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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에 선 외노자들①] 코로나는 이주노동자의 지갑부터 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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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 수가 얼마인지 아는가. 85만명이 넘는다. 그들에게 한국은 머나먼 소망의 땅이지만 막상 와보면 불구덩이 지옥이다. 임금체불과 장시간 노동은 예삿일이고 각종 폭행에 시달리기까지 너무나 가혹한 환경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인권 존중은 커녕 기본적인 산업재해도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들도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한다. 

 

 

캄보디아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는 2019년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충남 천안 소재의 한 플라스틱 가공회사에서 일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본국에 있는 부모에게 번 돈의 90% 이상을 보내주고 있는 A씨였지만 지난주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주가 임금을 적게 주는 대신 공장에서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갑자기 말을 바꿔 지난 3년간 "체불됐다"는 숙식비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퇴직금? 당연히 받지 못 했다. 그래도 입도 뻥긋 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사업주가 경찰에 신고해버리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거나 추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A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코로나 장기화로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수가 현저히 줄었지만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은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체불을 신고한 국내 외국인 노동자 수(미등록체류자 포함)는 지난 2017년 2만3885명에서 2020년 3만1998명으로 3년 만에 33.9% 가량 증가했다. 체불 액수는 2017년 783억원에서 2020년 1287억원으로 500억이나 많아졌다. 정부가 사업주 대신 지불한 체불액(체당금)도 같은 기간 285억원에서 591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 때문에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 수가 줄었음에도 체불 피해 건수와 체불액이 증가했을 만큼 이들의 노동환경은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E-9)를 통해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2017년 22만1578명, 2018년 22만2374명, 2019년 22만305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2020년에는 18만1073명으로 감소했다.
 
경기도 평택 소재의 모 인권단체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이후 임금체불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은 이전부터 심각했다. 불법 체류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면서 "영업손실로 타격을 받으니 외국인노동자 임금을 줄이는 게 손쉽다고 생각하고 지급을 계속 유예하다 결국 비자가 만료돼 추방당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귀띔했다. 

 

설사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의 손을 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에게 가해지는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다. 2016∼2020년 고용노동부의 관련 조처(시정 조치/과태료 부과/행정처분/송치) 가운데 사법 처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06%(4건), 2017년 0.1%(8건), 2018년 0.1%(6건), 2019년 0.01%(1건), 2020년 1%(17건)에 불과했다. 

 

 

현재 A씨는 아직 비자 만료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본인의 친동생 B씨와 함께 지내고 있다. A씨는 B씨가 일하는 전기회사 사업주의 눈에 띄지 않게 방에서 나오지 못 하고 있다. 걸리는 순간 불법 체류자로 신고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는 위법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의 약한고리를 노려 자행되는 임금체불은 간과할 수 없는 큰 범죄다.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근로감독은 물론이요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과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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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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