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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에 선 외노자들③] 이주 여성 노동자에게 '11개월만' 일 시키는 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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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못 주니까 그냥 나가든지 계속 일 하든지."

 

경기도 소재 선교회 소속 이주여성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는 김미숙(한국 이름)씨가 센터장으로부터 들은 최후통첩이다. 

 

 

속내는 이렇다.

 

11개월씩 무려 12년을 일해온 미숙씨는 최근 같은 방글라데시 출신 찬드라씨가 일하는 인권단체로부터 이주 여성을 위한 통번역 업무를 제안받았다. 크진 않지만 지금 보다는 여윳돈이 생길 정도의 봉급이었고 열심히 모은다면 내년 중학교에 입학할 아이의 교복이나 학원비를 내는 데에도 충분했다. 그래서 이번 계약을 끝으로 이직을 하겠다고 선교회측에 이야기를 했고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쪼개기 계약'이었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이 센터에서만 일했지만 계약이 끝나고는 항상 한 달 정도를 쉬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면 성당이나 어린이집 등등 11개월씩 일하면서 계속 돌아 다녔어요.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쪼개기 계약'이었다. 근로계약상 단절된 기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실제로 근무했고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했다면 묵시적 근로 계약관계가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1개월 주기로 한 차례의 계약이 끝난 이후 한 달간 일부러 쉬게 하고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실질적인 근로계약이 연속되지 않게 해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미디어는 법률구조공단 관계자와의 통화로 이런 경우에는 사용자의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 편법을 쓴 거다. 

 

찬드라씨도 부당한 일을 겪고 있다. 전문 자격을 갖춰 공공기관에 채용돼 상용직으로 오랜 시간을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숙씨와 같이 1년 미만 쪼개기 게약으로 승진은 물론 호봉제 적용도 받지 못 했다고 한다. 

 

찬드라씨는 "병가도 못 내고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다. 자격증을 따고 정식 절차를 밟아 채용됐음에도 단기 계약만을 체결하고 있고 5년째 되는 해 다른 기관을 알아봤지만 경력 인정을 못 해주겠다고 했다"며 "장기 근로계약과 각종 적법한 수당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런 일들은 빈번하다. 

 

2020년 12월 이주노동희망센터가 가족센터와 다누리콜센터, 외국인상담센터 등에서 일하는 이주 여성 4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0.6%가 현 직장에서 내국인 직원보다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차별 내용(복수 응답)으로는 급여가 86.8%로 가장 많았고, 승진 기회(41.6%)와 경력 인정(38.2%)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75.9%가 호봉 적용이 안 된다고 답했고 모르겠다고 답한 이도 10%가 넘었다. 호봉 적용을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13.6%에 그쳤다.

 

이주노동희망센터 관계자는 "전원이 결혼 이민자로 구성된 통번역 지원사와 이중 언어 코치 직종은 내국인 위주인 행정직 분야와는 달리 호봉 기준표가 없고, 최저임금 이상이라고만 명시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매달 월급에서 4대 보험료가 공제되는 이들도 육아휴직 등의 권리 주장은 꿈도 꾸지 못 한다. 이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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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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