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사람이 도로에 누워있었는데 자동차가 밟고 지나갔다. 죽은채로 누워 있었던 건지 밟혀서 그렇게 된 건지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
지난 7일 깊은 밤 11시45분쯤 전남 광양시 중마동의 한 도로에서 20대 남성 A씨가 목숨을 잃었다. A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로에 누워 있었고 이를 미처 보지 못 한 운전자 B씨가 A씨를 그대로 밟고 가버렸다. B씨는 갑자기 ‘물컹’한 느낌이 들어 차에서 내렸고 이내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B씨는 경찰에 바로 신고했지만 일단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사고는 뭔가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많다. 왜 20대의 젊은 청년은 위험한 도로 한가운데 누워 있었을까?
평범한미디어는 도로에 드러누워 있어 사고를 유발하는 스텔스 보행자에 대해 보도(야간 도로 드러눕는 ‘스텔스 보행자’ 운전자는 날벼락)한 바 있다. 사실 어두운 밤에 사람이 도로에 누워 있으면 운전자 입장에서 발견하기가 정말 어렵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시간도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운전자는 사고 피해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사고가 났기 때문에 B씨는 전방 주시 태만의 과실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스텔스 보행자는 만취 상태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많이 마셔서 몸을 가누지 못 해 마치 도로가 자기 집 안방인 것처럼 생각하고 몸을 눕히는 것이다. 밖에서 술 마실 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과음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본인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 애초에 귀가 계획을 세워놓고 술을 마셔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 참 이상하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같이 저녁 식사를 한 A씨의 동료들은 “A씨가 몸을 가누지 못 할 정도로 만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반주로 술을 좀 하긴 했지만 그렇게 인사불성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술을 먹지 않은 지인이 차로 바래다 주겠다고 했지만 A씨는 “술도 깰겸 걸어가겠다”며 거절했다. A씨는 멀쩡히 걸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A씨가 식사를 했던 식당에서 도보로 불과 10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평범한미디어는 광양경찰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 차례 물어봤지만 아직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다만 A씨가 “1차적으로 뺑소니 사고를 당해 도로에 쓰러져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정리해보면 1차적으로 어떤 차량이 A씨를 치고 그냥 도주했고 차에 치여 쓰러져 있는 A씨를 B씨가 미처 보지 못 하고 2차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가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질 정도의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목격자 및 CCTV와 블랙박스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나는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을 안 만났다? 그 자체로 행운이다. 솔직히 우회전 할 때는 못 피한다”며 “쭉 갈 때는 보이지만 언덕배기 보이자마자 턱? 안 보인다. 커브 돌 때 안 보인다. 우회전할 때 안 보인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무죄 판결 거의 안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속도로에 누워있으면 무죄다. 앞으로는 딱 꺾었을 때 나타나는 누워있는 사람의 경우는 무죄 나와야 한다. 판사들이 직접 가봐도 보이지 안 보이는지 보려고 하면 보인다. 그런데 실제 우회전을 할 때는 안 보인다”며 “판사들이 기계적인 게 아니라 현실성에 맞게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안 보인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