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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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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안 대표가 지난 1일 출마선언을 한 뒤로 주요 언론들에서 연일 안 대표의 행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빅4 대선 주자들 중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안 대표의 표를 흡수하기 위해 공동정부론이나 단일화 협상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단일화나 야권 통합에 대해 단호하게 “생각 없다”며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안 대표는 정치 인생 9년간(2012년 대선 출마선언 이후부터) 매번 정국의 중심에 있었다. 본인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안 대표는 10월21일 방송된 조선일보 유튜브 <모닝라이브>에 출연해서 “정치한지 만 9년 됐다. 아마 정치의 중심에서 계속 있다 보니 그렇게 (훨씬 오래된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나름대로 항상 선택의 기로에 많이 섰다”며 “큰 정계개편이라든지 전체적인 구도가 바뀌는 것은 지난 9년 동안 내가 주도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굉장히 오래 정치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년간의 경험을 따지고보면 예전에 DJ(故 김대중 대통령)나 YS(故 김영삼 대통령)도 정치 시작한지 9년만에 나만큼의 경험을 하셨을까? 그건 아니었을 것”이라며 “정당을 주도해서 최대한의 교섭단체를 만든 유일한 현역 정치인이다. 정치력에 대해서 이미 증명했다. 정치력의 정점이라는 게 정당 창당을 주도하고 교섭단체를 만든 성과를 올린 것”이라고 자평했다.

 

여기까지는 자타공인 인정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버텼고, 정국을 흔들었고,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안 대표가 거대 양당 바깥에서 제3지대 중도의 길만 걸었다고 하기에는 뭔가 찝찝한 대목이 있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9년 이상 큰 양대 정당이 아니라 바깥에서 있었다”며 “친한 중견 언론인들이 나한테 평가하는 게 대한민국 70여년 정치 역사상 이렇게 바깥에서 이 정도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유일하다고 하더라”고 피력했다.

 

이어 “약한 사람이 이렇게 살아남을 수 없다. 웬만큼 강한 담대한 정치인도 바깥에 나와서 며칠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행동으로 증명했다고 본다”고 어필했다.

 

 

안 대표는 출마선언문 곳곳에서도 “기득권에 빚진 것이 없어 비리에 단호할 수 있다”고 하거나 “진영이 아니라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해왔기 때문에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꿋꿋하게 그 길을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거대 양당에 큰 영향을 주고 정계개편을 주도했다는 점까지는 수긍이 된다.

 

2015년 연말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와 다음해 2016년 구 국민의당을 만들어서 20대 총선에서 대박을 낸 점에 대해서는 양당 밖에서 정국을 흔들었다고 할만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2018년 초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바른미래당을 출범시켜 4개 교섭단체 다당제 체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정의)를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안 대표는 2012년 당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민주통합당)와 단일화 협상을 벌이다 중도 사퇴했다. 특히 2013년부터 군불을 지핀 신당 창당(새정치연합)을 포기하고 2014년 초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과 합당을 해버렸다. 7개월 전 4.7 보궐선거에서는 신 국민의당 소속으로 있다가 지금의 제1야당 국민의힘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조건없는 합당”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라면 양당 체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넘어 양당의 한 포지션에 들어갔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들어갔다가 자기 입지가 확보되지 않으니 다시 나온 것이다. 모두 집권여당의 횡포에 맞서 야권 통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온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천하람 변호사는 10월31일 방송된 MBC <정치인싸>에서 “안철수 대표가 예전부터 중도 정체성을 꾸준히 지켜왔었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정말 자기 지분을 갖고 있고 새정치가 뭔지에 대해 나름대로 자기 해석이나 철학을 뒷받침시켰다면 당연히 지금처럼 아주 맘에 드는 후보가 없는 대선이라면 큰 포션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사실 1~2년 전부터 안 대표가 내놓는 메시지를 보면 저희보다 더 오른쪽에 가있는 경우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굉장히 강하게 비판하고 지난번 4.7 재보궐 때는 심지어 저희랑 단일화도 했었고 그때 조건없는 합당을 하겠다고 그랬다. 그러면 과연 많은 국민들이 보셨을 때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뭔가 차별화되는 정체성이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냥 저희 당에 안 들어와 있다는 그 이미지만 조금 남아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천 변호사는 안 대표가 합당까지 거론할 정도였으면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에 들어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거듭해서 천 변호사는 “(정의당처럼 독자적으로) 갈 수도 있는데 만약 이분이 독자적 정체성이 있었다면 어떤 독자성이 있는 표가 모일 것”이라는 지점을 인정했지만 “이미 보수 정체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지금 51대 49로 되는 대선에서는 저희가 따로 시스템적인 단일화를 안 하더라도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께서는 굳이 안철수를 찍어서 사표를 만들겠느냐”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국민들에 의한 자연스런 단일화 내지는 소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혹평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주최로 2일 열린 <국민압박면접>에서 문재인 단일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등에 대해서 나름의 항변을 내놓았다.

 

 

먼저 안 대표는 선거 국면에서 DJP 연합이 그렇듯이 1등을 이기기 위해 2·3등이 손잡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2012년 출마선언을 할 때) 약속을 했다. 어떤 것을 걸고라도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약속을 했다. 결국 거대 당(민주통합당)의 욕심 때문에 자기들한테 유리한 경선 룰을 고집하면서 불가능해졌다. 거기서 내 고민이 그러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지키기 위해서 관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을 마무리하지 않고 민주당과 합당을 해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으로 들어와서 양당 중 하나를 바꾸게 되면 양당체제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설득했고 이에 동의하게 되어 그렇게 결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그때는 “(거대 정당 혁신이) 될줄 알았다”면서도 이내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야권 전체가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자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안 대표는 결국 “목표 달성을 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작년 12월 한창 오유안 차출론(오세훈/유승민/안철수)이 일고 있을 때 선제적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덕에 지지율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을 뚫고 올라온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다. 안 대표는 결과에 승복했고 오 시장을 야권 단일 후보로 치켜세우며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렇다면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약속해놓고 결렬시킨 이유는 뭘까. 안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 그대로 가는 것에 동의하는 등 많이 양보했지만 기존 국민의당 지역위원장의 지위를 살려서 공동위원장으로 하자고 한 것까지 거부당하자 결렬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어찌보면 안 대표는 제3지대 중도에서 살아남은 정치인이 아니라, 매번 거대 야당과 정권교체 분노 에너지를 공유하며 뭔가 도모해보려다가 실패를 거듭해서 어쩔 수 없이 양당 바깥으로 밀려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천 변호사의 지적처럼 안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이후 지속적으로 우편향 보수의 길로 치달았다. 안 대표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한국 정치가 언제쯤 증오를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해 성토했다. 하지만 안 대표 만큼 '문재인 증오'를 가슴에 품고 정치 행보를 밟아왔던 정치인이 있을까?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1일 방송된 <뉴스9> ‘앵커의 시선’을 통해 안 대표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새정치를 내걸고 걸어온 길이 구시대 정치였다는 역설 앞에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국민들도 당혹스럽다. 그는 2017년 대선에서 패한 뒤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한 지 3주 만에 당 대표에 출마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절대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다 돌연 대선을 포기하고 출마하겠다고 했다.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합당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결렬을 선언했다. 말 바꾸기는 구시대 정치의 대표적 행태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했다가 박원순 전 시장에게 양보했고,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하다 중도하차했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완주를 하긴 했지만 모두 3등을 했다. 그래서 그가 나설 때마다 관심사는 당락이 아니라 끝까지 완주할 것인가가 되어버렸다. 정치인으로서 이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평판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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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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