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2주간 작업을 못 하니까 그저께부터 나오지 말라고 합니다. 자재가 부족하다는데 다른 곳도 다들 그래서 생업이 끊긴 상황입니다." 지난 1일 새벽 5시 대전 중구 소재 인력시장에서 만난 A씨의 이야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 진짜 원자재값이 여기서 더 오르면 공사 현장이 올스톱 될 수도 있습니다. A씨를 비롯한 여러 일용직 노동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인력시장 관계자 B씨에 따르면 1군이나 2군급 대형 공사 현장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중소 건설 현장에서는 자재비 인상분만큼의 인건비를 깎아 메우려고 하는 중이란다. 올초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최근 일어난 공사장 산업재해 사망 사례 등으로 인해 일거리가 많이 줄었고 사람을 구할 때도 훨씬 더 엄격히 보게 됐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구인이 다 끝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계속 시장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혹시나 현장 일감이 있을 수 있다는 작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7시쯤엔 다들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철근 한 차가 들어와도 사나흘쯤 일하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노동자의 '직업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중대재해 수사를 지원하는 '직업병안심센터'가 지난 1일 처음으로 문을 연 가운데 시기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진 시점에서 센터 하나로 뒷북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병원(서울 직업병안심센터 운영기관)에서 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센터는 노동자가 직업병이 의심돼 병원을 찾았을 때 병이 실제로 업무 때문에 발생했는지 신속히 확인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후속 조치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특히 센터는 급성 중독 등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명시된 24개 질병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당국에 보고하게 된다. 당국이 수사에 나서는 경우 질병이 업무에서 기인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인데 향후 중부권(인천·경기·강원),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개 지역에서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시기가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 중대재해법 논란을 의식한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니느냐는 비판이다. 대전 소재 A 중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전동휠체어 조이스틱은 멈췄다 다시 조작하려면 2~3초 걸리는데요. 교통카드 찍고, 정리 후 조이스틱을 움직여 들어가려다 시간이 초과되면 문이 닫힙니다. 문을 열려고 몸은 물론, 조이스틱, 가방 다 부딪힙니다. 조이스틱이 망가진 적도 있어요." 카드를 찍고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가려고 하는데 너무 빨리 닫혀버린다. 개찰구의 개방 시간이 딱 '10초'인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저 한 걸음 내딛으면 통과하는 비장애인의 경우 10초인지 아닌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특히나 하반신 마비로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A씨 입장에서, 10초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지하철은 말 그대로 시민의 발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가장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오늘날까지 노인,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위해 각 지역 교통공사들은 교통약자석, 교통약자용 게이트, 승강기 등 여러 노력들을 해왔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평소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가고 나갈 때마다 개방 시간이 너무 짧아 몸을 부딪히는 등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갈수록 혼자 외출하는 장애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박성준씨는 1977년생으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당사자이자 인권운동가다. 성준씨는 몸이 불편하지만 개의치 않고 오늘도 장애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독고다이 인생 여섯 번째 주인공은 성준씨다. 어렴풋이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꼭 만나보고 싶었다.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8일 15시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모 카페에서 성준씨를 만났다. 성준씨는 현재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주로 장애인 인권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자립생활센터’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장애인 권익에 대한 논의와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점은 무엇일끼? 사실 자립센터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정식적으로 법에서 이야기하는 자립생활센터의 형태를 갖추진 못 했다. 정부 보조금 신청 요건이 되지 않아 지원도 받지 못 했다. 후원금이 한 달에 어느정도 들어오긴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자비를 들여가며 운영한다. 이외에도 혼자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혼자 후원을 받아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박고형준 후보(광주광역시 남구의원)는 솔직담백했다. 관심은 많지만 아직 공부가 덜 된 분야가 있다면 있는 그대로 “준비되지 않았지만 계속 공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권한 밖의 일들을 다 해줄 수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떠는 슈퍼맨 후보가 아니었다. 녹색당 소속 박고 후보는 31일 오전 남구청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가 평범한미디어와 마주 앉았다. 광주 지역에서 10년 넘게 교육과 청소년 인권 문제로 한결같이 시민운동을 이어왔던 박고 후보였지만 뭔가 거창한 출사표?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주권자로서 누구나 누려야 할 참정권의 일환으로 출마의 변을 읊었다. (출마해야겠다는) 특별한 결심은 없다. 시민은 누구나 정치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정당활동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드물게 정당활동에 제약이 있는 직군들이 있고 출마하더라도 선거 비용이 많이 드는 그런 한계 속에서 어떤 시민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이런 시민운동가가 그동안 행정 감시의 역할을 해왔는데 의회로 가서 해볼 수 있는 어떤 적임자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지만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이 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오랫동안 광주교육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광주광역시에서는 박고형준 후보(남구의원 가선거구)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교육 문제와 청소년 인권 이슈가 있는 어디든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이슈들 말고도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해서 언론의 조명을 유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을 10년 넘게 이끌어온 상근활동가로서 박고 후보는 스스로 “그동안 사회부조리에 돌직구를 던지고 해결해왔다”며 “이제는 남구의회에서도 내 특기인 돌직구를 살려 지역 문제를 해결해가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 박고 후보는 31일 오전 남구청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곳 남구가선거구에 출마하게 되어 기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밝혔다. 20대부터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10년 이상 혈기가 가장 왕성한 시간 동안 시민운동가로 살아왔다. 늘 예리하게 주시하고 과감하게 발언하고 실천해왔다. 권력을 감시하고 문제를 제기해 시민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이제 행정권력이 시민을 위해 쓰이도록 내 삶의 경험과 실력을 의회에서 펼쳐보고 싶다. “돈이나 지위” 등 권력자산에 못
[평범한미디어 김지영 기자] 코로나 3년차. 이제는 코로나가 감기 내지 독감 수준으로 취급되고 있다. 체감적으로 그런 것 같다. 걸리면 최대 7일간 감기 증상을 앓고 나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지난 3월23일 코로나에 한 번이라도 확진된 국민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 1명 수준인데 수 십만명이 매일 신규 확진자가 되는 시대로 진입했다. 워낙 많이 감염되다보니 모든 방역 조치가 실질적이지 않게 느껴지고 있고 방역당국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택 치료 당사자 대부분이 코로나 치료 약이 아닌 일반적인 감기약을 복용 중이며 격리 장소를 이탈하더라도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서 평범한미디어는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기피하는 ‘샤이 오미크론’ 현상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자신의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작년 가을 즈음부터 고개를 든 위드코로나 분위기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대명제는 신규 확진자 수보다 위중증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석달 반 전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대만 유학생 故 쩡이린씨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 범죄자 5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아래와 같이 예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위헌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같은 형량을 선고할 수도 있다. 정 변호사는 김씨에게 내려진 징역 8년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쩡씨의 친구들과 부모는 속이 탔다. 김씨측은 대만 현지 변호사와 국내 변호사를 모두 선임하는 등 “징역 8년”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고 어떻게든 형을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김씨측이 대법원에 상고한 뒤로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투아웃제를 규정한 소위 윤창호법2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던 만큼 기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실제로 노태악 대법관은 작년 12월30일 헌재의 결정을 참고해서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 그러나 29일 오전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4-3부 부장판사 차은경·양지정·전연숙)는 김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깎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뭘까. 재판부는 “형량을 다시 정하는 데 있어 음주운전이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이 매우 높은 범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위험해서 안 된다고 세 군데서 거절당했습니다. 저도 세금 내고 사는 국민입니다. 장애인은 운동도 못 하나요?” 대전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 A씨는 초등학교 때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킥보드를 타고 놀다 사고가 나 왼쪽 눈이 완전히 실명됐다.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원근감 등의 문제로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서 종종 불편을 겪는다. 지난 2월 새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모처럼 운동을 해보려고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장애를 이유로 가입을 거절당했다. 10곳 중 1곳은 받아줄 것 같았지만 A씨는 끝내 헬스장 등록에 실패했다. 그는 “헬스장 등록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는지 몰랐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헬스장 출입이나 렌트카 대여를 거부당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막상 내가 당하니 기사로 접하는 것보다 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A씨를 거절한 모 헬스장의 관계자는 “장애인을 차별해서가 아니라 안전상의 이유가 있어 가입시켜주기가 쉽지 않다. 비장애인도 다치는 일이 허다한데 만약 기구를 사용하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정말 안전 문제 때문일까? 장애인도
[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오늘도 빵이에요. 이제 좀 질려요." 아이들의 온전한 한끼가 사라졌다. 코로나 확산세 심화에도 방역체제 완화로 등교가 재개된 가운데 급식실 인력난이 심화되면서다.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만큼 급식실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있어 학교에 간 아이들의 식판엔 밥이 아닌 빵이나 떡 같은 대체 급식이 오르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서울 지역 초등학교 467곳 중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급식 조리사 결원이 발생한 학교는 237곳으로 절반에 해당하는 학교가 급식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대체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곳은 101곳이었다. 결원이 발생한 학교 10곳 중 4곳이 인력 충원을 하지 못한 셈이다. 조리사를 포함한 교직원 확진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초등학교 교직원 확진자는 총 4950명이며 1일부터 21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총 1만3773명이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서울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A씨는 "갑자기 세 분이나 확진이 되면서 제때 적정량의 급식 준비가 불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