럭이 비탈길에서 밀려내려오기 시작했다. 이후 트럭이 왼쪽으로 넘어지면서 그만 차주인 A씨를 덮치고 말았다. 아마 A씨가 일을 보고 돌아왔던 8시 즈음 차량이 밀려내려오고 있던 걸 목격하고 무리하게 대응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현재 경찰은 트럭을 감식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실상 A씨가 비탈길 주차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시동을 꺼놓은 차량이 단순히 결함만으로 비탈길에서 저절로 움직일 수는 없다. 흔히 비탈길에서 차량이 저절로 밀려내려가는 경우는 안전장치들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다. 1톤 트럭 이상 즉 직업 운전자들이 이런 사고를 많이 당하는데 차량 무게가 많이 나가기도 하고, 승하차가 잦은 만큼 사이드 브레이크(핸드 브레이크 또는 주차 브레이크)만 채우고 기어를 P(주차)로 해놓지 않고 N(중립) 또는 D(주행)로 놓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절대 사이드 브레이크만 믿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1~2톤 가량 되는 스타렉스 차량을 비탈길에 세워놓는다고 했을 때, 일부러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만 채워놨다면 정말 속절없이 밀려내려간다.
신원향 교수(아주자동차대학교 자동차제어 및 진단기술 전공)는 “주차 브레이크를 채우면 모든게 해결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주차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할수록 브레이크 라이닝과 드럼 간격이 커져서 헐렁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탈길 주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지에만 주차하기 △사이드 브레이크와 기어 P 체크하기 △핸들 돌려놓기 △고임목 설치하기 등 4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특히 고임목 설치는 평범한미디어에서 비슷한 사고를 다룰 때마다 강조해왔던 사항이다. 중량이 큰 차량일수록 비탈길에서 미끄러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고임목을 구비해놓고 사용해야 한다. 사실 웬만하면 평지 주차만 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비탈길 주차를 했을 때에는 안전 조치를 이중 삼중으로 확실해 갖춰놔야 한다.
자동차 정비 전문가 장가드 역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탈길 사고를 확실히 막기 위해서는 고임목 설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핸들을 돌려 놓는 것은, 바퀴가 보도와 차도 사이 경계석에 걸치게 해서 혹여나 차가 밀리더라도 턱에 걸리도록 조치해놓는 의미가 있다. 이외에도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오는 차량을 절대 손으로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작은 경차도 사람보다 훨씬 무겁다. 게다가 관성까지 붙어서 그 충격량은 어마어마하게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절대 사람이 차를 막으려고 하면 안 된다. 차라리 주변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피하라고 알리는 게 낫다. 그리고 브레이크 등 제동 기능의 점검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과적은 절대 금물이다. 사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경사로가 아닌 평지에 주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항상 평지에다 주차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경사로에 주정차를 할 때는 3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