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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찰은 신변보호 받던 '여성의 죽음' 막지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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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씨, 경찰 제공한 스마트 워치로 호출 신고했으나 오작동으로 '골든타임' 허비돼

[평범한미디어 김지영 기자] 경찰은 예고된 살인 범죄를 막지 못 했다. 입증된 위험을 알고 있었고 법원으로부터 신변보호 관련 조치까지 인정받았지만 어이없는 업무 처리로 여성의 목숨을 살리지 못 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30대 남성 B씨였다. B씨는 A씨의 전 남자친구로, 도주 후 하루만인 20일 낮 12시40분 동대구역 인근 호텔에서 검거됐다.

 

 

A씨는 교제살인의 위협을 느껴 경찰(서울중부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신변보호를 받던 중이었기에 충격이 크다.

 

사건 당시 A씨는 경찰로부터 제공받은 스마트워치로 호출 신고를 두 차례나 했었다. 하지만 최초 신고 당시(11시29분) 스마트워치가 오작동해서 피해자의 위치를 잘못 파악한 탓에 경찰은 피해자의 주거지로부터 500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출동했고, 그 다음 2차 신고(11시33분)까지 접수된 뒤에야 11시41분경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얼굴이 흉기에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 A씨는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고 말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5개월 전(6월26일), A씨로부터 B씨가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살해 협박과 욕설을 일삼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형식적인 조치만 취했고 제대로 된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6월 최초 신고를 받고 B씨가 A씨의 집에서 짐 빼는 걸 감시한 뒤 지하철역까지 격리시켰다. 그리고 접근금지 경고장을 발부했다. 그때는 국회에서 통과된 스토킹처벌법 시행(10월21일) 이전이라 경범죄처벌법상 가능한 제재만 취했다는 것이 경찰의 해명이다.

 

그 이후 경찰은 A씨를 지인의 집에 머무르도록 하고, B씨에게는 100미터 이내 물리적 접근금지, 정보 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스토킹 중단 경고 등의 잠정조치를 취하기 위해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B씨에 대한 각종 조치들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갔다.

 

우선 A씨가 1차 신고를 했을 때 스마트워치가 오작동했다는 점이 가장 문제적이다. 만약 스마트워치가 피해자의 정확한 위치를 전송했다면 경찰이 엉뚱한 장소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며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A씨는 현재 살아서 무사히 치료를 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별 범죄는 예상치 못 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피해자를 위협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찰은 지속적으로 신변보호 대상자의 상태와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될 스마트워치를 점검하고 수리하는 것 또한 사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승재현 연구위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일 방송된 TV조선 <뉴스현장>에 출연해서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경찰이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확신한다"며 "근데 경찰은 500미터 착오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500미터 착오가 있다는 걸 알고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느냐.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지 못 했다는 점에 대해 저렇게 핑계대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 경찰의 존재 의의를 되짚어보는 문제인 것이고 이걸 경찰 수뇌부가 이런 오차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면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엄중 문책하셔야 한다"며 "살려야 하는 생명이 4분 동안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그 생명을 지키지 못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의 경찰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개최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통해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난동사건과 서울에서 발생한 신변보호 대상자 사망 사건에서 경찰이 위험에 처한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 했다"며 "소극적이고 미흡한 현장대응으로 범죄 피해를 막지 못 한 점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경찰청 지휘부, 광역 경찰청장, 부속기관장, 경찰서장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김 청장은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다시는 이런 잘못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로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한편 문제의 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해 잘못된 부분을 신속하고 빈틈없이 보완하고 개선하는데 조직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관련하여 김 청장은 별도의 TF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도 22일 기자간담회 서면자료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라는 경찰의 목적을 되새기며 서울 중부경찰서장과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스토킹범죄대응개선TF를 만들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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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지영 기자입니다.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 늘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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