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9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길거리에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도 개로 착각하고 설레는 사람. 개덕후인 나를 가장 잘 소개하는 문장이다.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음악 축제에 인명구조견들이 시범을 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늦잠으로 떡진 머리도, 뙤약볕 아래 걸어서 30분을 이동해야 하는 무대 위치도, 수많은 축제 인파도 나를 막을 순 없었다. 불굴의 의지로 무대 바로 앞까지 나아가 자리를 잡았다. 핸들러와 호흡을 맞추며 장애물들을 통과하고, 냄새로 사람을 찾아내는 구조견들의 모습에 환호와 박수를 멈출 수 없었다. 내 앞엔 아담한 크기의 골든리트리버 구조견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색 털은 땀에 쩔어 축축했고, 분홍빛 혀는 입 밖으로 축 늘어진 채로. 골든리트리버 특유의 천사 미소는 잃지 않았다. 그 친구는 기다림이 지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39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 센터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고 했다. 대권을 바라보는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는 밴드왜건 유력 후보였던 만큼 추격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강한 견제를 받았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방어를 꽤 잘했다”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걸 직접적으로 내세워서 보여주지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2019년 패스트트랙 국회법 위반 공소 취소
※ 이번 조기 대선에서 유일한 진보 대통령 주자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선거운동과 메시지를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시리즈로 보도해보려고 합니다. 평범한미디어는 폭력적인 거대 양당체제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과 ‘비양당 소수정당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미 기성 매체들은 양당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 과잉 보도를 하고 있는 반면 권영국 후보에 대한 보도는 너무나 미약합니다. 평범한미디어라도 권 후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의 평범하지 않은 선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친민주당 보도로 일관해왔던 MBC의 앵커답게 정슬기 아나운서는 “마지막으로 완주할 계획인지?”라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무례한 질문이었는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내란 세력을 완전히 패배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으로 심판할 수 있는 나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갈음했다. 정 아나운서처럼 주요 매체들은 빅3 후보 외에 TV 토론에 초청된 권 후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공보팀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
[평범한미디어 박다정 기자] 안무가 배윤정씨는 <오은영 리포트>에 출연해서 "결혼 생활이 재미없고, 죽고 싶었다. 내가 힘들고 필요로 할 때 남편은 없었다"며 산후우울증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산모들은 누구나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산후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겪는다. 모든 산모들이 겪는 것이니 힘든 시기가 자연스럽게 지나가길 기다리면 되는 걸까.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 이후 많이 변화한다. 체중이 늘어나는 만큼 배와 가슴의 피부가 쳐지고 급격히 커진 배에는 튼살이 생긴다. 그리고 임신 기간 동안 생겨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태아의 성장을 돕지만 산모에게는 우울감, 수면장애, 불안감을 느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임신 후유증으로 변해버린 심신이, 출산 이후 시간이 좀 지났을 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신생아는 3시간에 한 번 수유를 해야 한다. 힘든 출산을 겪고도 충분히 회복할 겨를 없이 잠과 휴식을 포기하고 하루종일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출산 후 산후 우울감을 호소한다. 살이 찌고 늘어진 피부를 보면 스스로가 창피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섭게 느껴진다.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3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칼럼니스트] 비엔나에 와서 모든 게 좋아졌다면 참 좋았겠지만 사실 그렇진 않았다. 외국에서 일도 안 하는 백수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었고, 한국에서 가슴 아팠던 일들을 굳이 생각하며 또 슬퍼했다. 살고 있는 도시를 바꾸었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니까. 비엔나는 각종 통계자료가 보증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여전히 무거울 때가 있다. 외로움에 잠들지 못 하거나, 우울함에 계속 잠만 잤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최고의 도시에 살고 있는데 여전히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떠올려보는 지겨운 교훈이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단 한 번의 화려한 목표 달성으로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인생 따윈 없다. 행복은 늘 쉽게 오지 않는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미국에서 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는데 한인 교포 가족 3명도 일격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7일 새벽 5시반 즈음(현지 시간 6일 15시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앨런의 한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몰에서, 은색 승용차를 타고 내린 한 괴한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범인은 33세 백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인데 네오나치주의자로 알려졌다. 가르시아는 경찰에 사살됐는데, 가르시아를 빼면 사망자는 8명이다. 쇼핑몰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평화로운 주말 오후였는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인 교포 가족은 4명이었는데 6세 첫째 아들 윌리엄만 살아남았고 38세 남편 조규성씨, 36세 아내 강신영씨, 3세 둘째 아들 제임스는 가르시아의 총알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 조씨 가족은 지인 모임에서 받은 윌리엄의 생일 선물 옷이 맞지 않아 사이즈 교환을 하기 위해 쇼핑몰에 방문했었다. 조씨는 변호사였고, 강씨는 치과의사였는데 평소에 누구보다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댈러스 지역 한인 사회에서 칭찬이 자자했다고 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라 조씨 부부의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심판과 수사 현황, 차기 집권을 노리는 정치 전술이 언론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어느정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는 완전히 방탄 모드로 돌입했다. 정치권이 더욱더 혼탁해졌다. 2~3주 전 개헌을 해서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다 묻히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계엄 이후의 정치는 달라야 한다. 그래서 개헌과 권력구조 변화는 필수적이다. 박원석 전 의원은 12월16일 방송된 kbc 광주방송 <박영환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서 “나는 사실 지금 조기 대선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 시스템에 드리워진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며 “개헌 문제를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 정면으로 논의해야 한다. 어떤 특정인의 인격과 개성과 이성과 나라의 국민의 운명을 맡기는 체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걸 넘어서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 지금과 같은 검찰 국가를 넘어서기 위해서 검찰의 수사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청을 없애고 기소청과 중수청의 제도적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비례성을 어떻게 높일 건가. 그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54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2.3 계엄 사태가 발발하기 3주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됐을 때였는데 사실상 공천 청탁을 입증하는 스모킹건과도 같았다. 그 당시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오목렌즈 정기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주제는 ‘윤석열 정부의 위기’였다. 그때만 해도 윤 대통령은 등돌린 민심을 돌리기 위해 민주적인 방식을 선택했었다. 정면승부 차원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열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어느 날 우연히 평범한미디어에서 작성한 기사(진보의 암흑기 “사람들이 부자를 좋아한다”/“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은 무개념”)에 제기된 강력한 반론글을 보게 되었다. 플랫폼 얼룩소에서 활동하는 서형우씨(1992년생)는 MZ 문인을 자처하는 논객인데, 최근 평범한미디어에서 내놓은 ‘불편한 하루’ 기획 기사에 말 그대로 버튼이 눌렸다. 덕분에 평범한미디어 멤버들은 때 아닌 논쟁을 벌여야 했다. 형우씨는 두 기사에서 평범한미디어가 유권자를 탓하는 논조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개조되어야 할 것은 당신네들의 버르장머리다! 국민을 개조시켜야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아주 유구한 전통을 지닌 담론이다. 그리고 그 시초 격으로는 아마 춘원 이광수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춘원의 후예, 기자 윤동욱 씨와 대표 박효영 씨 덕분에 불쾌한 하루를 보내다가 퇴근 후 집에 와서 글을 쓴다. '불편한 하루'가 아니라, '불쾌한 하루' 되시겠다. (중략) 유권자들이 못 났다. "사람들이 부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진보정당이 올바른 노선으로 가고 있는데, 못 되먹은 국민들이 표를 안 줬다! 그런 말이나 끄적이고 앉아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2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비엔나의 여름. 그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유명한 축제 <필름 페스티벌>이 있다. 7~8월 내내 시청 광장에 전세계 음식들을 판매하는 수십개의 부스가 있고, 커다란 야외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거나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오케스트라가 영화 음악을 연주한다. 그날은 축제의 마지막 날이라 사람들로 더 붐볐다. 영국 피쉬앤칩스, 중국 만두, 태국 팟타이, 한국 핫도그, 일본 라멘 등등... 음식 부스를 차례대로 지나칠 때마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핫플의 기운을 즐기며 신중하게 축제에서 즐길 마지막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내 앞으로 천천히 한 할머니가 지나갔다. 이런 축제 한복판에 보행보조기를 잡고 비틀거리는 할머니의 등장이라니. 선명한 초록색 드레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