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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에 투자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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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8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이전까지의 화폐는 국가에 의해 발행됐다. 국가는 필요에 따라 화폐를 풀기도 하고, 거둬들이기도 하며 경기를 조정했다. 그런데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화폐가 등장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다. 2008년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익명으로 등장해서 국가가 세금으로 은행을 구제하고 있는 현실을 환기하며 중앙통제 방식의 은행과 국가의 관계를 비판했다.

 

 

비트코인은 마이너 커뮤니티에선 저항의 상징이었으며 급진론자들은 국가와 중앙은행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물론 비현실적인 주장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16년간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다. 2022년 5월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대폭락하면서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만, 현재 국내외를 넘어 암호화폐를 유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은 여전히 굳건하다. 암호화폐 월간 거래량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초기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벼락 부자가 되었다. 애플 컴퓨터를 개발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비트코인이 금이나 달러보다 안정적”이라고 밝혔는데 아무래도 초기 투자자들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반대로 워렌 버핏은 “암호화폐가 나쁜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워렌 버핏의 견해에 공감하는 편이다. 암호화폐는 투자시장 전체에서 계속해서 마이너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이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다.

 

전통 화폐가 국가별 경제 정책이나 대내외적인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아서 외형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가치가 오르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이 늘어나서 값이 올라갈수록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도 올라간다. 그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초기 투자자들도 처음에는 단순 호기심과 유행에 뛰어드는 마음으로 비트코인을 사모았을 것이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리게 되면서 어쩌다 대주주가 되었다. 그들은 코인의 극히 일부를 현금화하는 것만으로 평생 쓰지도 못 할 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돈을 다시 암호화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재투자했다. 그 결과 여러 파생 코인들이 생겨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됐다.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암호화폐 시장은 점점 기존 투자시장이 비판받았던 취약점을 닮아가고 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유동성을 조종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암호화폐 대주주들이 그들만의 소통 창구에서 파도를 만들었다가 재빨리 빠져나가는 것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개미들은 벼락 부자의 꿈을 안고 파도에 안기려고 하지만 큰손들은 항상 당신보다 한 수 위다. 운 좋게 파도타기에 성공했더라도 행운은 지속되지 않는다. 일회성이다. 대주주들이 만들어내는 유동성과, 휩쓸리는 사람들이 보태놓은 가치 급변의 파도는, 암호화폐로 현물 거래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암호화폐로 누군가 돈을 벌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누군가의 현재와 미래의 손해 때문에 가능했다. 붐이 일어 너도나도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려드는 단계에서는 손실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암호화폐가 진짜 화폐로 기능하려면? 대주주들이 무리수를 두지 않아야 한다. 유동성 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소수 담합으로 급변이 없을 만큼 투자금이 넓고 고르게 분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비현실적이다. 차라리 세계 정부를 구성해서 지구상의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는 일이 더 쉬울 것이다. 당신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다면 실행하기 전에 2가지를 명심하길 바란다. 대주주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과, 당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대주주가 될 수 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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