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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일의 교통 렌즈②] 승합차 앞바퀴에 깔린 80대 할머니 “큰 차 운전자라면 10배 더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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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평범한미디어는 그동안 대형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문제를 자주 다뤘는데, 중량과 부피가 큰 대형 차량의 특성상 사고가 나면 피해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대형 차량이라고 하면 덤프트럭, 화물차, 레미콘 등만 생각할 수 있는데 승합차도 포함된다. 스타렉스, 카니발, 밴, 스타리아 카고 등인데 지난 3일 전주에서 스타리아 차량이 주차 도중 80대 할머니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할머니는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교통사고 기획 ‘정경일의 교통 렌즈’ 두 번째 시간에는 이 사고를 다뤄보려고 한다.

 

사고는 지난 3일 아침 9시40분쯤에 발생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의 한 골목에서 스타리아 차량 운전자 40대 남성 A씨가 주차를 위해 저속으로 주행하다 80대 할머니 B씨를 충돌했다. B씨는 스타리아 앞바퀴에 그대로 깔리고 말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주소방서 구조대원들은 신속히 장비를 이용해서 차량을 들어올려 B씨를 빼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B씨는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 했다.

 

A씨는 스타리아를 타고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페인트 도장기 전문 점포로 출근한 것이었다. 스타리아를 영업용 차량으로 사용했던 것 같은데 평소 점포 앞 생활도로에 주차를 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는데 승합차와 같은 큰차를 몰다가 사망사고를 내면 더욱더 가중처벌을 받을만한 법적 요소가 있을까?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5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차량 크기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차량 크기에 따라 죄명이 달라지거나 유무죄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이번 사고의 경우 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가 맞고 사망 사건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 적용 대상이다. 그래서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 크다고 했는데 실제로 법적인 과실 비율을 따질 때도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다만 대형 차량 같은 경우에는 차량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더 요구된다. 사고 발생시 운전자의 과실 비중이 높을 경우 법원에서 형을 선고할 때 불리한 요소로 적용된다. 차가 클 경우 차 대 보행자 사고 뿐만 아니라 차 대 차 사고에서도 대형 차량이 과실 비율을 판단할 때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차의 중량이나 부피가 클수록 과실 비율이 더 불리해진다.

 

 

A씨는 아무래도 B씨가 키가 작고 고령이라 구부정하게 걷고 있어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가게 앞에 주차 중이었기 때문에 분명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는 건데 사망사고가 났다. 게다가 인도 부근이기 때문에 주변도 꽤 살펴봤을 것이다. 이처럼 승합차가 주차 도중 사망사고를 내는 사례가 꽤 있지 않을까? 정 변호사는 “정확한 통계는 알 수는 없지만 사각지대 때문에 충분히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실무 경험을 토대로 설명했다.

 

먼저 이 사고 유형에 대한 통계는 찾지 못 했다. 주제별로 통계 자료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실무상 많이 접해 봤다. 사무실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로 피해자다. 하지만 가해자도 온다. 그런데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 이해는 된다. 억울한 사정도 있다. 왜냐면 차가 크다 보니 사각지대가 많다. 그러나 충분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사고를 냈다면 그건 살인죄다. 이번 사고의 운전자는 사각지대 때문에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과실 교통사고는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승합차 포함 대형 차량들에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기능들이 탑재돼 있는 만큼 더욱더 안전하게 조심히 운전해야 한다.

 

보통 대형 차량의 경우 보조 거울이나 반사 거울, 후방 카메라 등 시야 확보를 위한 장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이런 장치로 살펴봐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이번 사고처럼 주차 도중에만 조심해서 될 게 아니다. 승합차 운전자라면 출발할 때도 근처 보행자들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법원 판례들을 참고하면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그 운전자가 보조 거울까지 확인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변호사는 “보조 거울까지 확인해도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 이후 어떻게 판단하게 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보조 거울까지 확인해도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보행자가 정상적으로 통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따져본다. 그래도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 운전자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야로 봤을 때 뿐만 아니라 보조 거울이나 후방 카메라로 확인해도 볼 수 없었다는 사실과 보행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사실 모두 증명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운전자 무과실 요건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정 변호사는 “위험 부담”이 누구에게 더 가중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결국 위험 부담의 문제다. 가해자가, 운전자가 아니라 보행자였다면 또 운전자라 하더라도 대형 트럭이 아니라 일반 자동차였다면 보행자를 치는 사고가 안 일어났을 것이다. 위험 부담은 운전자에게 가기 때문에 운전자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에서 보행자였던 B씨의 과실은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보행자에게도 어느정도 과실 책임을 물었지만, 법이 개정되었다고 정 변호사는 설명했다.

 

생활도로에는 보행자만 통행하는 것이 아니라 차도 통행할 수 있다. 그래서 보행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주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실 이면도로는 횡단보도도 아니고 완전 인도도 아니기 때문에 (법원에서) 보행자도 조심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보행자에게도 기본적으로 한 20% 정도의 일부 과실이 부여되었다. 즉 8 대 2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작년 7월에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보행자의 우선권을 많이 보장하게 되었다. 보행자 우선 도로도 만들어지고 도로 외 구역에서도 차량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도 두었다. 그래서 손해보험협회의 과실 비율 인정 기준이 바뀌었다. 이면도로나 골목길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차량 과실을 100%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보행자도 조심해야 한다.

 

다만 보행자 본인이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경우(차량이 서행할 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부 과실 책임이 주어질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은 블랙박스나 주변 CCTV를 분석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A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유족과의 합의 여부도 정말 중요할 것 같았다.

 

법에서 정한 형량을 먼저 본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에 따라서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원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대법원 양형 기준을 보면 일반 교통사고 사망 사건 기본 유형이 8월에서 2년이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 하더라도 종합보험에는 대부분 가입되어 있으니 실형으로 1년 정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피해자와 합의한다면 집행유예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과실이라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 치고는 형량이 적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도 이 부분에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이 부분이 어떻게 보면 일반 시민들이 가장 불만을 많이 가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과실이기 때문에 좀 가볍게 처벌 받는 것을 어느정도는 인정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좀 너무한 거 같다는 의견이 많다. 똑같이 사람의 생명권이 침해당한 살인죄와 비교해봤을 때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과실치사 같은 경우에는 앞서 말했다시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의 벌금형이다. 형량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피해자 유족 입장에서는 살인으로 자신의 가족을 잃은 것이나 교통사고로 잃을 것이나 그 침해의 정도는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에 대한 형량이 낮으니까 민식이법, 윤창호법 등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는 소위 교특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한국의 법률 체계상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는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식물인간이 되거나 신체 장애인이 될 수준)를 입거나 △12대 중과실 위반을 하지 않은 이상 종합보험에만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처벌이 면제된다. 중상해까진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꽤 크게 다쳤고, 가해자의 황당한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범칙금 몇 만원 수준으로 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폐지돼야 하며 잘못한 만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끝으로 정 변호사는 운전자 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운전자들은 종합보험에는 대부분 다 가입돼 있다. 하지만 이 종합보험이 형사적인 부분까지는 해결해주지는 못 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는 게 운전자 보험이다. 운전자 보험은 자동차보험, 종합보험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하다. 월 1만원도 안 된다. 그런데 피해자 형사합의 지원금이 2억5000만원까지 지급된다. 그러니까 이제 종합보험 뿐만 아니라 운전자 보험도 필수다. 이번 사고 피해자인 80대 노인 유가족측은 법원에서 인정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액수는 위자료로 1억이다. (사람이 사망했지만) 소송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이 1억 밖에 안 된다. 그러나 기사가 운전자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합의 지원금이 2억5000만원이 나온다. 오히려 그러니까 충분히 피해자에게 보상해주고 본인도 형사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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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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