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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목욕’ 시킬 때는 1초도 눈을 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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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생후 17개월 밖에 되지 않은 딸이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엄마는 목욕을 시키는 중에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다. 대한민국 평균 영아의 신장으로 봤을 때 어린 딸은 80cm에 10kg 정도 됐을 것이다. 얼마든지 욕조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신체 사이즈다. 

 

작년 12월11일 19시 즈음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17개월 된 여자 아이 B양이 욕조에 빠져 숨졌다. 엄마 A씨는 목욕을 시켜주고 있었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잠시 욕실을 나갔다. 그 찰나의 순간 B양은 생사를 넘나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B양을 급히 병원으로 옮기면서 응급처치를 취했으나 끝내 B양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일단 경찰은 학대나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 했다. 그래서 과실에 따른 사망으로 보고 내사를 종결했다. 단순 부주의에 의해 딸이 사망한 것이 진실이라면 A씨의 억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언론에 단신으로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질 수 있다. 그래서 경찰도 그런 지점을 고려해서 해당 사고에 대한 정보를 최소화해서 경찰 출입 기자들에게 전파한 것으로 보이는데 발생 장소만 하더라도 “광주”라는 표현만 있지 광주광역시인지 경기도 광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추가적으로 경찰과 소방쪽 취재를 해보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A씨의 아픔과는 별도로 이번 사고는 집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영아 사망 사례의 주요한 부분이라 좀 분석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모든 신체기능이 발달 과정 중에 있으며 성인에 비해 아주 초보적인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영아(생후 24개월까지)는 언제든지 돌연사할 수 있다. 특히 12개월 미만이 기준이긴 하지만 ‘영아돌연사증후군’이 공식 용어로 통용될 만큼 영아는 세심한 케어가 필수적이다. 영아돌연사증후군에 포함된 주요 요인들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엎어서 재우는 자세 △부모와 한 침대에서 재우는 경우 △침구가 너무 푹신한 경우 △체온상승 △부모의 흡연 △미숙아 △유전적인 심장 이상 △유전적인 대사 이상 등이 있다. 영아돌연사증후군 외에 부모의 부주의로 자주 발생하는 사망의 핵심 요인이 바로 화장실(욕실)에서의 사고다. 화장실은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를 들고 이동하다 놓칠 수 있고, 욕조에서 익사를 당할 위험성이 크다.

 

아기를 키우는 거의 대부분의 부모는 24시간 눈을 떼지 않는 기세로 자녀를 돌본다. 이게 상식이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부모도 사람이고 기계가 아닌 이상 육아 도중 스마트폰을 보는 등 자기 이슈가 생겨 잠시 아기한테 신경을 쓰지 못 하는 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부모 타임’이라고 명명해본다면 육아 시간 동안 부모 타임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화장실에서만큼은 부모 타임이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목욕시키거나 똥이 묻은 엉덩이를 씻기는 등 화장실에 들어갈 이유들은 꽤 많은데 그럴 때마다 영아를 1초도 혼자 둬선 안 되고,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A씨만 하더라도 17개월의 딸이라면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수준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약간 방심하고 욕실에 혼자 두고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이 기사를 보는 모든 부모들은 영아를 데리고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절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장실에 들어가더라도 잠시 자리를 비울만한 요인들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를테면 필요한 물품들은 다 챙겨서 갖고 들어가는 게 좋다. 자주 쓰는 목욕 바구니나 각종 아기 용품을 화장실에 미리 구비해두는 것이 좋고,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면 다 마치고 들어가야 한다. 가스레인지나 전자레인지를 켜놓고 들어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혹시 그 와중에 초인종이 울리더라도 자리를 비우지 않아야 한다. 영아를 다 씻기고 안정적인 자리에 둔 뒤 수습해도 늦지 않다.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21년 8월24일 경기 포천시의 한 주택에서 생후 9개월 된 둘째 남아가 첫째 남아(3~5세 유아로 추정)와 화장실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다 숨졌다. 당시 엄마는 두 아들을 씻긴 이후 화장실 욕조에서 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부엌일을 보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무엇보다 10분 간격으로 두 아들의 상태를 체크했다고 하는데 1분도 불안한데 10분은 너무도 긴 시간이다. 돌발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9개월 영아가 물놀이를 했다기 보단 그냥 형과 함께 욕조에서 웃으며 첨벙댄 것으로 추정되는데 경찰 조사 결과 욕조의 물 높이는 16cm였다. 그렇게까지 깊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9개월 영아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 하거나 미끄러져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그대로 익사를 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평균 영아 신장 9개월의 남아는 72cm에 9kg 정도 되는데 작은 욕조라고 하더라도 몸 전체가 잠길 정도는 될 것이다.

 

네이버 블로거 ‘마음백신연구소’는 B양의 사고 뉴스를 접하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화가 난다”며 아래와 같이 풀어냈다.

 

제 둘째 아들이 지금 15개월이고 지금껏 제가 목욕시키고 있는데요. 혹시나 있을 위험을 대비해 항상 얕은 대야에 씻기는 게 기본 상식인데.​ 도대체 목욕 중에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으며,​ 욕조에 빠져 사망할 때까지 모를 수가 있을까요?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죽음을 앞둔 순간에는 큰소리로 울거나 발버둥치기 마련입니다. 부모를 향해 있는 힘껏 신호를 보냈을 것입니다. 자리를 비울 때는 분명,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무리 중요한 일이더라도 온 신경이 화장실의 아이에게 가있기 마련인데​ 그 마지막 살려달라는 신호마저 왜 놓치셨나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삼가 너무나 이쁘디 이뻤을 고귀한 작은 영혼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가슴 찢어지게 아프고 후회하고 계실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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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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