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강남 한복판에서 23톤 화물 트럭이 오토바이를 그대로 덮쳤고 10미터나 이동했다. 안타깝게도 오토바이 운전자 40대 남성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몸이 분리되는 등 처참한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11시30분경 서울시 강남구 선릉역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던 트럭 앞에 오토바이가 1대가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내 초록불 신호로 바뀌자 트럭은 바로 직진했는데 오토바이는 잠깐 멈칫했고 비극이 벌어졌다. A씨는 스마트폰을 잠깐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트럭은 그런 오토바이가 사각지대에 있어서 그런지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 왼쪽 앞바퀴에 무언가 깔린 것을 감지하지 못 한 채 10미터 넘게 이동했다.
현재 유튜브에는 교차로 반대편에서 신호를 대기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어 있다.
수서경찰서는 트럭 운전자 60대 남성 B씨를 불러 조사했는데 B씨는 “화물차의 차체가 높아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오토바이를 미처 보지 못 했다”고 진술했다.
평범한미디어는 그동안 대형 트럭의 사각지대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공사장에서 '덤프트럭'에 치인 자전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를 한 바 있다. 트럭은 차체가 높기 때문에 전방 시야에 사각지대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이나 다른 차량이 트럭에 접촉하더라도 운전자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차량의 질량과 부피가 큰 만큼 운전자의 공간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그리고 오토바이는 차체가 작고, 가볍고, 이륜인데다, 천장이 없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도로에서 항상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도로에서 오토바이나 소형차 운전자는 화물차와 버스 등 대형 차량 앞이나 뒤에서 바짝 붙어서 운행하는 것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선릉역 오토바이 참사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배달 라이더들 입장에서는 남일 같지가 않다. 그래서 27일 오전에는 사고가 발생한 선릉역 부근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이 주도해 조촐한 추모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봤던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 유독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선릉역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도시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배달 라이더들이 무지 많았고, 그들 전부 맨 앞에 있는 자동차를 앞질러 정지선 밖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진보 매체들이 라이더들이 위험하게 운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현실을 조명해왔다. 조선일보도 기획 보도(번쩍배달·치타배달 경쟁에 ‘도로 위 무법자’ 된 라이더들)를 내놨다. 하지만 현실은 꿈쩍 않고 있다.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운행 중에 스마트폰을 본다. 빨간불임에도 무시하고 간다. 자동차들 틈 사이로 빠져나가 맨 앞에 선다.
왜? 라이더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즉 빠른 시간 안에 많이 배달할수록 많이 번다. 스피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라이더들은 무리하게 운행하다 사고를 당한다. 이동 중에도 주문콜은 수없이 울리고 한 두 번 놓치거나 거절하면 불이익을 받는 시스템에서 라이더들은 무법 운행의 관성에 젖게 된다. 라이더유니온은 우선적으로 라이더들의 안전 수칙 준수가 중요하겠지만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켜서 늦게 배달하더라도 "적정 소득"이 보장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플랫폼사 간의 경쟁 때문에 도로에서 라이더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받으면서 아찔한 운행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주요 업체들이 배달업에 뛰어드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평범한미디어는 지난 7월 이러한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권 문제를 보도(배달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 어디에 있나?)한 바 있다.
노조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에게 △유가족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해 장례비용 일체와 위로금을 지급하고 △사고를 당한 해당 라이더가 산업재해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라이더의 안전교육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