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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게 또 속은 '권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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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원내대표)은 2일 23시50분 즈음 KBS1 <더라이브> 생방송을 마치고 유튜브 라이브로 전환된 뒤에 아래와 같이 말했다.

 

먼저 그 단칼에 자를 수 있는 답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단일화는 없다.

 

그러나 권 의원은 같은 당에서 안철수 대표(국민의당 전 대통령 후보)의 선거 전략(총괄선대본부장)을 책임지고 있는 이태규 의원으로부터 전혀 상황을 공유받지 못 하고 있었다.

 

 

권 의원이 완전히 오판하고 단일화 무산을 방송에서 공언하고 있던 3일 자정 즈음. 마지막 대선 토론이 끝나고 2시간이 흘렀을 시점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안 대표는 급히 회동했다.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주선으로 그의 매형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 자택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성 교수는 안 대표와 인연이 깊은데 장 의원과 이 의원이 단일화 성사를 위해 고안해낸 아이디어였다. 자정부터 새벽 2시반까지 두 사람은 캔맥주를 마시며 단일화 결렬에 따른 앙금을 완전히 풀었다. 그리고 ‘단일화 공동선언문’에 최종 합의했다.

 

조선일보가 새벽 1시반 즈음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해서 단독 기사를 출고했고 그 이후 아침 8시 국회 소통관에서 두 후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연 뒤로 3일 내내 관련 기사만 네이버 기준 4000건이나 생산됐다.

 

 

권 의원은 작년 11월 제3지대 공조 분위기가 활발하던 그때 국민의당 김윤 서울시당위원장과 함께 당내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연대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안 대표가 11월21일 ‘쌍특검 검증론’을 내세웠고 심 후보는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공동선언’을 하자면서 화답했다. 이때 권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원내대표)이 두 후보의 만남과 연대를 위해 실무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권 의원은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연대나 공조를 뛰어넘는 국공합작”이라고 표현하며 중도와 진보의 연대 의제가 단순히 쌍특검으로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정의당과의 연대를 오직 원포인트 쌍특검으로만 좁히려고 했다. 심 후보와의 만남에서는 같이 사진 찍히는 것조차 피하기 위해 비공개 회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안 대표와 같이 다당제를 지향하며 거대 양당체제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제3지대를 개척하고자 했던 것 같다. 외롭게 버티고 있는 심 후보의 정의당과 손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안 대표는 말로만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밝혔고 양당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레토릭만 구사했다. 대표적으로 “적폐 교대”와 “더 좋은 정권교체론”이 있다.

 

 

권 의원은 <더라이브>에서 옆자리에 있는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윤석열 후보가 어처구니없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는가. 아니 실무자들끼리 차 마시면서 나눈 얘기를 대통령 후보씩이나 되는 사람이 유세 취소해가면서 국민 앞에 서가지고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면서 쟤들이 이렇게 얘기했어요. 이렇게 얘기를 하는가? 그것도 사실이 아닌 말을. 그런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뭐 더 이상 진행할 게 있겠는가. 그 이후로 윤석열 후보가 완전히 싹을 다 잘랐다고 보면 된다.

 

국민의당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윤 후보와의 단일화’로 가야 한다는 진영과, ‘제3지대 포지션’을 지켜야 한다는 진영이 상당 부분 양분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안 대표는 3일 아침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의당 홈피 게시판에는 완주를 포기한 안 대표를 원망하는 글들이 꽤 많이 올라오고 있다.

 

 

생각과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허나 제3지대 포지션에 남아 있길 바라는 수많은 정치적 동지들과, 권 의원 등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온 최측근 인사에게 충분히 설득하고 설명하지 못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과 지적이 불가피하다. 그저 안 대표는 이 의원이 깔아놓은 단일화 테이블에 올라타서 홀로 결정하고 당까지 흡수시키기로 독단적인 결정을 하고 말았다.

 

권 의원은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구 국민의당에 합류한 뒤로 안 대표와 연을 맺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안 대표의 곁을 지켰다. 2017년 하반기부터 형성된 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정국에서는 안 대표와 함께 통합파의 주축을 맡아 바른미래당을 출범시켰다. 권 의원은 2019년 4.3 보궐선거 이후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여러 세력들(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이 내분에 휩싸인 결과 ‘변혁’(변화와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탄생했을 때 이들과 함께 했음에도 새로운보수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권 의원은 “개혁적 중도보수의 가치를 내걸고 광주에서 승리하겠다”는 발언까지 했을 정도로 새보수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0년 초 독일에서 돌아온 안 대표의 신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수민·김삼화·김중로·신용현·이동섭 전 의원 등 안철수계 인사들이 미래통합당으로 영입되어 공천장을 받았을 때도 권 의원은 신 국민의당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했다. 그러다 안 대표가 급작스럽게 비례대표로만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권 의원은 지역구 출마 의사를 접고 드물게 비례대표 3선 의원이 됐다.

 

 

4일 국민의당의 일정 공지가 나왔는데 원내대표인 권 의원은 “통상 일정”으로 돼 있다. 광주에서의 지상전과 각종 방송 출연의 공중전 등 안 대표의 대권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권 의원은 지금까지 페이스북과 블로그와 유튜브에 아무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권 의원의 유튜브 채널 타이틀은 “권은희의 제3지대”다.

 

다시 돌아가서 안 대표는 “국회의원 시절 여러가지 입법 활동을 했음에도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 했다”면서 “(행정 성과를) 낼 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 했다. 이번 기회(단일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적폐 교대, 안일화, 1지대론 등 안 대표는 작년 11월1일 출마선언을 한 이후로 완주 의사를 수없이 표명해왔다. 그러나 “단일화없이 정권 교체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했던 안 대표는 공허한 말들을 뒤로 한 채 또 다시 철수했다.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많이 뒤집었다. 노컷뉴스 김명지 기자가 정리한 “안철수의 말 바꾸기”를 꼭 정독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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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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