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전상민의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1번째 칼럼입니다. 전상민씨는 새정치민주연합, 새누리당, 미래당 등 정당 활동 경험이 있는 청년이자 취업준비생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전상민 칼럼니스트] 121대 1, 59대 1, 41대 1, 26대 1. 보기만 해도 살벌함이 느껴지는 숫자들이다. 이 숫자들은 경쟁률이다.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들이 갖고 있는 실질적인 의미는 뭘까? 121대 1은 모 공공기관의 기능직 입사 경쟁률이고, 59대 1은 모 공기업 자회사의 입사 경쟁률, 41대 1은 모 광역지자체 도로관리 담당 공무직 경쟁률, 26대 1은 5개월 정도 일할 수 있는 모 공공기관 계약직의 입사 경쟁률이다. 청년들에게 인기 많은 메이저 공기업이거나 대기업 입사 경쟁률이 아니다.
청년 실업 얘기만 나오면 아직도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편하고 안정적인 일만 찾고, 월급 많이 주는 곳을 고집한다 등등.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다. 나는 취준생이다. 각종 면접 현장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아등바등거리고 있는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선입견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지원해서 합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입 공채라고 하더라도 면접장에 가보면,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청년들 또는 일해본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내가 가봤던 면접장에 5명이 왔는데 4명이 경력을 갖고 있었다. 대단한 곳이 아니었다. 계약직 면접을 가봐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 짧게라도 일한 경력이 아예 없으면 면접장 가서 할 말이 없다. 현실적으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진입한 청년들은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청년내일채움공제든, 청년 일경험 사업이든 현재 정치권에서 청년 일자리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백약이 무효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너는 해결책을 알고 있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딱히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청년 실업에 대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와의 관점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만들어지는 청년 실업 정책들이 현장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기에 조금이라도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에게 삭감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관련 댓글들을 보면 한 기업에 묶여서 기간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 많고, 채움공제 자체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드물다. 물론 시행된지 10년이 넘은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거나 개선하지 않고 무작정 예산 삭감으로 처리하는 것도 옳은 방책은 아니다.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보단 그래도 채움공제를 통해 인위적으로나마 근속 기간을 높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뭔가 아쉽고 씁쓸하다.
사실 지금 채움공제를 두고 여야가 투닥거릴 때가 아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렇게 해보자. 안정적인 일자리 공급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백하고 이직이라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좋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젠 더 이상 취준생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일자리 정책과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 보고 싶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은 이벤트성으로 어디 방문하는 쇼만 하지 말고 조용히 취준생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고충과 현실을 파악하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