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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끼어 죽었는데 “그 사람이 깊게 뻗어서” 노동자 탓하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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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국에서는 개인이 알아서 각개약진을 도모해야 하는 인식이 뿌리 깊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도 노동자 탓을 한다. 왜 위험한 곳에 손을 깊게 뻗었나?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의 대표는 실제로 사망한 노동자를 두고 그렇게 말했다.

 

지난 1월19일 23시 즈음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서 50대 노동자 최모씨가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최씨는 압출기에 플라스틱 끈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씨의 손이 순식간에 섭씨 300도가 넘는 고열 압출기로 빨려들어갔다. 악! 소리가 들렸던 당시 동료 3명이 5~6미터 떨어진 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참변 뒤에 알아차렸다.

 

 

그런데 압출기 투입구에는 방호 덮개가 없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에 따르면 끼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 반드시 덮개를 깔아서 예방 조치를 취해놔야 한다. 그러나 해당 업체 대표는 이번 사망 사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방호 (덮개) 같은 걸 하게 되면 기계가 기능을 못 하고. 우리는 깊게 뻗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제 깊게 뻗는 사람이 있단 말이에요. 사람이 다 똑같진 않으니까.

 

방호 덮개를 깔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덮개를 하면 기능을 못 하는데 법 규정에 명시를 해놨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인데 그냥 비용 때문에 안 했다고 하는 게 차라리 더 솔직할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는 상시 근로자 수가 4명에 불과하고 장갑 외에는 별도로 안전장비를 전혀 구비해놓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 12월초 경기도 안양시에서 도로포장 공사를 하다 노동자 3명이 롤러에 끼어 사망한 사고를 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작업을 원활하게 하려고 센서를 껐다가 다치면 본인이 다친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윤 후보와 업체 대표의 인식과 판박이인데 노동건강연대는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왜 안전 센서를 끄면서까지 작업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은 채 누가 센서를 껐는가에만 주목하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산재 사망 노동자 줄이기는 구호로 남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춰놓지 않은 사업장에서 사망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업체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어차피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 이전이라 적용이 안 되겠지만 시행 이후라고 해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처벌 대상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은 사고를 유발한 공장에 대해 바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양주경찰서는 업체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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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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