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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준 ‘계곡 물미끄럼틀’ 청년들 목숨 앗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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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오죽했으면 “미끄럼틀 계곡”이란 표현이 나왔을까 싶다. 대구 군위군 부계면에 위치한 동산계곡에 가보면 일단 넓고 경사가 급하지 않다. 완만하다. 그 완만한 바위 계곡을 따라 물이 흐르는데 수심은 깊지 않고 유속도 빨라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할 수 있다. 방심이 화를 부른다. 이처럼 사고가 빈번하자 군위군청에서도 ‘물놀이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출입하지 말아달라고 권고하고 있으며, 여름철이 되면 안전요원을 6명이나 배치할 정도가 됐다.

 

 

지난 7월27일 오전 9시반 즈음 동산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20대 남성 청년 4명이 물에 빠졌다. 그중 1명은 가까스로 계곡에서 탈출한 뒤 스스로 119 신고를 했다. 그러나 나머지 3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같은 대학교 출신 친구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산계곡의 물미끄럼틀에서 물놀이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대구강북소방서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3명 모두 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3명의 목숨을 살릴 수는 없었다.

 

서두에서 밝혔지만 동산계곡은 워낙 물이 맑고 얕아서 누가 봐도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최고의 피서지로 평가받는다. 계곡이 넓고 완만한 경사로 인해 조성된 슬라이딩 스팟이 핵심 인기 요소다. 그러나 올여름처럼 폭우 사태가 일어나면 계곡물이 어느 지점부터 순식간에 넘쳐흘러서 피서객을 집어삼킬 위험이 있다. 별로 안 깊은 것 같아서 미끄럼틀에 몸을 맡겼는데 내려가다 보면 불어넘친 계곡물의 소용돌이와 만나 휩쓸려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비극이 있기 하루 전(26일)에도 군위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군위군청은 여름철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해서 동산계곡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하필 근무시간 이전에 사고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8월까진 교대 근무표를 잘 짜서 안전요원을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지기 직전까지 배치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물놀이 금지구역’에 대한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고 권고에 그치는 수준이라 물에 빠지는 사람들의 비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동산계곡처럼 위험한 곳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려면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대구시와 군위군이 신경써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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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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