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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학원 동시에 다녔던 첫 학기 ‘회고’를 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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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15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드디어 대학원 이중학적자(성균관대 법학 석박사통합과정과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로서 정신없이 부딪치기만 했던 첫 학기가 끝났다. 지난 1월말 이중학적 합격 발표를 전했던 산전수전(山戰水戰) 5번째 이야기 이후로 평범한미디어 독자들과 5개월간 함께 하는 마음이 들어 험난한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작이 반이니까 두 대학원에서 조금만 더 희로애락을 겪다 보면 금방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간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여곡절들로 가득했다. 직장, 대학원, 건강 문제 등 3가지 중대 과업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돌아가며 날 괴롭혔고 동시에 덮치기도 했다. 물론 직장을 관두고 두 대학원 생활에만 매진하기로 했는데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고단했다. 매일 같이 과제를 수행하며 멘탈이 자주 깨졌고 남모르게 많이 울기도 했다. 나는 원래 뭔가에 한 번 집중하면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잠자는 시간조차도 줄여가면서 일을 끝내기 위해 앉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렇다 보니 이번 학기에도 엉덩이가 짓물러서 종기까지 생겼다. 쓰라리고 아프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하지만 학기 막바지 엉덩이 종기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발목 인대 파열, 돌발성 난청, 심장판막 장애까지 3연타를 얻어맞다보니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껏 준비했던 최종 발표 수업에도 출석하지 못 하게 됐다. 좌절감에 휩싸였다. 불안하고 우울했다. 공황이 온 것만 같았다. 담당 교수님께 면목이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머릿 속에는 가요 노랫말처럼 “죽고 싶단 말밖에 난 할 수가 없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부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는 극단적으로 치닫았고 하루종일 허각의 <죽고싶단 말밖에>를 들은 적도 있다. 그래도 실의에 빠져있을 수많은 없었다. 교수님께 강의 불참 사유를 포함 사과 메일을 정중히 보냈는데 다행히도 교수님으로부터 양해를 받아 과제를 제출하고 발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한 수업만 빠진 게 아니었다. 또 다른 수업의 담당 교수님께도 같은 메일을 보냈는데 불쾌하셨던 것인지 ‘읽씹’을 당했다. 하필 그 교수님이 나의 논문 지도 교수님이다. 그래서 더 실망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앞이 캄캄하고 남은 학기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첫 학기부터 지도 교수님께 찍힌 것 아닌가.

 

성대에서도 쉽지 않았다. 수업별 과제를 제출하고 발표도 무리없이 하긴 했지만 충분히 양질의 내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발표를 할 때마다 교수님들께 깨지고 또 깨졌다. 날카로운 지적을 많이 들었고 그 화살이 내 가슴에 꽂혔다.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서글프다. 그래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기에 그저 받아들인다.

 

좀 더 건강관리를 잘 했어야 했다. 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말고 신청 학점을 적절히 조절했어야 했다. 두 대학 토탈 21학점이나 들었는데 학부생도 아니고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으로선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이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이번 1학기에서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남은 학기들에서는 신청 학점 균형과 건강 관리를 이악물고 챙겨야겠다.

 

지난 14번째 이야기에서 6월 말 발목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고 알려드렸다. 그래서 수술 마치고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격주간 연재했던 산전수전을 한 텀 쉬어가고자 한다.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가며 우리를 괴롭히겠지만 건강 잘 챙기시고 7월말이 되면 다시 돌아올테니 독자들께선 잊지 말고 찾아와서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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