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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비극 '산재 목격자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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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에 일터로 돌아가지 못 하는 A씨
숨진 동료의 일을 도맡아야만 했던 B씨
산재가 낳은 또 다른 산재 현재진행중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지금도 생생합니다. 꼭 내가 죽인 것만 같아서 미안해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A씨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유족들을 달래고 사고 상황을 처음으로 설명했다. 그는 꼭 자신이 동료를 숨지게 내버려뒀다는 죄책감에 하루 하루가 비참하다고 말한다. 작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가슴에 멍울을 안고 살아간다. 

 

 

A씨처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산재 사고 목격자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절망의 늪에서 구원해줄 손길은 턱없이 부족하다. A씨처럼 트라우마로 인해 아직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얼마 전 동료의 추락사를 눈 앞에서 목격했다는 B씨는 충격을 회복할 틈도 없이 숨진 동료의 업무를 그대로 도맡아 하고 있다. B씨는 일을 할 때마다 심장이 심하게 뛴다고 한다. 그는 "내가 똑같이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 때 들었던 비명과 바닥에 무언가가 내쳐지면서 나는 퍽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A씨와 B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찌보면 이들도 산재 사고를 당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할 여유조차 없이 다시 현장으로 가야 한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을 해야만 한다. 일상 생활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괴롭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지원은 전무하다. 

 

다만 아주 드물지만 이러한 비극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두 크레인이 충돌, 노동자 휴게실을 덮쳤다. 6명이 목숨을 잃었고 25명이 다쳤다. 사고를 목격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7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했고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무 중 발생한 동료 근로자들의 사고를 목격한 뒤 정신적 충격을 받아 발생한 트라우마 증상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산재가 또 다른 산재를 만들고 있다. 남겨진 자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지금 노동 현장에는 수많은 A씨와 B씨가 존재한다. 1차 산재 당사자 외에 이들도 명백한 피해자다. 이들이 트라우마에 홀로 고통스러워하지 않도록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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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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