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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루’가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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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가수 이루씨(조성현)의 음주운전 범죄는 유독 악의적이다. 1차적으로 본인이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음에도 동승자를 범인으로 몰았다. 2차적으로는 고작 석 달 뒤에 또 음주운전을 감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루씨가 선임한 변호인은 1심 판사에게 “인도네시아에서 한류의 주역으로 국위선양한 점, 모친이 치매를 앓고 있어 보살핌이 필요한 점을 참작해달라”면서 그야말로 어이없는 어그로를 끌었다.

 

 

이루씨는 지난 6월15일 열린 1심 선고공판(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정인재 부장판사)에서 범인도피방조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검 공판 검사는 징역 1년 실형을 구형한 만큼 항소했다. 서부지검은 “음주운전으로 수사 대상이 된 후 동승자로 하여금 허위의 음주운전 진술을 용이하게 하고 약 3개월 후 다시 음주운전을 하면서 제한 속도를 시속 100km 초과해 운전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는 점을 면밀히 고려했다.

 

이루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음식점에서 여성 프로골퍼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운전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는데, 어이없게도 이루씨는 조수석에 탄 A씨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사실상 거짓 진술을 했다. A씨도 이루씨와 말을 맞췄는지 본인이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루씨가 운전석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있었고, 이에 따라 경찰은 A씨에게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범인도피죄)를 적용했으며 이루씨에 대해서는 범인 도피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아무리 봐도 운전자 바꿔치기를 종용한 것으로 보여 이루씨에 대해 교사 혐의까지 의율하려고 했으나 직접 부탁한 녹취 증거 등 물증을 확보하지 못 해 그러지 못 했다. 당시 이루씨에 대한 혈중알콜농도 역시 확보하지 못 해 음주운전 혐의도 불송치했다. 아마도 이루씨는 당시 경찰의 정기 음주단속에 걸린 게 아니라 주변 운전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정지 명령을 받았고 그 찰나에 운전자 바꿔치기를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기 음주단속이었다면 바꿔치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음주 수치가 확보됐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했거나 둘 중 하나의 혐의가 적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월에 저지른 사건은, 이루씨가 12월19일 또 다시 음주운전 대물 사건을 자행한 이후 뒤늦게 KBS 단독 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이루씨는 석 달만에 또 다시 음주운전을 저질렀는데 자정이 가까운 시각 서울 용산구 구리 방향 강변북로를 주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제한 속도 시속 80km 구간에서 무려 180km로 달렸다. 그야말로 광폭의 질주를 한 셈인데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여겨질 정도다. 첫 공판 당시 이루측 변호인은 어떻게든 선처를 받고 싶었는지 “모든 범행을 자백한 점과 인도네시아에서 한류의 주역으로 국위선양한 점, 모친이 치매를 앓고 있어 보살핌이 필요한 점을 참작해달라”면서 황당한 변론을 했다. 이루씨의 중대한 음주운전 범행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들을 끌고들어와서 연결시켰다. 그저 바짝 엎드려서 반성과 석고대죄의 스탠스만 취해도 모자란데 이상한 말을 덧붙여서 긁어부스럼만 만들었다.

 

어차피 한국 사법의 현실상 음주운전 범죄는 인명 사고를 내거나 열 번 이상 극단적으로 반복하지 않는 이상, 재범에 대물 사고라고 해도 실형이 불가능하다. 법조문상 실형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범위에 종속되는 판사들이 그런 판결을 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굳이 저렇게 이상한 변론까지 하지 않아도 됐었다.

 

 

지난 2021년 이루씨는 <까만안경>을 15년만에 다시 발매했다. 2005년 데뷔한 이래 2006년 10월에 낸 <까만안경>으로 불멸의 히트곡을 갖게 됐으나 국내에서 가수로서의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않았던 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다. 국내에서의 활동을 다시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그동안 이루씨는 가수 태진아씨의 아들이라는 요소가 부각돼 각종 방송에는 자주 출연했지만 출시한 앨범과 OST는 큰 관심을 받지 못 했다. 그나마 2011년 인도네시아 영화에 <까만안경>이 삽입되면서 현지에서 톱스타 반열에 올라서 국내에서의 불안한 입지를 상쇄하게 됐고, 이를 통해 탄력을 받았는지 2017년부터는 배우로 전환해서 2022년까지 드라마 8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2021년 버전 <까만안경>을 발매해서 다시 국내에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루씨는 이제 몰락의 늪에 빠졌다. 사실 이루씨의 인지도와 화제성, 범행의 내용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혹시라도 이루씨가 나중에 시간이 흘러 컴백하게 되지 않길 바란다. 12년간 연예계를 취재해왔던 최정아 기자(스포츠월드)는 “반복되는 연예계 음주운전 소식에 대중의 실망과 분노가 치솟고 있다”며 “음주운전 논란으로 활동을 멈춘 이들의 뉴스가 연예사회면을 가득 채움에도 학습효과 없는 음주운전 후배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음주운전 쯤이야’라는 안일한 태도가 문제다. 주취 상태로 차량을 운행하는 음주운전은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타인의 생명도 위협하는 중범죄다. 은근슬쩍 복귀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사태는 반복된다. 더 이상 복귀의 발판을 쉽게 내어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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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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