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웹툰 작가에게 불리한 ‘웹툰 저작권’ 문제 알고 있나요?

배너
배너

#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4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웹툰 지망생에게 플랫폼에서 연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의 의미는 지대하다.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를 통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희생도 감내하게 한다. 웹툰 작가들은 계약서 앞에서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작품이 성공하면 다음에 좋은 조건으로 재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온다. 자신이 들어간 자리가 사실은 불공정 계약에 허덕이다 펜을 꺾어버린 어느 선배 작가의 자리였다. 운좋게 작품이 성공하더라도 본전이다. 맨날 마감에 쫓겨 연재일을 맞추다가 밤낮이 바뀌고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다. 높은 연봉을 받는 작가는 극소수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공짜로 제공되는 웹툰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잘 알지 못 한다. 그래서 플랫폼이 주는 월급 같은 원고료에도 감지덕지다. 그런 작가들에게 무기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저작권이다.

 

 

 

그런데 저작권을 교묘하게 뺏는 일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재 계약인줄 알았던 계약서가 사실 지식재산권의 영구독점계약, 나아가 저작권 양도 계약서였던 경우가 많다. 작가는 계약이 종료된 이후 작품을 마음대로 공개하지 못 하는 상황에 직면한 뒤에서야 잘못된 계약이었음을 깨닫고 뒤늦게 조치하려고 하지만 무력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 뺏는 계약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등장하는 조항이 있다. 바로 ‘비밀유지’다. 원천 기술력을 보호하고 개런티를 과도하게 지급해서 통상 다른 계약과 혼동할까봐 동원되는 그런 비밀유지의 조항이 아니다. 법률 지식에 취약한 작가가 계약 사항에 대해 제3자와 상담하는 것을 못 하게 막고, 불공정 항목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비밀유지 조항이다. 비밀이 유지되지 않으면 작가는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다는 항목도 따라붙는다. 정상적인 계약이라면 비밀유지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

 

저작권을 빼앗는 또 다른 수법은 기획 단계부터 회사가 작품에 강제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동 저작권을 주장할 요건을 갖추게 된다.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면 연재가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작가는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회사는 잊지 않고 2차 저작물의 우선 협상자임을 명시한다. 결국 회사는 공동 저작권자이면서 동시에 독점 유통권까지 쥐게 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회사와 분쟁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사가 갑의 위치에 있기도 하고, 계약하기 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법률 지원을 받을 수도 없고, 백희나 작가와 故 이우영 작가의 사례처럼 회사가 아무리 부도덕해도 법정 싸움에서 이기기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다른 작품을 준비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대한민국의 저작권법과 판례는 회사와 작가를 동등한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쪽에 명백하게 불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상호간에 동등한 입장에서 합의에 이른 것으로 간주하고 유효한 계약이라고 판단한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작가가 연재를 포기한다면 애초에 불리한 계약을 맺을 일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작가에게 작품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필자는 우리 저작권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장래 저작물에 대한 포괄적 양도를 무효화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저작권을 양도하더라도 양도되는 권리를 개별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범위, 목적, 기간, 장소에 따라 ‘제한’한다. 독일은 저작권에 ‘이용권’을 설정하고 저작자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지 않으면 보상의 청구 또는 계약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작품이 크게 성공하면 그에 따른 수익 배분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것을 저작자의 기본 권리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유럽연합 저작권 지침(EU Directive on Copyright)’에 의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사항이다.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건을 유럽 저작권법에 대입해보면 문제가 된 ‘저작물 개발 용역’에 대한 장래 저작권 양도는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 또한 백희나 작가가 한솔수북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으며 계약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저작권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분쟁이 벌어지면 작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마케팅과 기획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작품은 창작자, 기획자, 마케터, 경영진 모두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 사실 성공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고생해서 함께 만들었으면 그에 따른 수익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여전히 웹툰업계 곳곳에서는 양의 탈을 쓰고 불공정 계약서를 내미는 곳들이 많다. 작가들은 연재의 꿈에 부풀어 가로수등에 나방 달려들 듯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만다. 그리고 장래의 모든 권리를 넘겨주고 시작도 전에 은퇴를 준비한다.

 

최근 다행히도 한국만화가협회, 웹툰협회를 비롯 많은 곳에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주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과부적’이다. 저작권법 자체에 저작자 보호 조항이 없는 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반강제로 저작권을 빼앗는 일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웹툰 작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작품은 자식인데 자식을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