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저는 토론식 수업을 자주 하기 때문에 강의에서 여러 사회 이슈를 다룹니다. 그러다 보면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는데요. 정치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저는 평소 정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정된 재화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 정치는 분배의 과정 이 정의는 국가 예산안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년 정부는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합니다. 국회는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하고 사업 타당성을 따져 세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낭비는 없는지 감독하죠. 2021년 국가 예산은 555조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난 액수입니다. 기획재정부의 자료를 보면 이번 예산안은 일자리 확충, 복지 증대, 디지털 역량 강화, 환경 문제 해결, 방역, 국방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산안을 보면 정부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산의 분배는 정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예산이 정치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누가 서울시장이 될 것인지,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하는 일도 정치입니다. 선거
[평범한미디어 이성윤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 나는 일찍이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청년 정당 미래당을 창당했고 올해로 세 번째 선거를 경험했다. 기초의회부터 청년들이 바꿔보자며 2018년에는 도봉구(서울시) 기초의회 선거를 지원했고, 올해는 송파구(서울시) 기초의회 선거를 지원했다. 3년 전 도봉구에는 36세 청년(김소희 전 미래당 공동대표)이, 이번엔 32세 청년(최지선 전 미래당 미디어국장)이 기초의회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둘 다 낙선이었지만 각각 득표율 8%, 7%를 얻었고 첫 선거임을 감안해서 나름 만족했다. 두 차례의 선거에서 많은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지만 우리가 부딪힌 가장 큰 벽들 중 하나는 ‘너무 어리다’는 시선이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5세임을 감안하면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이를 더 먹어야 제법 출마할 나이가 됐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을 마주하며 더 큰 궁금증을 갖게 됐다. 윤 전 총장과 청년 정치인 간에는 어떤 간극이 존재할까? 물론 윤 전 총장의 사회적 위치와 그간의 경험들을 30대 청년과 비교해봤을 때 훨씬 더 신뢰할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정신 승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 그런 말을 듣습니다. 얼마 전 2년째 사용하던 무선 청소기가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는데 구입가의 3분의 2 정도 비용이 청구됐습니다. 배터리와 필터를 교체했으니 거의 새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데 주변에서 정신 승리를 한다며 놀리더라구요. 제게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들 때문에 짜증과 화를 안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신 승리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큐의 정신승리법 지금은 정신 승리가 일상적인 용어가 됐지만 원래는 문학 비평에서 사용하던 개념입니다. 정신승리는 루쉰의 <아큐정전>에 처음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아큐가 치욕스러운 상황을 왜곡하고 유리하게 해석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모습을 보며 루쉰 작가가 붙인 용어가 정신 승리법입니다. 아큐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구타를 당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아큐는 "아들뻘 되는 놈들과 싸우는 것은 어른스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어른이다. 그러므로 내가 대항하지 않더라도 패배하지 않은 것"이라는 식으로 정신 승리의 사고를 합니다. 도스토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4.7 보궐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원내외 소수정당들을 취재해왔는데 고구마를 물없이 먹은 기분이 들었다. 서울시장 선거에 총 12명이 출마했는데 의미있게 취재해왔던 소수정당의 후보들은 6명이었다. 이들은 정치를 비즈니스로 여기는 국가혁명당 허경영씨 보다 표를 못 받았다. △3등 허경영 국가혁명당(1.07% 5만2107표) △4등 김진아 여성의당(0.68% 3만3421표) △5등 신지혜 기본소득당(0.48% 2만3628표) △6등 신지예 무소속 팀서울(0.37% 1만8039표) △7등 송명숙 진보당(0.25% 1만2272표) △8등 이수봉 민생당(0.23% 1만1196표) △9등 오태양 미래당(0.13% 6483표) 이슈 메이킹을 할줄 알고 창의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다고 믿었던 미래당의 오태양 대표는 꼴찌였다. 오 대표의 득표율은 허씨의 8분의 1에 불과했다. 오 대표는 지난 2월16일 출마 선언을 했을 때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타겟삼아 철저히 네거티브에 집중했다. 동시에 본인의 소수자성을 부각했다. 오 시장이 예고한 선거운동 장소를 미리 선점해 갑질당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격하게
[평범한미디어=천양원 기자] 어린 아이들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일상을 노는 일처럼 재밌게 여긴다. 매순간 자신의 삶을 즐거움과 재미로 채워놓고 그렇게 살아간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는 와중에도 다양한 삶의 형식을 체험한다. 다채로운 재미를 통해 다양한 삶의 형식을 체득한다. 언어체계를 구축하기 이전에 온몸으로 온갖 재밋거리들을 경험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귀가하기 전까지 반복된다. 물론 집에서도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쉬지 않고 소리와 행동의 놀이를 지속한다. 아이들은 놀이터나 놀이공원에 갔더라도 스스로 구축한 ‘재미의 질서’대로 놀지 못 하게 된다면 큰 감흥을 못 느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은 지금 여기서 생동하는 아이(I)로서 존재하지 못 하고 우리(fence) 속에 갖힌 아이(child)일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빨리 와”라고 했다면 이 말은 명령하는 말일까? 부탁하는 말일까? 오스트리아 출생의 영국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본인의 저서 <철학적 탐구>에서 말을 할 때 화자가 함의하고 있는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트겐슈타인은 그것을 ‘언어 게임’ 이론으로 정리했다. “빨리 와”라는 말은 두 사람의 관계성
[평범한미디어=문명훈 칼럼니스트] ‘내 인생은 내 의지대로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격언이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은 상황의 영향을 꽤 많이 받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생긴 ‘코로나 블루(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과 무기력)’만 봐도 삶이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계가 단절되고 일상이 무너지면서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쉽게 우울과 좌절에 빠지게 됩니다. 인간은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프리랜서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 역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업이 줄고, 일의 형태가 달라지면서 간헐적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 속에서 자아 실현을 찾는 제게 코로나 팬데믹은 꽤 힘든 상황입니다. 인간은 관계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에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 하는 상황도 우울과 무기력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3~4개월만 있으면 풀리겠거니 생각했던 코로나 시국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합니다. 관계 형성과 직업적 성취는 자아실현과 존중감을 느끼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관계가 단절되고 직업적 성취가 무너지면 개인은 심
[평범한미디어=문명훈 칼럼니스트] 19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년~1920년)는 국가라는 조직 자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국가란 뭘까요? 정치는 또 뭘까요? 베버는 본인의 강의록을 책으로 엮어낸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적 정당성, 정치인의 유형, 정치인의 자질, 관료제와 민주주의 등에 대해 논했습니다. 베버는 근대 국가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라고 정의합니다. 국가의 본질을 폭력의 독점으로 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사적 폭력을 금지하고 법률에 입각한 강제적 폭력을 행사합니다.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국가, 여러 군벌이 지배하는 사회, 무장집단의 테러가 빈번한 곳은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중세 유럽은 제대로 된 근대 국가의 특성을 갖고 있지 못 했습니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지 못 했고 여러 세력 집단들이 폭력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지 못 하면 공동체 내부에서 무질서가 판을 칩니다. 국민들은 무능한 국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폭력 집단이 자기들 마음대로 협박하고 상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