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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한 번으로 날라간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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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음주운전을 하다 대물 사고를 낸 현직 경찰관이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결정을 받아 쫓겨나게 됐다.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관의 음주운전은 무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단 한 번의 음주운전으로 해임이 결정된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고 매우 드물다. 알고 보니 해당 소속 경찰 조직의 내부 사정이 있었다.

 

 

광주 광산경찰서 관내 파출소 소속 40대 경위 A씨는 지난 7월7일 22시20분 즈음 음주운전을 하다가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 잠들었다.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움직이지 않는 앞차를 본 뒷차 운전자가 신고를 했고, A씨는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다. A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잠에서 깨서 다시 음주운전을 이어가다 교통시설물을 들이받기도 했다. A씨는 혈중알콜농도 0.049%(0.03~0.08% 면허정지)였다. A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을 거쳐 검찰에 넘겨졌고, 검찰은 A씨에 대해 벌금형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혐의가 명확한 만큼 법원이 그대로 벌금형을 선고할 것으로 점쳐진다. 광산경찰서는 8월30일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 처분을 내렸다.

 

공무원 징계 단계를 보면 견책, 감봉 등 경징계와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중징계로 분류할 수 있다. 통상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저지르면 감봉과 정직으로 처분되는 것이 다반사였고 대물 사고를 냈더라도 그 수준에서 마무리되곤 했다. 물론 경찰관의 음주운전은 매우 중대한 문제다. 소방관이 방화를 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명 피해가 없는 경찰관의 음주운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광산경찰서에서는 근래 소속 경찰관들의 절도, 추행, 음주운전, 검거된 도박범들의 집단 도주 초래 등 어이없는 기강해이가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그래서 광주경찰청은 반기수 광산경찰서장을 7월21일자로 경찰청 경무담당관실로 문책성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신임 서장으로 강일원 전 서울경찰청 제2기동단장을 선임했다. 반기수 전 서장 체제였을 당시 지역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결정타는 베트남 국적 도박범 10명을 검거해놓고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 탈주하게 한 사건이었다. 6월에 벌어졌던 큰 사건이었는데 지난 3월28일엔 광산경찰서 수사과 소속 50대 경위 B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연석을 들이받고 강등되기도 했다. B씨는 혈중알콜농도 0.153%로 지그재그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연석 들이받았다. 나아가 B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들에게 추태를 부렸으며 결국 채혈 측정을 했다. B씨는 5월2일 강등당했다.

 

A씨에 비해 B씨의 음주 수치가 더 높고 대물 사고를 낸 점은 둘 다 같다. 하지만 A씨는 해임이고, B씨는 강등이었다. 일단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음주운전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대물 피해 이상의 음주 사고를 내면 정직, 강등,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는 있다. 실제로 음주 대물 사고를 내서 해임됐던 또 다른 사례들이 많지 않지만 있었다. 경찰공무원 C씨는 아침 숙취운전(0.085%)을 해서 차량 2대를 들이받는 대물 사고를 내서 해임 처분을 받았으나 소청심사(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를 청구해서 정직 처분으로 감경받았다. 경찰공무원 D씨는 음주운전(0.121%)을 하다 역주행을 감행했고 교통표지판을 들이받아서 해임됐으나 마찬가지로 소청심사에 따라 정직으로 감경받았다.

 

아무래도 A씨와 B씨 역시 소청심사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징계 수위를 낮추려고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광산경찰서가 B씨와 달리 A씨에게 해임 처분을 내린 것은 위기감을 느낀 반 전 서장이 좀 더 강력하게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반 전 서장이 징계위원회를 통해 A씨에게 해임을 의결했던 날이 7월7일이었는데, 같은 달 21일 반 전 서장은 좌천을 당했다.

 

음주운전을 저지른 경찰관에게는 강력한 징계와 처벌이 당연하다. 하지만 형평성과 공정성의 원칙이 무시되고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다른 잣대로 처분되면 문제가 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1일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통화에서 “물론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게 어떤 적법한 행위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비교 대상은 되고 기존 선례가 있는데 그 선례보다 과하다고 하면 불법은 아니지만 부당한 처분으로 볼 여지가 있긴 있다. 물론 경찰관이 음주운전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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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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