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오밤중 초인종 누른 남성 “호감 같은 소리하네”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혼자 사는 20대 여성의 집 대문 앞에 50대 중년 남성이 호감을 드러내는 쪽지와 닭꼬치를 남겨두고 초인종을 누른다. 문을 열고 나오길 기대했는지 여성이 계속해서 “누구냐”고 열 번 이상 물어도 대답이 없다.

 

 

지난 7월31일 22시 50대 남성 A씨는 20대 여성 B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호수 문 앞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B씨는 늦은 밤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문 너머로 또는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연신 물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초인종을 눌러서 인터폰으로 확인해봤을 때 A씨가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추후 경찰이 알려주기 전까지 A씨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니까 A씨가 초인종을 누르고 바로 옆으로 숨었던 것 같다. 그래서 B씨가 대문 너머로 다가가서 누구냐고 묻게 됐던 것으로 짐작된다. B씨는 이러한 상황 자체가 너무 두렵고 무섭기 때문에 언론 기사화 및 공론화를 포함 정보 공유를 위해 본인 트위터 계정으로 상세히 중계했다. A씨가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B씨는 “사실 범죄 시도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연락처도 안 남겼고 대충 봉지를 두고 두 번 초인종을 누른 게 아니라 문을 열지 않자 비닐봉지의 위치를 한 번 조정하고 (바스락댐) 몇초 텀을 갖고 초인종을 누른 것이기 때문이다. 복도에서 기척이 계속 났기 때문에 내 반응이 안 좋은 걸 확인하고도 최소 5분 가량 멀리 가지 않고 지켜본 것 같다. 원래 그 시간대 저희 집 복도에는 사람이 안 다니는데 그것까지 아는 사람인가 하면 상황이 꽤 안 좋은 것 같긴 하다.

 

1시간이 흘러서 23시가 됐다. B씨는 아직도 A씨가 안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누구세요”라고 계속 물어봤지만 답변이 없길래 “급발진해서 누군데 이 XXX아 죽고 싶어!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안 가고) 한 동안 서성거렸다는 게 제일 걸린다”고 전했다.

 

(그 자체로 A씨가) 비정상이기도 한데 준비성도 그렇고 끈기가 있어서 이것도 범죄의 징후가 아닌가.

 

 

준비성과 끈기의 맥락은 이런 거다. B씨는 2층보다 높은 아파트 저층에 살고 있고, 이사온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기 신상을 알려주고 통성명을 한 이웃주민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할머니 1명 밖에 없다. 무엇보다 맞은편 아파트와 주차장에서 보려면 얼마든지 B씨의 집이 잘 보이는 구조라고 한다. 아무튼 B씨는 다음날(8월1일) 낮에 경비실을 통해 A씨가 두고 간 봉지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해봤다. 봉지에는 은박지로 포장돼 있는 닭꼬치 6개와 메모지(“좋은 친구가 되고 싶네요. 맥주 한 잔 합시다”)가 들어있었다. 너무나 황당무계할 수밖에 없는 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집 앞에 쪽지를 남겨서 좋은 친구 드립을 날리다는 것 자체가 수상하다. B씨의 공포심은 더욱더 증폭됐다.

 

1인분의 음식. 내가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걸 일정 기간 관찰했고 확신하는 사람이라고 추측한다. 집을 내 이름으로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비 고지서 등 우편함 서류상 명의로 알아낸 정보는 아닐 것이다. 6일째 밖에 안 나갔고 외출을 거의 안 하니 오며 가며 마주친 사람도 아닐 것이다. (A씨는 문 앞에) 가까이 있었으니 누구냐는 물음을 못 들었을리(10회 이상 소리침)가 없다. 그런데 도망가지 않고 서성거렸다는 점에서 상대가 문이 열리면 뭔가를 할 준비를 마쳤다는 느낌이 강했다.

 

근데 A씨는 1일 20시 즈음 B씨의 집으로 비비큐 치킨과 맥주 1캔을 또 배달시켜놨다. B씨는 “배달온 사장님은 이미 계산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는데 비로소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A씨의 심리상태에 대해 “들인 공이 있으니 포기 못 한다는 건가? 치킨이 역겹긴 처음”이라고 표현했다. B씨는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전날 밤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실 어제 쫄아서 누가 문 따고 들어올까봐 이불 밑에 식칼 숨기고 손 얹어놓고 잤다. 집 밖에 있는 사람을 죽일 건 아니지만 자다가 죽느니 전과자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이게 사람 사는 집이 맞는가?

 

B씨가 오버하는 게 아니라 밤 늦게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집요하게 초인종을 누른 남성이 해코지라도 하진 않을까 실제로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결국 같은 날 22시 A씨가 검거됐다. B씨는 경찰로부터 A씨가 왜 그랬는지 전해 들었는데 이에 따르면 A씨는 스토킹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고 호감이 있어서 그랬고 무서워할줄 몰랐다는 입장이었다.

 

그 XX놈이 (내가 무서워했다는 걸) 모를 수가 없는 게 어제 내가 죽여버린다고 쌍욕한 거 100% 들어놓고 무서워할줄 몰라? 나한테 호감이 왜 있나? 만난 적이 없다니까.

 

 

A씨는 B씨의 집 주소, 연령, 성별, 외모 등을 다 알고 있지만 B씨는 A씨를 특정해서 피해야 할텐데 정보를 전혀 몰라서 답답해했다. 담당 경찰관은 처음에 남성이라는 점만 알려줬다고 한다. 현행법상 피해자에게 가해자 정보를 알려주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3일 정오 한국일보에서 출고된 보도를 통해 A씨가 인근에 살고 있는 50대 남성인 것으로 확정됐다. B씨가 나중에 알게 되어 한국일보 취재기자에게 귀띔해줬던 것으로 해석된다. B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교훈을 얻게 됐다.

 

(경찰은) 무슨 일이 있든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가급적 커튼도 완전히 쳐야 한다. 물론 집 안에서 경계심 없이 편히 지낸 게 잘못일리가 없다. 근데 거지 같지만 조심할 필요성은 있는 것 같다.

 

B씨의 트위터 멘션에 댓글을 단 C씨는 “스토킹 피해자인데 앞집 거주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했었고 검은 비닐봉지에 빵 등을 넣어서 쪽지를 써보낸 수법이 매우 비슷해서 소름끼친다. 현관 앞에 캡스 같은 CCTV 반드시 달아야 한다. 요즘은 부착식이라 문 손상 없이 간편하게 설치된다. 증거가 있어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B씨가 바라는 것은 “엄벌했으면 좋겠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앞으로 이전처럼 평화롭게 지내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일 없게 애초에 이런 게 범죄라는 인식도 더 퍼졌으면 하고 그리고 같은 일 겪는 분들도 고민없이 바로바로 112 신고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사화를 원해서 취재에 응한 것이다.

 

한편, 이번에 B씨는 경찰로부터 ‘신변보호제도’라는 피해자의 권리를 안내받았는데 이를테면 “스토킹 신고에 따른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 신고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즉 △임시숙소 제공 △신변 경호 △주거지 순찰 강화 △112 긴급신변보호대상자 등록 △위치추적장치 대여 △비상음 전송할 수 있는 CCTV 별도 설치해서 경찰 긴급 출동 △피해자 신원정보 변경 적극 지원 △사후 모니터링 등 상황과 정도에 따라 경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프로필 사진
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