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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조건없는 만남 제안에 안철수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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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선 레이스가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제3지대에 있는 진보와 중도 후보가 만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후보(국민의당)는 심상정 후보(정의당)의 “조건없이 만나자”는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긍정적이라고 볼 워딩은 없었다. 안 후보는 아직 심 후보와 소통해보지 않았지만 전날(21일) 자신이 먼저 제안한 ‘쌍특검 검증론’에 심 후보가 호응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안 후보는 22일 20시 본인의 유튜브 채널 <소통 라이브>를 통해 “(심 후보의 조건없는 만남 제안을 거론하는 지지자 댓글을 읽은 뒤에) 아~ 예. 그 내가 어제 제안을 했던 내용이 사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거대 기득권 양당이 만들어놓은 특검법을 같이 심사하자고 제안을 했더니 아마도 그 이야기를 듣고 오늘 조건없는 만남 이런 제안을 한 것 같다”며 “아직 서로 의사소통은 못 해봤지만 아마도 내가 말씀드린 특검법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자. 나는 그 뜻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심 후보는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양당체제 종식 공동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등은 모두 출마선언을 통해서 기득권 양당정치의 틀을 깨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시대교체로 나가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뜨겁게 환영한다. 심상정이 진보정치 20년 동안 절절히 호소해왔던 말이다. 양당체제 종식은 시대적 사명이고 심상정의 숙명”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와 정의당은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힘을 적극적으로 모아나가겠다. 대선 후보, 원내외 정당, 시민사회계 그 누구라도 시대교체와 정치교체에 뜻을 같이하는 분이면 적극적으로 만날 것”이라며 “그 첫 번째 만남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께 제안드린다. 빠른 시일 내에 조건없이 만나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연대를 포함해 현안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을 교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사실 심 후보는 11월2일과 3일 각각 언론 인터뷰자체 기자간담회를 통해 안 후보와 김동연 후보에게 ‘양당체제 종식 공동선언’을 해보자고 두 차례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두 후보는 그동안 기자들과 만나 양당체제의 문제점만 비판했지 심 후보의 제안에 호의적인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심 후보의 메시지를 못 접하진 않았을 것 같고 접수했음에도 선뜻 호응하기에는 나름의 셈법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 입장에서는 심 후보가 양당 틈새를 비집고 나가는 포지션을 선점하기 위채 치고 나가는 모양새가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제3지대 주도권 싸움으로 해석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의 반응과 김 후보의 눈치를 봤을 때, 심 후보는 캠프 차원에서 물밑으로 아직 만나자는 제안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심 후보도 급이 있는 유력 정치인으로서 물밑에서 먼저 만나자고 하기에는 뭔가 께름칙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두 번이나 제안했고 무반응이 지속되자 포기하지 않고 안 후보에게 핀셋 공식 제안을 다시 한 걸 보면 양당 균열론에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세 후보 모두 “나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피력하며 중도 포기없는 완주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세 후보가 힘을 모아야 하고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선전환추진위회 △안병진 경희대 교수 △장석준 전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김수민 평론가 등이 있다.

 

 

심 후보는 구체적으로 대선전환추진위 등 시민사회의 관련 움직임에 대해 “말씀하신 시민사회계를 포함해서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제3지대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고 계시고 심상정이 그 중심에 서서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제3지대 힘을 모아라. 이런 주문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어찌됐든 이러한 양당 균열론에 가장 적극적인 대선 주자가 심 후보이고, 두 후보는 일반론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 후보가 22일 “오늘부터 양당체제 종식을 위한 제3지대 공조를 시작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물밑으로 공식 제안서를 넣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가 중요할 것 같다.

 

심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오늘 처음으로) 제안드렸고 이제 실무적으로 일을 하겠다. 그동안 서로 정치교체와 관련한 문제의식들은 다양한 자리에서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 주체 이런 점에 대해서는 만남을 통해서 서로 의견 교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철수 후보 만나뵙고 김동연 후보도 만나뵐 것이다. 이 두 분 이외에 지금 후보는 아니지만 제3지대에 의지를 갖고 계신 정치인과 정당도 많이 있다. 이분들도 연쇄적으로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 후보가 오늘 故 김영삼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 등) 같이 하는 자리가 많다. 악수하면서 (안 후보에게) 한 번 뵙자는 이런 이야기는 이미 해놓은 상태다. 조금 더 격식을 갖춰서 제안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심 후보는 “이제는 단지 언론을 통한 제안을 넘어서서 직접 만나 뵙고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을 좀 적극적으로 끌어내면서 공조의 범위나 시기나 이런 것들을 판단해보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결국 만나게 된다면 집권 전략에 대한 세 후보의 철학이 공유될 수밖에 없다. 일단 심 후보는 ‘책임 연정’ 시나리오를 밀고 있는데 출마선언 초기 불거졌던 더불어민주당을 연정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차원이 아니라고 항변 중이다.

 

심 후보는 “정권을 잡기 위한 캠프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의 요구를 대변하는 현대적인 정당체제로의 전환을 추구하자는 것”이라며 “(양강 후보를 배제한 제3지대 테이블이 열리고 이 힘으로 정권을 잡게 되면) 어느 정당도 지금 모습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열망을 중심으로 정치 재편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후보의 행간은 아마 이런 시나리오일 것이다. 만약 제3지대 단일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당연히 거대 양당이 분열되어 20대 국회(2016~2020년)의 4당 또는 5당체제 보다 더 다양한 다당제 시스템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심 후보가 재차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심 후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연대를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만나서 출발을 해봐야 어디까지 길을 같이 할지 어느 길을 갈지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다양한 연대는 지금까지 추구해왔다. 후보 단일화는 언급한 적이 없다. 그것은 앞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양당체제 종식과 시대교체를 위해서 어디까지 협력할 수 있는지 또 어떤 노력을 함께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보는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치권은 단일화에 너무 과도한 관심이 있다. 단일화는 너무 앞서가는 얘기이고, 아직 한 번도 못 만나뵀는데 지금 그것을 언급할 계제는 아니”라며 “지금 양당체제 종식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크고 또 그것을 주도할 정치적 주체로서 제3지대를 우리 국민들이 강력하게 호명을 하고 계시고 안철수 후보나 김동연 후보 또는 이 두분이 아닌 다른 정당과 정치세력들도 많이 계시다. 그렇기 때문에 양당체제 종식을 위해서 어디까지 힘을 모을 수 있는지 그 대화의 문을 적극적으로 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참고로 심 후보와 안 후보는 2013년 5월 ‘새정치연합’이란 신당 창당이 이뤄지던 시점 구체적인 연대를 모색한 바 있다.

 

 

이날 심 후보는 김 후보가 “정의당 역시 기득권”이라고 직격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도 날을 세우지 않았다.

 

심 후보는 “각기 정당의 입장이 있고 노선이 있고 정책이 있고 그런 것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경쟁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저희도 여러 견해 차이가 있지만 그 문제하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노력하고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장 결혼하자는 게 아니지 않나. 적극적으로 만나서 시민의 열망을 어떻게 받아안을 것인가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심 후보는 안 후보의 특검 공조 제안에 대해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며 “특검을 할 경우에 대선 후보 공식 등록일인 2월13~14일 이전 2월12일까지 특검의 결과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러려면 당장 이달 안에 특검 논의가 시작되고 마무리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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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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