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칼 막스의 시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두 그룹으로 나뉘었던 계급이 현대로 들어와 세분화됐다. 일부 기업의 '노사 편가르기'는 치밀해져가고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노동자가 악덕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투쟁과 단결도 있지만 '법'이 중요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마저도 배반당하기 일쑤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더욱 야박하다. 올초 사업주로부터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사실상 맹점 투성이다.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명명됐었지만 기업이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재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의 범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중재법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그저 사업체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기대 뿐이다. 그래서 중재법 체제 이후에도 산재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건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최근 일류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도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 15일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재해예방TF팀을 구성하고 현장을 방문해 내년부터 적용될 중재법 시행령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중대 재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지난 6월11일 이준석 대표가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당권을 잡았습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 이상인 상황에서 만 36세의 나이로 100석 이상의 큰 정당의 당대표가 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다는 뜻이겠죠.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흐름에 발맞춰 청와대는 만 25세의 박성민 청년비서관을 발탁했습니다. 파격적인 인사죠. 두 사람은 정치에 새로운 시각과 논리를 가져올 인물로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명의 청년 정치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붙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 평소 신념으로 갖고 있던 ‘능력주의’(Meritocracy)가 공정하지 않은 기준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박성민 비서관은 만 25세의 나이에 1급 공무원이 됐다는 점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불공정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제가 네 번째 칼럼(‘공정성’에 대한 고민)에서 정치를 ‘한정된 재화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는데요. 물리적 재화 뿐 아니라 유무형의 가치도 분배의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최근 몇 개월간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 전반으로 학교폭력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학폭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더 이상 그저 어렸을 때의 실수나 객기로 정당화될 수 없다. 사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너네 둘이 얼른 화해해”라는 식으로 대충 처리하려고 했었다. 학창시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엄청난 마음의 상처이자 평생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청소년기에 당한 학폭 피해는 성인이 된 뒤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어느 순간 청소년들의 학폭 수위는 잔혹한 성인 범죄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두의 고민과 주의가 필요하다. 절대 단순히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문제는 어렵고도 복잡한 학폭 문제를 탁상공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이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난 2014년 모 중학교에서 '멈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 친구가 괴롭힘이나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주변 친구들이 일제히 "멈춰!!!"라고 경고성 멘트를 외쳐주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구교육청에서 2012년 학폭 근절의 일환으로 도입됐는데 놀랍게도 관내 학교들에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폭이 많이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집 근처 모 고등학교를 지나치면서 무수한 글귀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3년만 고생하면 90년이 편하다.” 과연 그럴까? 내가 많은 세월을 산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고개를 계속해서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정말 무책임한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정말 다양하고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한 학생이 3년 동안 놀지도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가정했을 때 그 학생이 노환으로 사망할 때까지 안락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대표적으로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했던 의사들이나 변호사들을 살펴보자. 물론 안락하게 돈 많이 벌면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모든 전문직들이 마냥 편하게만 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적성에 안 맞아 방황하고 생각보다 과도한 업무환경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업했던 사무실 또는 병원이 생각보다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내가 알고 있는 모 신경외과 전문 병원 원장만 하더라도 뼈를 깎는 수술을 하느라 맨날 온몸이 쑤신다고 푸념을 한다. 혹시 “공부 열심히 해도 힘들다면 그냥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인기있는 문화 콘텐츠는 그 시대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1978년 출판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우리는 70년대 도시 빈민층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고, 1987년 발표된 소방차의 노래 <어젯밤 이야기>는 당시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댄스 노래로 대중음악의 변화 양상을 보여줍니다. 1999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국내 첫 200만 관객 돌파 영화인데 그 영화를 통해 우리는 당시 한국 영화의 성장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수많은 부모님들의 속을 끓게 했던 <스타크래프트> <바람의나라> 등과 같은 게임은 지금 돌아보면 디지털 문화의 성장을 상징하는 콘텐츠입니다(사실 두 게임이 90년대에 출시되었다는 건 비밀입니다). 2013년에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급증하는 1인 가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프로그램이죠. 어떤 콘텐츠든 어느 정도 그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를 비추는 거울 넷플릭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제가 최근 며칠 동안 빠져있는 콘텐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집이라는 공간의 성격이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장인은 재택 근무를 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붐비는 곳을 피해 집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심지어 온라인으로 만남을 갖는 경우도 있죠. 홈트레이닝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홈트족도, 집에서의 활동을 SNS로 인증하는 놀이 문화도 생겼습니다. 업무, 교육, 사교, 운동, 문화생활 등 집의 기능과 역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집 외에도 여러 공간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사라질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과 기술의 발전으로 공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관계를 보여주는 거리감 여러 학교를 다니며 강의를 하다보면 강의 조건이 천차만별입니다. 대강당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과 수업을 할 때도 있고, 일반 강의실에서 20명 남짓의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수업을 많이 하죠.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 수업을 하느냐에 따라 말투나 태도가 달라집니다. 소규모 강의에서는 장난도 치고 편하게 대하지만 대강당에서는 저도 학생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가끔 강의에서 적절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아 한참 헤매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단어를 내뱉지 못하고 입 안에서만 맴도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특정 낱말이 떠오를 듯 말 듯 머릿속이 하얘져 하려던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거죠. 불완전한 기억 때문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설단 현상(Tip-of-the-tongue Phenomenon)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적합한 단어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어렴풋이 아는 내용을 말하려다 보니 말이 꼬이고 분명 알고 있는 것 같은 단어임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억의 저장과 인출 기억 저장이나 기억 인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기억에는 크게 세 가지 과정이 포함됩니다. 경험하고 생각한 내용을 기억으로 바꾸는 부호화(enconding), 부호화된 정보를 유지하는 저장(storage), 부호화된 정보를 떠올리는 인출(retrieval)입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인
[함평공립요양병원 윤석호 행정원장] 급격한 농촌인구 감소, 농촌 일손 부족, 농산물 가격폭락 등 우리 농촌의 해묵은 문제는 많은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 수 없는 문제로 고착되고, 해결점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아심이 든다. 여기에 종잡을 수 없는 기후 변화와 끝없는 개방의 물결은 농촌의 한숨을 더욱 깊어지고, 위기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화되고 있지 않나 싶다. 농촌 존재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할 시점임은 모든 국민이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존재의 위기를 맞고 있는 농촌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의 하나로 ‘농촌 주민수당’ 도입을 검토해 볼만하지 않을까?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의 도올 김용옥 교수와 박진도 국민행복충전포럼이사장의 대담에서 농촌 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책으로 ‘농촌 주민수당’으로 50만원씩 주자는 제안을 하는 것을 보았다. “바로 이것이다”는 쇼킹한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를 농촌의 문제와 서울의 문제로 구분 짓고 따로따로 해결하는 것으로 접근하지 않고,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의 틀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농촌은 고사위기에 있는데 문
[평범한미디어 문명훈 칼럼니스트] 저는 평소 편의점 간편식을 자주 먹습니다.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은 가성비 좋은 한끼 식사인데다 식당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코시국이라 간편식이 좋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면 음식 종류가 많아 뭘 먹을지 고르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리는데요. 날이 갈수록 편의점 음식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컵밥, 초밥, 홍어, 치즈케익 같은 제품들이 진열된 것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편의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편의점에서 눈에 띄는 제품은 비건 도시락입니다. 비건 간편식이 출시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제가 가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이제는 채식이 일상에 스며든 트렌드라는 걸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편의점 뿐 아니라 마트에서도 비건 제품이 많습니다. 만두, 떡볶이, 라면, 파스타, 햄버거, 빵, 과자 등 많은 메뉴가 채식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과거에는 맛이 없어도 신념 때문에 채식을 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채식 제품들의 맛이 좋아졌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저도 방송에 나온 채식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피터 싱어' 채식주의자의 논리를 이야기하
[평범한미디어 김현 기자] 광주전남 대표 일간지인 전남일보가 연일 지역주의를 자극하고 있다. 4월27일 “새 검찰총장 '지역 출신 유력 후보'에 기대감 크다” 기사에서 전남일보는 검찰총장 후보 검사들의 지역 출신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호남지역 출신의 총장 후보가 여럿 거론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는 지역 법조계 분석을 인용했다. (링크) 5월3일 “김오수 전 차관, 검찰총장 후보자 발탁” 기사에선 영광 출신인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강조했다. (링크) 특히 광주대동고를 졸업한 약력을 강조하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와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져 '광주대동고' 정관계 인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고 썼다. 그밖에도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박균택 전 법무연수원 원장까지 거론하며 “법조계에도 동문이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인드 채용하는 세상에... “90년생이 온다”는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책이다. 저자 임홍택 씨는 이를 통해 “(90년대생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며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라고 주장했다. 블라인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