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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의 신당 원칙 “대권 주자나 지역 기반에 의존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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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4월 띄웠던 신당론이 오는 9월 정식 창당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금 전 의원은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이라는 모임을 통해 신당 창당을 준비해왔는데 3일 ‘새로운정당 준비위원회’(새로운당)로 정식 개편하고 실무 총괄자로 정호희 전 민주노총 대변인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편의점 점주이자 작가 출신 곽대중씨를 대변인으로 인선한 바 있다. 그렇게 새로운당은 정호희 집행위원장까지 정해진 뒤로는 연일 양당을 비판하는 논평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데 무엇보다 광역 도시 5곳 이상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해서 총 5000명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창당이 완료된다.

 

새로운당을 다루는 언론들은 계속해서 중량감있는 인물들이 합류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매우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데, 금 전 의원은 과거의 방식처럼 기성 정치인들을 불러모아 공천 장사하는 루트가 아닌 아닌 의제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금 전 의원은 4일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 타이틀이 <문제해결 중심의 생산적 정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이었는데 금 전 의원은 발제자로 연단에 서서 “편가르기를 봉합하고 공동체 인식을 높이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인데 기존 정당이 이 역할을 못 해서 우리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바라는 선택지를 열어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 사회에 산재한 수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금 전 의원은 대표적으로 “양극화가 심각하다”면서 소득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은 기존 양당 모두 “썩었고 무능하다”며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당이 그야말로 새로운 세력으로 부각되려면 새로운 방식을 보여줘야 할텐데 금 전 의원은 과거의 정치 문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를테면 유력 대권주자에 의존하거나 지역 한 곳을 잡고 올인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금 전 의원은 “그렇게 출발한 정당이 오히려 생명이 짧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당장 성공은 어려워도 사람들의 뜻을 모아감으로써 진짜 새로운 세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보면 금 전 의원이 대놓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구 국민의당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선언한 셈이나 다름 없다. 구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에서 밀려난 안 의원과 여타 세력들이 합심해서 창당한 제3지대 정당이다. 대권 주자 안철수와,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던 기존 정치인들이 합작해서 무려 38석을 얻었던 성공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구 국민의당은 20대 국회(2016~2020년) 내내 통합과 반통합으로 나뉘어 내분에 휩싸이기만 했고 끝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을 거쳐 원외정당 민생당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2016년 국민의당이 호남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사실 호남에 있던 대부분의 의원들은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었다. 굉장히 쉽게 호남 기반을 잡을 수 있었지만 사실 민주당 내 공천 갈등이 없었다면 민주당 의원들이 되어도 하등 문제가 없었다. 저희가 만들려는 정치권의 판을 바꾸려는 새로운당과는 좀 다르다. 저희가 국민들이 많이 아는 인지도 있는 정치인이나, 지역 기반을 갖고 출발하면 쉽겠지만 그게 일시적이고 어떤 특정인을 대통령 만들자! 이 구렁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걸 봤기 때문에 그렇게 가면 안 된다. 어렵더라도 정면으로 부딪치는 그런 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금 전 의원은 2012년 새정치 돌풍을 일으켰던 안 의원의 대선 캠프로 영입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만큼 안철수 현상에 기대를 걸었으나 금 전 의원의 바람과는 달리 안 의원은 양당체제로 흡수되고 말았다. 2014년에는 신당을 만들고 있다가 갑자기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민주당과 합당하는 결정을 했고, 2022년 대선에서도 신 국민의당을 국민의힘에 흡수시키겠다고 선언한 채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까지 강행했다.  

 

 

이날 금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역시 결국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제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다 똑같다는 취지로 논지를 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각 부처 차관들을 대거 교체함으로써 “정국 반전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금 전 의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욕을 느낀다”며서 인사청문회를 스킵하고 “대통령 뜻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목소리는 애초에 듣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불통, 편가르기, 청산해야 할 외부의 절대악을 상정하는 구태 정치 등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게 금 전 의원의 진단이다. 예컨대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져내려온 ‘적폐청산’ 구호가 “이권 카르텔”로 변모했다. 윤 대통령은 요즘 입만 열면 각 분야에 똬리를 튼 이권 카르텔을 깨부셔야 한다고 침이 튀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력이 출현해야만 하고 금 전 의원은 “신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유권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더 나아가 금 전 의원은 “이제는 유권자들도 결단할 때”라며 “거의 모든 사람들이 국민의힘은 썩었고 민주당은 무능하고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투표하러 가서는 관성에 따라 양당을 찍으면 우리 정치는 변하지 못 한다”고 역설했다.

 

양당을 찍는 관성적인 사표방지심리를 뚫어내려면 금 전 의원의 새로운당이 유권자들에게 믿을만하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그래야 목표로 삼고 있는 내년 총선 ‘30석 이상’을 이뤄낼 수 있다. 사실 양당 밖에 있는 정당이 확보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인데, 어떻게든 해보기 위해서 금 전 의원은 최근 세력 확대 차원에서 여러 인물들과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금 전 의원은 소속 정당을 초월해서 정태근 전 의원(한나라당 출신), 박원석 전 의원(정의당)과 손을 잡기로 했다. 지난 5월부터 여러 차례 회동했고 두 사람이 새로운당에 합류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 밖에 별도로 조직(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회)을 세우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지만 총선 전 치르게 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11일)에 무소속 후보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청년들이 중심이 되는 정치그룹과 논의를 하면서 좋은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2019년 타계한 故 정두언 전 의원과 비슷한 정치 이력을 갖고 있는 보수정당 소장파 출신으로 원칙있는 보수 정치를 설파해왔고, 박 전 의원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심상정 후보의 큰 선거들을 총괄했던 진보정치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금 전 의원이나 직업이 비대위원장인 김종인 전 위원장, 정 전 의원과 박 전 의원 등 모두 새로운 정치인을 발굴하고 세우기 위한 “코치진” 역할을 자처하고 있고, 이를 목적으로 새로운당에 모였는데 과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관련해서 조대원 센터장(리서치한국 여론조사연구센터)은 뉴스버스 칼럼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과거의 신당은 총선 직전에 급조되어 거대 양당에서 공천 떨어진 사람들, 지방의원 수준의 인물들을 전국 지역구에 마구잡이로 꽂아 ‘철새 정당’, ‘함량 미달의 2군 리그’란 식상함과 불신 때문에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준비 중인 제3지대 신당은 그러한 과거의 실패 사례와 경험을 학습·분석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는 분위기다. “인물 중심의 정당”이 아닌 “문제 해결 중심의 새로운 세력”이란 첫 슬로건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전면에 드러난 인물들이 ‘플레이어(player)’가 아니라 ‘프론트(front)’나 ‘코치진’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인물들이 무대를 마련하여 병풍 역할을 하고 그간 발굴한, 검증된 실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새 인물들을 경기에 출전시키는 형태의 정당이 뜬다는 의미다. 일찍이 정치판이 경험해 보지 못 한 새로운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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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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