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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일터 또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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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전북 군산에 있는 단열재 제조업체 ‘세아베스틸’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죽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철강 기업 세아그룹 계열인데 창립한지 70년 가량 됐고 작년 기준 매출 1조8393억원, 직원수 1544명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군산에는 소룡동에 있는 ‘군산공장’, 오식도동에 있는 ‘2공장’ 등 두 공장이 있는데 위치를 가리지 않고 산업재해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4일 11시21분쯤 2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가득한 교반기 원료 탱크를 수리하던 36세 노동자 A씨가 미끄러져서 그대로 빠졌고, 이를 목격했던 44세 노동자 B씨가 A씨를 급히 구조하려다가 함께 빠졌다. 교반기는 액체를 휘젓는 높이 2미터짜리 장치인데 두 사람이 빠져 질식사를 당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산소방서 대원들은 갇혀 있던 두 사람을 빼냈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2공장 말고도 군산공장에서 작년부터 산재 사망 사건이 줄기차게 일어났다. 5월4일엔 제강공정 야간 작업을 마치고 퇴근하던 노동자가 16톤 지게차로 운반되고 있던 철근(4.5미터 블룸)에 머리를 부딪혀 넘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깔려 숨졌고, 9월8일에는 노동자가 7.5톤 환봉을 천장크레인으로 트럭에 싣다가 적재함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올해 3월2일에는 노동자 2명이 냉각 장치 분진 제거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쏟아진 고온의 철강 분진을 맞아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5일과 8일 각각 숨졌다.

 

화상 사건이 벌어지자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전북경찰청이 합동으로 세아베스틸 서울 본사와 군산공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해서 법률 위반 혐의를 찾아나선 바 있다. 그러나 작업중지명령을 내리지 않아 빈축을 샀다. 당시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현장조사를 나간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이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미 2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어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음에도 사흘을 기다렸다”고 규탄했다.

 

(노동당국이 연소탑 내부 슬러지 제거작업에만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탓에) 세아베스틸은 사고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전기로 연소탑을 그대로 가동 중이다. 노동당국이 중대재해 사업장에 강력한 제재와 예방조치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희생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전면 작업중지 및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

 

 

그런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이 군산공장에 대한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안전장치 미비 등 위법 사항 66건을 적발했다. 이미 노동당국과 경찰은 세아베스틸 김철희 대표와 법인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서 검찰에 송치했고, 군산공장 공장장 C씨와 협력업체 대표 D씨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나아가 법인에 38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12개 분야에서 안전 조치 이행을 권고했다. 사실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에 가깝고 세아그룹의 총수 이운형 회장과 그의 아들(세아홀딩스 이태성 사장) 및 조카(세아제강지주 이주성 사장)가 지배권을 갖고 있다. 중재법을 비롯 그 어떤 법률로도 이들의 책임을 묻기가 어렵고, 실제로 굵직한 산재 사망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여러 차례 국회에 나와서 혼쭐이 난 사람은 총수 일가가 아닌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2020년에도 국회에 불려나와 “믿어달라”고 했는데 작년 국감장에 또 나와서 “모든 종사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믿어달라”고 강변했다.

 

이번에 김 대표가 중재법으로 솜방망이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세아베스틸이 산재를 안 일으키고 노동자의 안전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변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21년 중재법 체제 이후 발생한 사망자만 6명이다. 세아베스틸이 일으킨 산업재해는 지난 3년간 26건에 달한다. 결국 총수 일가에 책임을 묻고,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집중되지 않는 이상 세아베스틸의 환골탈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세아베스틸은 올 6월 안전난간 미확보, 회전부 방호 덮개 미설치 등 노동당국의 지적을 받은 591건의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조치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4대 중점 안전대책’으로 △안전 시스템 고도화 △안전 취약항목 즉시 점검·조치 체계 구축 △노사협력 통한 안전문화 확산 △안전 조직 확대 및 역량 강화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집행하기 위해서 내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한다고 내세웠는데 한 달 반만에 또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휘황찬란한 말잔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아베스틸은 차로와 보행로도 구분해놓지 않아서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죽도록 방치한 기업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세아베스틸은 안전과 관련해 다른 철강사들처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이번 질식사 사태를 비롯 세아베스틸의 거듭되는 산재 사망에 대해 노동당국의 책임이 막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대재해를 막지 못 하는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을 문책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 안전 점검에 나서겠다며 정한 특별 현장점검의 날 이틀 만인 7월14일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군산에 두 차례에 걸쳐 산업재해 적색경보를 내렸지만 모두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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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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