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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으니까 청춘이다? 안철수의 '지옥고'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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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주거 빈곤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다”
주거 문제 개선에 노력할 것 천명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이다. 부동산 대혼란기 속에서 청년들은 그 누구보다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본지 기자도 서울이나 광주광역시 등에서 고시원과 원룸 등을 전전해봤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고 깊이 공감하고 있다. 일단 집값이 너무 비싼데 서울의 아파트 값만 보면 할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우스갯소리로 150세까지 돈을 열심히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사실 150세가 되어도 내 집 마련은 어려울 것 같다.

 

 

우스갯소리지만 마냥 웃을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청년이 서울에서 자기 능력으로 반듯한 집을 구입하려면 창업을 해서 운 좋게 대박이 터져 돈을 많이 벌거나, 예체능 분야에서 0.001%에 속하는 최고의 재능을 보여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로또 당첨, 주식, 비트코인 등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사실 요즘 취업 및 고용 유지 자체가 매우 어려운 마당이라 청년들 사이에서 그런 식의 투자 요행심리는 만연해져 있다.

 

서울로 상경한 지방 청년들의 경우 일단 월세라도 구해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데 상상 이상으로 임대료(보증금+월세)가 꽤 비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은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취업에 성공한 평범한 직장인도 알뜰 살뜰 한 푼 두 푼 모아 집을 구입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가슴이 아프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5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안철수의 로드뷰> 첫화에 출연해 청년 주거 문제를 다뤘다. 사실 대한민국 0.001%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안 대표가 이런 사회 밑바닥의 문제에 과연 깊이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이 있다. 이유가 있다.

 

5년 전 구의역 김군 사건 당시 안 대표는 오해를 살만한 트윗을 올려 빈축을 샀다. 안 대표는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무릇 정치인이란 이런 산업재해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음부터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이나 법률상 헛점을 보완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안 대표의 메시지는 “위험한 일을 선택하지 말고 알아서 조심했어야 한다”라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좀 더 노력해서 안전한 일을 하지 그랬니?”로 들릴 수도 있다. 안 대표 본인은 나쁜 의도로 그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처럼 거물급 정치인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본지 기자는 그 무엇보다 그때 안 대표의 모습으로 인해 청년들을 향한 그의 진정성이 조금 의심스럽다.

 

하지만 절치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안 대표가 유튜브 기획 컨텐츠의 첫 번째 주제로 청년 주거 문제를 선택한 것도 그렇고 실제 방송 내내 돋보였던 날카로운 질문들은 그의 진정성을 느끼도록 했다. 안 대표는 유복하지 않은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 및 원룸 밀집 지역에 방문했다. 김재국 공인중개사와 함께 직접 현장을 살펴봤는데 안 대표는 비좁은 주거 공간을 마주하며 너무나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공간의 비좁음에 비해 월세나 보증금이 그렇게 저렴하지 않아서 의아해했다. 그나마 정말 저렴한 곳으로 가게 되면 거의 지하에 있어 일조권이 보장되지 않거나, 심지어 하수구 근처에 방이 있을 정도의 열악함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청년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안 대표는 내부를 둘러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말로만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주거 빈곤층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고 착잡해했다. 덧붙여서 ”의사 입장으로 보면 병이 날 것 같다“면서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본인이 청년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지 못 했다며 자책했다. 안 대표는 그런 취지에서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현장을 살펴본 뒤 안 대표는 부동산 문제 전문가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제는 질적인 문제나 양적인 문제보다도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래당 소속 우인철씨는 최저주거기준의 상향을 내세우며 지옥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권 교수의 취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즉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집이 제공돼야 한다. 

 

권 교수는 ”일단 너무 비싸고 그나마 저렴한 곳은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사실은 청년들이 주거환경을 신경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면서 씁쓸해했다.

 

특히 권 교수는 지금 공급되고 있는 청년 주택들에 대해 '보증부 월세'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년들이 보증부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돈을 축적해서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권 정책이 점점 더 월세화로 기울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청년 주거권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해외 사례를 묻는 안 대표의 질문에 권 교수는 ”모든 나라들이 돈을 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택 가격이 전부 오른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미국 상황을 예로 들면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르긴 했지만 동서부 일부 지역에서 53만 달러(약 6억원) 이하의 주택들이 오른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한국은 서울 종로가 109% 올랐으며 경기 성남 수정구는 251.7% 올랐다.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국 주요 광역도시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결국 한국의 집값 상승폭은 미국보다 아득히 앞서 있다. 이렇게 100% 또는 200% 이상 오른 국가는 한국 외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집값 상승의 흐름이 집 없는 청년들에게는 더더욱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안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호텔 개조 주택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권 교수는 ”지난 4월부터 생활형 숙박시설에 거주하게 되면 불법으로 처벌하고 있다“면서 ”이율배반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청년들에게 호텔 개조 주택에 장기 거주를 하라고 권장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권 교수는 ”우리 때는 방 한칸에서 시작했어~~“로 시작하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댓글 의견에 대해 ”그게 요즘 말하는 꼰대“라고 비판했다. 기성세대가 시대의 변화를 못 쫓아가고 있다. 권 교수는 ”시대가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어야 한다“며 소위 꼰대적 발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애초에 이런 식의 말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안 그래도 팍팍한 청년들에게 절망감만 심화시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고달픈 청년들에게 개념없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안 대표는 다른 부동산 전문가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를 찾았다. 안 대표는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심 교수는 ”공급이 충분하다고 인식해서 안일하게 대처했다. 그러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대처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공급 부족 △청년에게 적합한 주택의 기준에 대한 고민 부족 등 2가지를 피력했다.

 

덧붙여 심 교수는 ”청년들에게 단순하게 집만 준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될 거 같다“며 ”자기 계발하고, 그 다음에 노동, 그 다음에 결혼 문제 등 종합적인 패키지로 가야 청년들한테 도움이 되는 것이지 단순하게 방 한칸 줬으니까 이제 됐다. 이런 식의 접근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주택법상 최저주거기준이 14제곱미터(4.2평)로 되어 있는데 최소한 1.5룸에서 2룸은 되어야 어느정도 실용적인 공간이 되는데 너무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한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자 심 교수는 ”과거 3~40년 전에 그런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면 정부에서 최저기준 미달에 대해 지원을 해서 시설을 개선해야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방치하는 느낌이 든다“고 동조했다.

 

안 대표는 본인의 대안으로 청년임대주택 추가 건설, 전월세 보증금 프리제도, 청년주택 바우처 제도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일단 바우처 제도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대략 90% 이상의 연구들에서 짓는 것보다 바우처가 비용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훨씬 낫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 청년 거주자가 집주인과 담합해서 가격을 높인 뒤 정부로부터 과다 지원금을 받아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안 대표 스스로 그런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봐야 한다.

 

심 교수는 보통 ”선진국에서는 소득의 30%가 넘는 임대료에 대해서는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적용한다면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주택의 경우 입지 조건을 고르는 것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지만 바우처 제도는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여지를 주기 때문에 청년들 입장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심 교수의 부연이다. 

 

 

안 대표는 어떤 청년이 월 소득 2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주거 계획을 세워야 하며 더 나아가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심 교수에게 물었다.

 

심 교수는 ”청년이 부족한 소득으로 월세에 살아야 하는데 월세액이 크지 않아도 자기 수입의 일정 정도 비율을 넘어가게 되면 바우처 제도를 통해 정부에서 지원하게 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본인의 청년 주거 정책 대안을 정리해서 제시했는데 보수적인 부동산 가치관이 반영된 측면이 있어서 향후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안 대표가 제시한 3가지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과 질 좋은 청년임대주택의 획기적인 공급 확대 △실수요자를 위한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담보인정비율) 대출 규제 완화 △전월세보증금 프리제도와 주거바우처 도입 등이다. 안 대표 나름대로 사색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이것들이 제대로 된 청년 주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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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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