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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론자들이 기존의 정치 문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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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 렌즈] 4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연예 등등 뜨거운 이슈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비양당 제3지대에서 신당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준석신당(개혁신당), 이낙연신당, 금태섭신당(새로운 선택), 양향자신당(한국의 희망),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 기본소득당의 개혁연합신당, 원칙과 상식 3인(김종민/이원욱/조응천)의 미래대연합 등등이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국회 1당, 2당, 3당이 전부 다 분당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묘사했다.

 

사실 이번 총선 같은 경우는 대권 주자를 보유하고 있느냐의 의미보다는 어떻게 보면 판세가 바뀌어야 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판세를 바꿀만한 힘을 가진 사람이 있느냐? 이것은 대권 주자하고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크게 보면 2가지가 있다. 먼저 △양당 내부에서 패권 경쟁에 밀려 “정풍 운동”을 거칠게 전개했던 세력이 자기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탈당해서 신당을 차리는 패턴이 있고 △비양당 소수정당에서 양당체제 위주의 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해 신당론을 내세우는 패턴이 있다. 대부분 전자에 속해 있다. 언론의 주목을 독점하고 있는 이준석신당과 이낙연신당이 대표적이며, 금태섭신당과 양향자신당, 미래대연합 역시 더불어민주당에서 밀려난 인물들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탄생했다. 물론 양당체제 자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긴 하지만 거대 양당이 혁신하지 못 했기 때문에 이탈해서 신당을 차릴 수밖에 없다는 명분이 강하다. 개혁연합신당은 민주당 밖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노리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전자에 포함된다. 후자는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이 해당된다. 금태섭신당은 정의당 내부 ‘세 번째 권력’ 세력이 양당체제 타파를 내걸고 합류했던 만큼 전자와 후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박 센터장은 지난 11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결국 제3지대의 핵심은 전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신당이 이준석신당인데 수구화되어 버린 국민의힘하고는 결이 좀 달라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반대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있는 민주당 당권파하고는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원칙과 상식 3인방과 이낙연신당이 연합을 할 가능성이 높긴 한데 이들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이들이 각자 정풍 운동 비슷하게 전개하다 깃발을 들었었는데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싸울 거면 각자 들고 나와서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소 뒷걸음질에 쥐를 잡았는데 사실은 이렇게 이질적이면 (분당되어 다른 정당으로 경쟁) 하는 게 맞다.

 

20대 국회(2016~2020년)는 21대 국회(2020~2024년)와 달리 4당체제 또는 4개 교섭단체 체제였다. 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구축한 비양당 제3지대의 파이가 50~60석 가량이었다. 그래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양당 위주로 정국을 끌고가더라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중재와 타협이 이뤄졌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구체화시킨 초월회(매월 4당 당대표의 정기 회동) 이전에도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주 1회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불러 주례 회동을 했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전반기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및 민주당의 갈등 구도가 거칠게 형성됐던 만큼 협치의 여지가 매우 좁았다. 후반기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서 여소야대를 맞아 검찰 수사와 거부권을 남발하는 등 정국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제1야당 민주당도 툭하면 특검과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4월 총선 이후 펼쳐질 22대 국회는 21대의 연장선상일까? 아니면 20대처럼 다당제로 갈 수 있을까? 박 센터장은 예상 외로 냉철하게 진단했다. 지금부터 이낙연신당과 이준석신당에 대한 전망이 왜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지 하나씩 들여다보자.

 

20대 국회와 같은 그런 구도는 기대하기 힘들다. 내가 단언할 수 있다. 왜냐면 양당이 지난 총선에서 실시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망쳐버리는 방법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위성정당을 통해서 양당이 다당제를 막고, 다원화될 국회를 막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영을 넘나드는 캐스팅보트의 힘이나 중재? 그런 걸 기대하기 어렵고 양당의 구심력이 작용해서 합종연횡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이준석신당이나 이낙연신당 모두 다다익선 20석 이상 교섭단체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박 센터장은 “힘들 것 같다”며 20대 국회 때처럼 50~60석은 물건너갔고 다 합쳐서 20석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센터장은 현행 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 하에서 양당이 위성정당 꼼수를 동원하는 것이, 과거 병립형 체제에서의 양당 독점력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당은 21대 총선에서 94%(283석)를 싹쓸이했다. 6석의 정의당이 원내 3당일 정도였다.

 

양당이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을 또 쓰겠느냐? 한 번 혼이 났는데 또 똑같은 수단을 쓰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무력화시킨 사람들은 두 번도 쉽게 한다. (병립형으로) 바꿀 수도 있다. 욕을 먹을 수 있겠지만 위성정당 병폐가 있다. 위성정당 보지 않았냐? 남 얘기하듯이 되돌려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박 센터장은 양당으로의 합종연횡 즉 다시 원대 복귀 흡수된다고 전망하는 것일까? 박 센터장은 “신당들 중에서 최소한 한 곳은 살아남았으면 좋겠는데 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낙연신당도 자민련 사례처럼 호남 중에서도 전남 중심의 지역당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이준석신당에 대해서도 이준석 1인의 리더십이 원외 공중전에만 특화돼 있지 원내 협상력에서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던 만큼 양당의 구심력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이준석 대표는 0선이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데 여의도로 들어가서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 국회 안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조직해보려고 했지만 당대표에서 오히려 쫓겨났다. 전국을 돌며 세를 불리는 데 얼마나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마도 이준석 대표는 노원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을 거다.

 

결론적으로 박 센터장은 “새로운 판을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정치 문법을 쓰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래서 “결국 양당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갈 것이라는 냉정한 전망을 하고 있는 건데 박 센터장은 “각 신당들에서 정말 새롭게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면 정말 여기저기서 새로운 사람들을 내세워야 하고 (창당 이전에 섭외한 인물들을) 주요 지역에 출마할 후보들은 이런 사람들이라고 진작부터 소개하고 다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총선까지 3개월 남았는데 이미 나올 사람들은 다 나와야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발표되는 사람들은 신당의 핵심이자 분위기를 바꿀 만큼 뭔가 존재감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 비전도 와닿는 것이 없다. 그나마 이준석신당이나 새로운 선택이 구체적인 정책 의제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과거 ‘무상급식’이나 ‘저녁이 있는 삶’, ‘코로나 재난 기본소득’ 등과 같이 정국의 중심을 정책 이슈로 이동시킬 만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 그저 윤핵관과 개딸 등 양당 주류 세력이 얼마나 못 하고 있는지 비난하는 것에 대부분의 화력이 집중돼 있다.

 

대통령 빼고 모든 걸 다 해본 이낙연 전 대표의 존재감도 과거에 비해 그다지 파괴적이지 않다는 것이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31일 임명되어 2020년 1월13일에 물러난 역대 최장수 총리(2년7개월)였다. 이 전 대표는 2020년 8월말 당권을 잡기까지 소위 ‘어대낙 현상’(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으로 붐을 탔다. 총리 시절 국회에 출석해서 대정부 질문을 받을 때 야당 의원들의 매서운 질의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했고, 온갖 분야의 다양한 현안들에 막힘없이 답변을 할 정도로 빈틈없는 말솜씨와 지적 능력을 보여줬던 것이 주효했다. 그래서 2018년 초부터 대권 주자로 분류됐고 2019년 중순에 이르러 지지율 1위에 올랐으며 2020년 전반기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그 이후 이재명 대표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대선 경선에서 패배하며 영락없는 민주당 2인자 비주류로 전락한 신세가 됐다.

 

중량감으로 따지면 이낙연 전 대표가 도지사, 총리, 당대표 등 굉장히 많은 걸 했는데 상식적으로 그런 인물이 나간다고 하면 민주당 자체가 흔들려야 된다. 근데 지금 이낙연 전 대표 나가는 것 치고는 너무 조용하다. 그러니까 이낙연이 갖고 있는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과 상식 3인에게 이낙연 전 대표가 나를 따르라고 못 하고 거꾸로 합류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낙연 전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확실한 보스 아래서 자리를 잡기가 쉬웠다. 전형적인 참모형 정치인이다. (이낙연으로는 어려우니 다른 인물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원칙과 상식의 신당(미래대연합)에는 포스트 대권 주자라고 나설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다. 이낙연 전 대표도 그렇고 전부 다 참모형이다. 누군가 등떠밀려 나선다고 해도 판을 흔들 만큼 파괴력이 없다. 외부에서 수혈이 필요할텐데 지금 이낙연 전 대표 말고 보이지 않는 것이 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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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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