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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마 전주환 “사형이 아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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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심에선 도합 징역 49년이 나왔고, 2심에선 무기징역이 나왔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두고봐야 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이 2심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2-2부(진현민·김형배·김길량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강요, 스토킹처벌법,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주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나아가 혹시라도 모범수로 가석방이 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15년 부착,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전주환은 2022년 9월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의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2018년 입사) 동기 피해 여성 A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바 있는데 이는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진 보복범죄였다.

 

2019년 11월부터 전주환은 피해자에게 3년 가까이 전화와 문자를 보내며 “만나달라”는 취지로 스토킹을 일삼았다. 끝없이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A씨는 2021년 10월 전주환을 불법촬영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 즈음 스토킹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2021년 3월 통과됐고 같은 해 10월부터 시행)된 만큼 스토킹 혐의로도 고소를 할 수 있었다. 전주환은 피해자가 다니는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불법촬영을 자행하기도 했는데 당시 서울서부경찰서와 서울서부지검은 그를 긴급체포했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하게 됐지만 서울서부지법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감옥에 갇히지 않는 전주환은 A씨에게 “내 인생 망치고 싶냐. 원하는 조건이 뭐냐”면서 더욱더 심하게 스토킹을 가했다. 결국 A씨는 2022년 1월 전주환을 두 번째로 고소했다. 이때 전주환은 경찰 조사에서 다시는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경찰은 이런 그의 헛소리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불구속 재판을 받던 전주환은 2022년 8월1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자 A씨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전주환은 과거 택시기사 폭행, 음란물 유포 등 전과 2범이었다. 그런 전과자 신분에 A씨와의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징역 9년을 구형받은 것이었다. 9년에 버금가는 중형이 선고되면 “어차피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해서 A씨를 죽여버리기로 했던 것이다. 전주환은 A씨가 과거에 살던 집을 네 차례나 방문하고, 범행 당일에는 양면 점퍼를 겉과 속을 뒤집어 입었고, 범행 직전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고 GPS 교란 앱을 설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직위해제된 직원 신분이었음에도 회사 내부망에 불법적으로 접속해서 A씨의 업무시간과 위치를 사전에 알아냈다. 1회용 위생모를 쓰고 1시간 넘게 A씨를 기다리기도 했다.

 

각기 다른 법원에서 전주환의 스토킹 혐의와 보복살인 혐의를 별도로 재판해서 선고했는데 그 결과 9년+40년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해서 살펴봤고, 검찰은 지난 4월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를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보복범죄는 형사사법 체계를 무력화하는 범죄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살인 범행은 대단히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집요하게 이뤄졌다. 범행 수단과 방법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특히 피해자의 신고로 공권력의 개입 이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 극악한 추가 범죄를 저질러 동기에서도 참작할 사정이 없다.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부당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침해한 사람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이와 같은 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성 매우 크다. 무기징역형을 부과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 통해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 유족에게 속죄하면서 살아가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책임 정도와 형벌 목적에 비춰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하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라면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를 제시했다. 사형이 선고된 다른 사건을 보면 대표적으로 2014년 5월 벌어진 ‘대구 중년부부 살인사건’이 있다. 살인마 장재진은 전 여자친구의 모친과 부친을 잔인하게 살인하고 전 여친을 감금 및 폭행, 강간까지 한 만큼 그 당시 재판부도 웬만하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분위기를 넘어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현재 장재진은 최연소 민간인 사형수(군인 총기난사 사형수 제외)로 대구교도소 미결사동에 갇혀 있다.

 

 

그래서 재판부가 전주환에 대해 사형 선고를 하지 않은 점은 선뜻 이해할 수 있는데 굳이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개전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보면 사형을 정당화할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사족을 달았다. 전주환은 전혀 교화의 여지가 없는 흉악범이다.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로 그의 교화 가능성이 1%라도 있다는 식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법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전주환을 사전에 구속하지 않아서 A씨가 희생된 만큼 이런 워딩을 덧붙여서 유족에게 상처를 두 번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A씨 유족을 대리하고 있는 민고은 변호사(법무법인 새서울)는 선고 직후 법원 밖에서 기자들에게 “피해자는 생전 부디 죗값에 합당한 엄벌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재판부에 탄원하는 등 엄벌은 그의 생전의 뜻이기도 했다”면서 “2만7447명의 시민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해 오늘과 같은 판결이 선고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늘 법원의 판결은 지금까지 수 차례 발생한 고소를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는 범죄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보여주는 판결이다. 유사한 피해를 겪는 피해자가 더는 사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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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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