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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살인범의 ‘꼴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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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처음에는 우발적으로 홧김에 그런 것이라며 선처를 구했다가 한 달이 지난 뒤 갑자기 사형을 시켜달라고 말을 바꿨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교도소에서 머무를 자격조차 없다며 자신의 죄를 탓했다. 이게 뭔가 싶은데?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연상의 연인을 잔인하게 보복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살인범이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서울남부지검은 7일 전 애인의 경찰 신고에 분개해서 보복 살해(특가법상 보복살인)를 자행하고 사체를 유기한 33세 남성 김모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형사합의11부 정도성 부장판사)에서 김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열렸는데 공소 검사는 김씨로 인해 무참히 짓밟힌 47세 여성 故 A씨에 대해 “교제 기간 김씨로부터 폭력적 행동에 시달리다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됐다”고 읊었다.

 

김씨는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김씨는 사건의 원인을 A씨에게 전가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 본건과 같은 보복범죄는 피해자 개인의 피해를 넘어 실체적 진실 발견을 목표로 하는 형사사법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범죄이며 불특정다수인이 이용하는 상가 주차장에서 흉기를 휘두른 점도 죄책이 무겁다. 대검 심리분석 검사와 보호관찰소 조사 결과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도 확인돼 (혹시라도 20년 수형생활 이후 가석방 자격이 부여되어 석방되더라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씨를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

 

김씨는 지난 5월26일 아침 7시 즈음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PC방 입주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A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씨와 A씨는 1년간 만났던 연인관계였고 동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가 A씨에게 경제적으로 과의존했고 계속 빈대를 붙자 갈등이 생겼고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았다. 김씨가 A씨를 폭행하는 지경에 이르자, A씨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26일 새벽 5시였다. 평소 같이 자주 찾던 PC방에 가서 밖으로 나와 같이 걷던 도중 다툼이 시작됐고 김씨가 A씨를 마구 폭행했다. A씨가 5시반쯤 다급하게 경찰에 신고했고 “몇 주 전에도 맞았다. 위치추적을 해서 빨리 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금천경찰서 경찰관들에 의해 두 사람은 경찰서로 연행됐고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나고 귀가 조치가 이뤄지자 김씨는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인터넷으로 살인 계획, 도어락 비번 분실을 검색하는 등 미리 준비를 했다.

 

김씨는 A씨의 모친이 있는 집으로 가서 칼을 챙겼다. 그리고 A씨가 여전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PC방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잠복까지 감행했다. 김씨는 A씨를 보자마자 다가가서 흉기로 습격했으며, 의식을 잃은 A씨를 렌트카에 태워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목격자와 맞닥뜨렸지만 김씨는 여자친구가 다쳐서 병원에 데려가려 한다는 식으로 둘러대기도 했다. 그러나 10시40분쯤 상가 관리소장이 주차장 바닥에서 핏자국을 발견하고 CCTV를 돌려봤더니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김씨의 모습을 인지하고 바로 신고했다.

 

김씨는 범행 이후 8시간만인 15시반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 공터에서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렌트카 뒷좌석에서 A씨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차량에 있는 한 동안 A씨는 살아있었다고 한다. 원래 김씨는 A씨를 죽이고 사체를 유기할 맘이었지만 운전하고 있을 때 A씨로부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기도 고양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했고 그 와중에 A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파주로 갔던 것이다.

 

김씨는 좀 이상한 살인범이긴 하지만 정말 나쁜놈이 맞다. 김씨는 범행 하루 전 과거에 불법적으로 촬영해놨던 A씨의 알몸 사진과 함께 A씨의 SNS 친구 목록을 캡처해서 전송했는데 “니가 XX라는 사실을 유포해야겠다”면서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검찰은 김씨에게 △특가법상 보복살인 △성폭력처벌특례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 및 협박 △사체 유기 △감금 △폭행 △상해 △재물손괴 등 총 8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김씨가 칼을 챙기러 A씨의 집에 갔을 때, A씨 모친은 끔찍한 범행 계획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김씨는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우발적으로 홧김에 그랬고 △반성하고 있으며 △A씨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자살하기로 맘먹고 장소를 찾다가 검거됐고 △과거 조울증 약을 처방받은 전력이 있는 등 범행 당시에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다는 점을 어필해서 선처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결심공판 최후 변론에서는 감형 전략을 바꾼 것인지 정도성 판사에게 핑계로 비춰질 메시지들을 회수했고 그야말로 어이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거짓이 아닌 진실로 얘기한다. 죄를 지은 내가 나라의 세금으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게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 나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뉴스로 살인과 보복살인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겁고 슬펐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내게 사형을 내려달라. 사형이 된다면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 내가 직접 모시면서 장모님이자 엄마라고 불렀던 A씨의 어머니는 얼마나 슬플지, 나도 어릴적 형을 잃어봐서 그 슬픔을 알기에 내가 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구치소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 A씨가 외롭고 힘들다고 해서 따라가겠다고 말하고 깼다.

 

 

이런 황당한 말을 늘어놓으며 울먹였는데 김씨의 위장 어필과는 달리 사형이 선고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을 한 이후로 26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서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 취급을 받고 있다. 사형 선고 자체도 매우 드물어졌다. 2010년 전남 보성에서 20대 남녀 4명을 살인한 오종근이 사형을 선고받은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딱 3명만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2011년 해병대 총격 사건을 일으켜 4명을 살해하고 1명을 부상당하게 만든 김민찬 상병 △2014년 전 여자친구를 강간하고 그녀의 모친과 부친을 죽인 장재진 △2014년 육군 22사단 55연대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서 5명을 살인하고 9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임도빈 병장 등이다. 2022년 서울 노원구에서 세모녀의 목숨을 짓밟은 김태현만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마무리됐다. 김태현에 대한 항소심에서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가 판시됐는데 아래와 같다.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피고인의 범행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다만 사형제는 폐지 논의가 계속돼왔고 1998년부터 집행되지 않아 형벌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한 상태다.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김씨는 독재 정권 치하에서 부당한 사법 살인을 당한 사례도 아니고,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3명을 살인한 무거운 죄를 혼자 다 짊어지게 된 정윤수와 같은 사례도 전혀 아니다. 정상참작해줄 요소가 거의 없으며 그저 전 애인을 통제하고 지배하려고 했던 폭력적인 성향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 한낱 보복 살인범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의 반성 코스프레와 자포자기 쇼는 허황된 것에 가깝다. 무엇보다 그에 대한 사형 선고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김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31일 14시에 개최될 예정이며, 평범한미디어는 그 직후 후속 보도를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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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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