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노동자의 '직업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중대재해 수사를 지원하는 '직업병안심센터'가 지난 1일 처음으로 문을 연 가운데 시기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진 시점에서 센터 하나로 뒷북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병원(서울 직업병안심센터 운영기관)에서 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센터는 노동자가 직업병이 의심돼 병원을 찾았을 때 병이 실제로 업무 때문에 발생했는지 신속히 확인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후속 조치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특히 센터는 급성 중독 등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명시된 24개 질병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당국에 보고하게 된다. 당국이 수사에 나서는 경우 질병이 업무에서 기인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인데 향후 중부권(인천·경기·강원),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개 지역에서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시기가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 중대재해법 논란을 의식한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니느냐는 비판이다.
대전 소재 A 중소건설사 노조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일하다 죽은 사람이 10명이 넘는다. 고작 3개월이 지났는데 말이다"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중대재해법으로 처벌조차 불가능한 사례가 계속 나오고 또 그것에 대한 항의가 계속되는 와중 갑작스럽게 직업병안심센터가 문을 열었다. 취지는 좋다. 그런데 시기가 너무 그렇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실제 현장에서 기본적인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 그걸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갑자기 직업병안심센터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올해이지만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2016년 808명에서 2020년 1180명으로 46% 증가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로도 사고 사망 케이스를 빼고 지난 2월16일 두성산업에 이어 3월4일 대흥알앤티에서 각각 16명과 13명이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병 환자들이 올 상반기에 벌써 대량으로 발생한 셈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년 전부터 논의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왜 이제서야? 예산이 실제로 배정된 것도 작년부터였다.
충남 소재 한 건설회사에서 안전관리자 직책을 맡고 있는 B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각 센터에 데이터가 축적되고 유기적인 감시체계가 작동하기까지는 못 해도 3년은 지나야 한다"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의사에게 직업성 질병 판정을 받았음에도 산재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해당 센터를 이용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또 찾아간 노동자들이 얼마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보장을 못 할 것 같다. 중대재해법 기준이나 산재 인정 과정을 살펴보고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을 변화시켜야지 그냥 센터만 달랑 세웠다고 뭐가 달라지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