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지난 1일 출범한 '자치경찰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제도이나 위원회의 인사 권한부터 여성 위원 부재, 지자체 재정에 따른 치안 격차 등 여러 부분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날카롭다.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로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부터 이의 제기가 일어나고 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나 위원회 구성부터가 지자체장의 입김과 일부 인사들의 추천으로 이뤄지고 있어 중립성은 지켜지기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자치'와 '중립'이란 단어가 무색하게도 자치경찰위원은 국가경찰위원회 1명, 자치단체장 1명, 시·도의회 2명, 시·도교육감1명, 자치경찰위원 추천위원회의 권한으로 임명된다. 지자체에 대한 자치경찰의 감시 기능이 약해지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때에 따라 국가경찰이 업무를 자치경찰에 위임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경찰이 그 관리와 책임을 직접 지시 및 감독하는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경찰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2명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있다. 지난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A씨와 또 다른 물류센터 신선식품 냉동고에서 일하다 손에 동상이 걸린 B씨다. 둘의 공통분모는 산재 인정을 받지 못 한 쿠팡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유통 메기에서 공룡으로 급성장한 쿠팡이 끊임없는 산재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안일한 대처는 덤이다. 지난 1년간 쿠팡에선 많은 일이 벌어졌다. 부천물류센터에서 152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고, 인천물류센터과 칠곡물류센터에서는 각각 40대 노동자와 2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마장물류센터와 동탄물류센터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쿠팡에서는 한 해 200건이 넘는 산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로켓 배송이라며 당일 주문 당일 도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쿠팡이다. 판매자와 택배 노동자를 쥐어짜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갔다. 그렇게 온라인 유통을 넘어 전체 유통업계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커진 덩치만큼의 사회적 책임은 온데간데 없다. A씨는 지금 코로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집단감염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더 빨리 더 많이"가 일상화된 쿠팡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은 물류의 효율보다 뒤쳐지는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했던 김도희 전 TJB 대전방송 아나운서가 최근 사측을 상대로 한 법정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 2018년 1월 약 6년간 몸담고 있던 TJB를 떠난 김 전 아나운서는 퇴직금을 받지 못 했다. 프리랜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측의 고집 때문이다. 이에 김 전 아나운서는 2018년 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퇴직금과 유급 휴가임에도 무급 처리되어 받지 못 했던 임금 미지급건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고 노동청은 같은 해 8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메인 뉴스 앵커였다. 신입 아나운서를 채용할 때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측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을 정도였다. 누가 봐도 TJB의 인정을 받는 유능한 아나운서였다. 그러나 사측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김 전 아나운서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에선 전속 계약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고집하기 위해 아나운서 계약서를 프로그램별 출연 계획서를 바꿨다. 무엇보다 김 전 아나운서에게 외부 행사 금지령을 내렸으며 할머니 장례식 참석을 위해 낸 경조사 휴가를 무단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지금도 생생합니다. 꼭 내가 죽인 것만 같아서 미안해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A씨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유족들을 달래고 사고 상황을 처음으로 설명했다. 그는 꼭 자신이 동료를 숨지게 내버려뒀다는 죄책감에 하루 하루가 비참하다고 말한다. 작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가슴에 멍울을 안고 살아간다. A씨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산재 사고 목격자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절망의 늪에서 구원해줄 손길은 턱없이 부족하다. A씨처럼 트라우마로 인해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얼마 전 동료의 추락사를 눈 앞에서 목격했다는 B씨는 충격을 회복할 틈도 없이 숨진 동료의 업무를 그대로 도맡아 하고 있다. B씨는 일을 할 때마다 심장이 심하게 뛴다고 한다. 그는 "내가 똑같이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 때 들었던 비명과 바닥에 무언가가 내쳐지면서 나는 퍽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A씨와 B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찌보면 이들도 산재 사고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잦은 현대중공업에서 또 1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하청업체 소속 40대 남성 정씨가 추락사를 당했다. 정씨는 지난 12일 새벽 5시30분 즈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공장 지붕 위에 올라가 철제 슬레이트 교체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슬레이트를 연결하는 노후 볼트가 터지면서 25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 로프'라는 생명줄이 있긴 했지만 추락 당시 강판 모서리에 긁혀 끊어져버려 무소용이었다. 현장에는 추락 방지망조차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은지 불과 2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벌어진 명백한 산재 사망 사고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산재 사망 사고가 유독 잦다. 5월 천연가스선 파이프라인 작업자가 질식사했으며, 2월 조립공장에서 일하던 작업자가 철판에 부딪혀 숨졌다. 임금 체불과 불법 파견에 이어 잦은 산재 사망까지. 글로벌 조선 기업 현대중공업은 불명예 3관왕을 탈피하지 못 하고 있다.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21년째 OECD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다. 매년 2000여명이 일하다가 죽는다. 올초 산재의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고 내년 본격 시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자립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나이를 먹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프 로드를 외발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것만 같다. 특히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립은 배로 어렵다. 작년 12월20일 채소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추위에 떨다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속행씨의 비극은 상징적이다. 한국으로 건너와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이중 20%(39만여명)가 미등록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처참하다. 최저시급도 못 받고 일하거나, 산업재해를 당해도 치료비를 못 받고 쫓겨나거나, 동물 축사와 맞먹는 최악의 주거 공간에 머무르기도 한다. 경기도 소재 전기부품회사에서 재직 중인 네팔 이주 노동자 20대 A씨의 사연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말 새벽까지 연장 근무를 하던 A씨는 프레스기에 왼손 약지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한 마디가 겨우 남은 손을 붙잡고 급하게 지혈을 했다. 당시 바닥에 혈흔이 낭자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사측은 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당일 업무 할당량이 전부 끝날 때까지 기숙사에서 조금만 기다리라며 진통제를 갖다줬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칼 막스의 시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두 그룹으로 나뉘었던 계급이 현대로 들어와 세분화됐다. 일부 기업의 '노사 편가르기'는 치밀해져가고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노동자가 악덕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투쟁과 단결도 있지만 '법'이 중요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마저도 배반당하기 일쑤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더욱 야박하다. 올초 사업주로부터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사실상 맹점 투성이다. 당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명명됐었지만 기업이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재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의 범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중재법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그저 사업체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기대 뿐이다. 그래서 중재법 체제 이후에도 산재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건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최근 일류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도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 15일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재해예방TF팀을 구성하고 현장을 방문해 내년부터 적용될 중재법 시행령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중대 재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1인 시위 등 사측과 투쟁해왔던 한 노동자가 분신 끝에 목숨을 잃었다. 세상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지만 적어도 규칙은 존재하고 그 규칙은 인간 스스로가 만든 모두의 약속이다. 누군가 했던 우스갯소리처럼 정말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일까. 숨진 노동자의 간절한 외침은 단순히 깨져버린 약속을 지켜달라고 "떼 쓰는 것"에 불과한 걸까. 1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사측과 처우개선 문제 등으로 분신을 시도했던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소속 50대 노동자 A씨가 결국 사망했다. 분신 이후 치료를 받다 보름만에 죽음을 맞게 되 것이다. A씨는 지난달 28일 낮 12시경 해당 센터에서 벌초를 하러 간다면서 미리 구입해둔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분신을 시도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바로 소화기로 대응한 탓에 목숨은 건졌지만 A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A씨는 탈북 새터민으로 센터측과 임금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지난 6월부터 1인 시위 등을 벌여왔다. 유족들은 센터 측이 약속한 근로시간외 업무 수당 금액 등 계약 사항을 지키지 않았고 경영진으로부터 A씨가 차별 대우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경북 포항에서 노동자 산재 사고가 또 발생했다. 5년 전 똑같은 사망 사고가 있었던 기업에서 되풀이됐다. '반면교사'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갑을 따질 것 없이 평등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각자의 자리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건만 고용주의 잘못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자기 사업장의 노동환경을 안전하게 조성하지 못 한 것은 사업자의 큰 잘못이다. 지난 14일 KT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57)가 작업 도중 케이블드럼에 머리를 맞고 목숨을 잃었다.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아침 7시10분께 포항 북구 흥해읍의 한 도로에서 광섬유케이블드럼을 옮기는 작업을 하다 케이블을 묶어놓은 밧줄이 풀리면서 케이블드럼에 머리를 맞고 현장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광케이블 묶음의 무게는 약 417kg. 안전모를 썼어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시 현장에는 기본적인 안전 장비조차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한 작업 방법으로 진행했다면 굵은 와이어와 쇠고리를 걸어 무거운 케이블드럼을 들어올려야 했다. 그러나 고작 고무타이어에 파이프를 달아 만든 임시 기구와 밧줄이 전부였다. 밧줄 하나에 의지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