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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잘려도 '30분 넘게' 방치된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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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전기부품공장서 네팔인 노동자 손가락 절단 사고 발생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자립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나이를 먹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프 로드를 외발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것만 같다. 특히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립은 배로 어렵다. 작년 12월20일 채소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추위에 떨다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속행씨의 비극은 상징적이다. 

 

한국으로 건너와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이중 20%(39만여명)가 미등록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처참하다. 최저시급도 못 받고 일하거나, 산업재해를 당해도 치료비를 못 받고 쫓겨나거나, 동물 축사와 맞먹는 최악의 주거 공간에 머무르기도 한다. 

 


경기도 소재 전기부품회사에서 재직 중인 네팔 이주 노동자 20대 A씨의 사연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말 새벽까지 연장 근무를 하던 A씨는 프레스기에 왼손 약지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한 마디가 겨우 남은 손을 붙잡고 급하게 지혈을 했다. 당시 바닥에 혈흔이 낭자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사측은 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당일 업무 할당량이 전부 끝날 때까지 기숙사에서 조금만 기다리라며 진통제를 갖다줬다. 근무 종료시간까지 딱 30분 남은 시점이었다. 30분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얘기다.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가까스로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나고 A씨를 찾아온 사측의 대표자 실장 B씨는 안부를 묻기도 전에 공상처리를 하자고 제안했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뒤에 결정을 하겠다고 답했지만 B씨는 버럭 화를 내며 "월급 더 깎이기 싫으면 그냥 공상처리를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산재처리와 공상처리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산재로 처리되면 재요양 승인을 요청할 수 있고 회사 폐업시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상처리는 재요양 승인이 어렵고 구조조정이나 회사 부도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 해 추후 치료비 지원이 끊길 수 있다. 보통 기업들은 산재처리시 사고 다발 사업장으로 평가받아 내야 할 보험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산재 피해를 받은 노동자에게 알게 모르게 공상처리를 압박하곤 한다.

 

 

김우기 노무사(서울중부노무법인)는 네이버 지식인 답변을 통해 "공상처리는 손해배상의 일종으로 산재로 처리하지 않으려는 사측과의 합의 처리를 의미한다"며 "(산재 피해 노동자는 사측과) ​절대 성급한 합의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업주가 회피하더라도 소급하여 산재처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재처리에 관한 권한은 재해 근로자의 고유 권한이다. 이는 회사가 아니라 본인이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제3자의 경우에는 변호사 혹은 공인노무사가 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손가락 절단 사고로 몇 달간 일을 하지 못 했고 원래 받던 월급의 절반 이상이 줄었다. 

 

어쩌면 A씨 사례는 운이 덜 나쁜 사례일지도 모른다. 인근에 위치한 다른 사업장에서는 3년 전 태국인 노동자 C씨가 지게차 포크와 지면 사이에 끼어 숨졌기 때문이다. 

 

3년 전 인도네시아 국적의 노동자 D씨도 모 타이어업체 하청기업에서 고무를 자르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했다. D씨는 미등록 신분이다. 그래서 산재 신청시 불법 체류 사실이 발각돼 강제 출국을 당할까 두려웠다. 손가락이 잘려도 노동당국에 알리지 못 하고 속을 끓이는 D씨와 같은 사례가 무지 많다. 이들이 감내하고 있는 산재 비극은 더더욱 심각하다. 실제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이 6배나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2017년 22만1578명, 2018년 22만2374명, 2019년 22만305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중 산재 피해를 당한 노동자는 2017년 6170명(사망자 90명), 2018년 7061명(사망자 114명), 2019년 7315명(사망자 104명)으로 마찬가지로 늘고 있다.

 

사실 불법 체류 신분의 외국인들까지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극을 감내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A씨가 당한 손가락 절단 사고는 절대 경미한 부상이 아니다. A씨에 대한 사측의 공상처리 강요는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처참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A씨와 같은 사례가 너무나도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는 뉴스 지면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기 어렵다. 사회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도록 숨어 있는 부당한 사연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삶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잘 알지 못 하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았고 있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노사 양측 모두의 반발을 불러오는 이 시점에,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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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사실만을 포착하고 왜곡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김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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