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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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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17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이번 <산전수전>에서는 발목 수술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지난 6월 왼쪽 발목 수술을 받고 40일이 흘렀다. 지금은 초기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사실 재활 치료도 간단치 않았다. 병원 자체가 프로 스포츠 선수들도 찾아오는 유명한 정형외과라서 예약 및 대기 환자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딱 한 차례만 재활 치료를 받았다. 그래도 수술 이후 발목에 힘이 없어 자주 삐끗할 것 같은 불안정성이 심했는데 지금은 조금 안정적이어졌다. 다만 수술 이후 4주 동안 깁스와 보조기를 착용하고 걷고 있음에도 발목의 경직도와 통증이 여전한 편이다.

 

 

오는 8월21일에는 오른쪽 발목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양발 통증으로 인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양발에 깁스를 하게 되면 대학원 다음 학기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게 불보듯 뻔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2개 대학원(성균관대 법학 석박사통합과정과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 모두 휴학하기로 했다. 좀 더 빨리 세상에 나가 내 또래들처럼 꿈을 펼쳐보고 싶은 조급함이 있는 터라 휴학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엔 주간 수업을 듣고 있는 세종대만 휴학하고, 야간 수업을 듣는 성대는 학기를 등록해보는 방식을 고민했지만 이번엔 주치의와 부모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정말 조급함을 잠재우는 것이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해병대 부사관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험난한 개인 사업의 경험을 겪다보니 내 또래 친구들보다 늦은 나이에 학부를 졸업했고 30대가 돼서야 대학원에 진학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했다. 시작이 조금 늦을 뿐 또래들 보다 내가 못 나지 않았고 부족할 것도 없다고 늘 상기하고 다짐했다. 막상 친구들의 취업, 승진, 결혼 등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고 학생 신분이라 비용 내는 게 부담스러워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도 기피하게 됐다.

 

호텔관광 분야와 법학 분야 두 곳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대학교 강단에 올라 수업을 하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대학원 과정을 끝내고 싶었던 탓에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줄도 모르고 무리를 했다. 2022년 초에는 암 수술을 받고 1~2년 추적 관찰을 위한 요양 권고를 받았음에도 학업을 이어나갔다. 돌이켜보면 학부 2학년으로 복학했던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학업, 자격증 취득, 각종 자기계발에 있어서 단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맘 편히 쉬어보지 못 했던 것 같다. 학부 4학년 때는 조기 취업으로 학업과 직장을 병행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감행하기도 했다.

 

나는 대전에 있는 배재대 졸업생이다. 지방 4년제 사립대 졸업생이다보니 솔직히 더 유명하고 알아주는 대학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성대와 세종대로 진학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결국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모두 과도한 욕심일 수밖에 없다. 학업 도중 온갖 병원 입원과 수술을 겪는 과정 동안 뼈져리게 깨달았다. 암수술 이후에도 미련하게 관광학 석사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무리수를 뒀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여름방학부터 2학기까지 6개월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만큼 오직 재활 치료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내년에 복학하면 두 전공 분야에 대한 연구 주제를 진지하게 탐색하는 등 다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나의 찬란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음편은 오른쪽 발목 수술까지 마치고 양쪽 발목 재활 치료가 완벽하게 끝난 뒤에 이어가보려고 한다. 아마도 연말이나 연초쯤이 될 것 같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며 무더운 여름 건강 챙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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